재중 韓 외교공관 탈북자 구조기능 회복해야

국내 입국 탈북자 수는 2000년대 중반 이후 년 2000여 명 수준으로 꾸준히 증가해오다가 지난해 1500여 명이 입국하면서 감소 추세로 돌아섰다. 중국 내 탈북자도 2000년대 초반 최대 10만 명까지 추산되던 숫자가 이제는 1, 2만 명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중국 정부의 탈북자 유입 저지와 적극적 북송(北送) 정책이 성공했음을 보여주는 반면, 탈북자의 중국 내 체류 환경은 크게 악화됐음을 시사한다. 북한에서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국경통제가 더욱 강화돼 신규 탈북자는 더욱 감소하는 추세다.  

현재 국내 입국 탈북자들의 절대다수는 태국을 경유한다. 중국 내 재외 공관 진입이 막히고, 다른 입국 루트도 차단되면서 탈북자들에겐 동남아 국가로의 진입이 유일한 생존 루트가 됐다. 태국 등으로 진입한 탈북자들의 안전은 사실상 정부가 보장하고 있어 탈북자 안전의 관건은 여기까지 도달 과정에 달려있다.

그러나 이런 정부의 역할에 대해 탈북자들은 ‘이미 안전해진 탈북자만 보호하고 있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실제 위험에 처해있는 탈북자에 대해서는 손을 놓고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그동안 “탈북민의 보호와 지원을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강제북송을 막기 위해 유엔고등판무관실(UNHCR) 등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몇 차례 밝혀왔다. 아직 구체적인 정책 방안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정부, 해외 탈북자 구출·보호 지원…공관 내 탈북자 전담 보호팀 구성해야”  

탈북자 구호활동을 펼치는 NGO 관계자와 인권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가 중국 내 한국 공관의 탈북자 구조 활동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일본 정부는 지난 2011년 초 중국의 국내법을 존중해 탈북자를 대사관이나 영사관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는 행위를 일절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 역시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과 국내법을 존중한다는 명목으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데일리NK와 통화에서 “정부는 탈북자들이 신속하게 들어올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는 것”이라면서 “탈북자 관련 매뉴얼은 있지만, 중국 정부가 탈북자에 대해 불법 월경자라는 입장에 변화를 보이고 있는 것이 없다”며 보호 조치의 한계를 토로했다.

윤여상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소장은 “MB 정부의 탈북자 관련 가장 큰 실책은 중국 내 한국 공관에 탈북자들의 진입이 차단된 것”이라며 “이 때문에 현 정부 들어 기존 정부에서 가지고 있던 탈북자 관련 매뉴얼이 무용지물이 됐다”고 지적했다.

윤 소장은 이어 “탈북자들의 공관 진입이 허용돼 탈북자 보호처로써 기능을 복구해야 한다”면서 “미국, 일본 등 국제사회도 중국과 협의해 즉각적으로 시행돼야 한다”며 유관국과의 공조를 강조했다. 또한 “중국 내 한국 공관에 탈북자를 전담 보호하는 팀을 구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중국 내 한국 공관에 탈북자를 전담하는 직원이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탈북자들이 국경을 넘는 순간부터 민간단체나 현지 활동가들을 통한 보호·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부가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면 민간단체를 통한 우회지원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모든 것을 중국 탓으로 돌리고 현실적 노력은 부재하다는 것이다.

제성호 중앙대 교수는 “아직은 현실성이 떨어지지만 중국과의 지속적인 교섭을 통해 비공식적 협의는 가능하다”면서 “이러한 노력이 한 순간에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정부가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현실화 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비효율 업무 개선 필요

박근혜 당선인은 국내에 정착한 탈북자들에 대해 “탈북민들은 먼저 온 (통일의) 미래”라며 “이들이 대한민국에서 자신의 능력을 맘껏 발휘할 수 있도록 정착지원 인프라와 맞춤형 지원체계를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박 당선인의 탈북자 정책에 대해 전문가들은 보다 현실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탈북자들에게 보편적 수혜보다는 부문 및 시기별로 세분화 된 인센티브제도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2012년 탈북자 취업 관련 통일부 예산은 144억 원,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지원재단) 취업지원 프로그램 예산은 50억 원이다. 여기에 고용노동부 예산으로 지원되는 직업훈련 장려금까지 포함하면 약 200억 원 규모의 예산이 탈북자 취업지원에 소요되고 있다.

