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5일 재입북한 박정숙(남한 이름:박인숙) 씨가 북한 각 공장과 기업소를 돌며 남한 사회를 비판하고 체제 우월성을 선전하는 강연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내부 소식통은 12일 데일NK와 통화에서 “탈북자 박정숙이 큰 공장 기업소들을 대상으로 선전활동을 시작했다”면서 “보통 강연회는 박정숙이 ‘남한에서의 생활이 지옥같았다’고 말하는 등 당국이 써준 것으로 보이는 원고를 읽는 식이고 질문은 받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어 소식통은 “박정숙이 온 다음부터 탈북자 가족들에 대한 감시 통제를 풀어주면서 남한 탈북자들에게 다시 돌아오면 박정숙처럼 배려한다고 선전하고 있다”면서 “가족들이 다시 오면 평양에 가서 살 수 있다고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 당국이 그동안 탈북자 가족들에 대한 통제 강화를 통해 탈북을 차단해왔지만 이제는 회유·설득 등 포섭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 소식통의 설명이다. 때문에 담당 국가안전보위부 지도원들은 탈북자를 둔 가족들에게 박정숙 씨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회유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소식통은 “박 씨의 이런 강연이 탈북을 막는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면서 “국경지역인 평안북도 신의주나 함경북도 회령 등 주요 도시 주민들은 이미 남한 등 외부사회에 대한 소식을 듣고 있고 내륙지방 주민들도 알 사람은 다 알 기 때문에 박 씨 말을 믿을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 당국의 입장에선 탈북자가 가장 많은 국경지역 도시에 박 씨 강연을 더 많이 열겠지만 이 지역 주민들은 콧방귀도 안 뀔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이번 박 씨의 강연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 주민들 상당수가 남한에 대한 동경 및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박 씨의 증언이 오히려 호기심을 유발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고위 탈북자는 “북한 장마당에서 가장 인기 상품이 남한제 상품”이라면서 “주민들은 질 좋고 디자인 좋은 남한 상품들을 보면서, 남한 사회에 대한 호기심을 많이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민들은 일단 당국의 강연회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있고 요식행위로 간주하는 경우도 많아, 또 ‘거짓말 하고 있구나’는 생각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2000년 재입북한 김남수 씨도 각 지역을 돌며 남한 비판 강연을 벌였지만 오히려 살아 돌아와 주민들에게 “남한에 가면 남한 정부에 의해 죽는 줄 알았는데 살아 왔다. 열심히 노력하면 살 수 있는가 보다”는 인식을 심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탈북을 부추기는 것이 아니냐는 문제가 제기돼 강연이 중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