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중동포 대학생 “우리는 한민족 아닌가요”

“한국인들의 눈에 조선족은 더는 순수하고 성실한 혈육이 아닌 것 같다. 조선족들은 한국이 기대하던 것과 달리 풍족하고 따사로운 어머니의 나라가 아닌 것처럼 느끼고 있다.”

중국 최고의 명문 북경대학 외교학과에 다니는 김덕준씨는 지난 12∼14일 한국의 탐진장학회(회장 승영일)가 재중동포 언론사인 흑룡강신문사에 위탁해 개최한 제1회 장학생 논문 발표회에 참석, “이제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 자체가 유치하게 취급받고 있다”며 최근 심각해지고 있는 중국 조선족 사회의 한국에 대한 불신감을 이렇게 지적했다.

이번 세미나에는 한국에서 장학금을 받고 있는 백야 김좌진 장군의 증외손녀 김휘(19.흑룡강과기학원)씨를 비롯한 조선족 대학생 16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한결같이 중국과 한국을 이어주는 친선 가교와 통일의 매개자로서 조선족 사회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인력송출 사기, 폭력, 불법체류 등으로 갈등을 빚으면서 모국에 대해 느꼈던 실망감도 토로했다.

심자원(21.북경대 광화관리학원)씨는 “현재 중국 조선족과 한국인 사이의 여러 갈등으로 인해 중국 조선족은 한국인들로부터 배신감을 느끼고 있으며 ‘물보다 진한 피’라는 관계는 점차 퇴색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같은 현상을 “앞으로 남한과 북한 사이의 교류.협력이 활성화되면서도 예상할 수 있는 갈등의 예고편”이라고 지적하고 한국이 조선족 사회와 교류를 진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남북 통일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 경제무역직업학원에 재학 중인 장호근씨는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한국 기업인들은 사업에 실패하면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는 말이 없고 교포들에게 속았다는 구실을 댄다”며 서운함을 드러냈다.

청화대학에 재학 중인 김혜란(여)씨는 ‘코리안 드림’을 좇아 한국으로 몰려간 동포 가정들이 겪는 해체 현상도 언급했다.

그는 “아이들은 부모들이 보내주는 돈으로 물질적 혜택을 누리면서 나쁜 길로 들어서는 경우가 많다. 한국으로 간 아내 대신 자식들 뒷바라지를 해야 하는 남자들은 외로움을 견디기 힘들어 술과 마작으로 밤낮을 보내기도 한다”며 안타까워했다.

임덕룡(중국인민대학)씨는 “중국의 급격한 성장을 보고 두렵게 느낄 한국 동포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중국 경제의 움직임을 잘 살펴보고 연구한다면 활력을 잃어가고 있는 한국 경제의 새로운 기회이며 따라서 중국 조선족 사회는 중국과 한국의 경제협력에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며 한국이 조선족을 대중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삼을 것을 주문했다.

김나영(여.하얼빈공업대학)씨 역시 “조선족은 중.한 양국의 교류와 협력에서 마찰과 충돌이 발생할 경우 양자 간 관계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며 조선족의 적극적 역할론을 재차 강조했다.

백야 김좌진 장군의 증외손녀 김씨는 증조 외할아버지가 구한말 한국과 만주에서 벌였던 항일투쟁의 정신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그는 “민족영웅을 증외조부로 둔 저는 출생부터 남이 갖지 못한 특수한 자부심을 가지게 됐다”며 “앞으로 사회와 민족에 기여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는 목표를 향해 분투하겠다’고 다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