그러나 탈북자들의 취업률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북한인권정보센터가 지난해 초 발표한 ‘북한이탈주민 경제활동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15세 이상 탈북자 취업률은 41%로 나타났다. 탈북자 국내 정착에 소요되는 예산이 비효율적으로 집행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탈북자들은 직업훈련을 받으면 훈련직종과 부양가족 등에 따라 약 20만~40만 원 정도를 지원 받는다. 또한 이와 별도로 통일부에서 지급하는 직업훈련 장려금은 500시간 이상 수료하면 120만 원을 500~1220시간까지는 120시간당 20만 원씩 추가로 받는다. 이런 계량적 접근이 탈북자의 무성의한 교육 태도와 학원들의 학사관리 부실을 초래한다는 것.

전문가들은 탈북자들의 자립을 돕기 위해서는 직업훈련수당 같은 단순 현금지원보다 다양한 맞춤형 훈련 프로그램 및 지원 사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박영호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금 지원보다는 탈북자들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정부 중심이 아닌, 민·관합동으로 적응지원 프로그램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탈북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서울시 교육청에서 마련한 맞춤형 과외 지도 프로그램이 효과를 보고 있는 점이 시사하는 바도 적지 않다.

통일부 관계자는 “정부가 탈북자들에 대해 더 많은 지원을 하는 것은 다른 소외계층과의 형평성 문제 때문에 한계가 있다”면서 “취업문제를 해결해 한국 사회에 적응하면서 자립·자활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탈북자 교육과 취업을 지원할 수 있는 전문 인력 양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기존 기관 근무자와 다른 전문 ‘취업지도사’ ‘교육 및 법률 돌봄이’ 같은 제도를 의미한다. 또한 탈북자들이 정신적 상처가 크기 때문에 정신건강을 관리하는 상담사도 절실하다.

각 부처별로 지원되고 있는 탈북자 지원 정책도 한 곳으로 통합, 운영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MB정부에서 정착인프라 제도와 운영 개선이 이뤄지고 있지만, 방만한 예산 운영이 오히려 탈북자들의 자립 의지를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탈북자 지원이 여러 곳에서 이뤄지다 보니 이중 삼중으로 지원 받는 경우가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고, 서울지역 한 하나센터 관계자는 “탈북자 지원정책을 하나로 통합 운영할 수 있는 기구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어느 한 부처의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탈북자 정착을 담당하는 하나센터 관계자는 또한 “취업장려금이나 고용지원금을 탈북자들이 자산을 형성할 수 있는 형태로 전환해 삶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 자립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년 예산 약 260억 원 정도로 탈북자들의 정착을 지원하고 있는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의 과감한 업무 혁신도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 대북전문가는 “지원재단의 (탈북자에 대한) 전수조사나 연구 사업과 같은 것도 필요하지만, 탈북자들의 정착에 도움을 주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에 우선하는 방향으로 운영돼야 한다”면서 “또한 지원재단이 통일부 직원들 낙하산 인사로 채우는 그런 역할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서재평 북한민주화위원회 사무국장은 “지원재단 직원 60여 명 중 탈북자는 6명밖에 안 된다”며 “재단부터 탈북자 고용을 30%정도로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탈북자들도 정부에 기대기보다는 한국 사회에 스스로 적응하기 위해 경쟁력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탈북자들의 범죄 발생률이 높은 만큼 경찰 보호 제도를 좀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경찰관 한 명이 평균 33명의 탈북자들을 5년간 보호하고 있다. 탈북자들은 늘어나고 있지만, 보안경찰관은 지난 10여 년 동안 증원이 안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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