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 민단-조총련 극적 ‘해빙 드라마’ 연출

대립과 반목은 길었지만 해빙에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17일 도쿄 지요다(千代田)구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중앙본부는 1955년 결성 이후 가장 많은 150여명의 취재진들로 붐볐다.

서만술(徐萬述) 총련 의장과 하병옥(河丙鈺)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 단장은 취재진에 둘러싸여 역사적인 화해의 만남을 연출했다.

이날 오전 서 의장은 중앙본부 1층 현관까지 내려와 승용차에서 내리는 하 단장 일행을 반갑게 맞았다.

각각 교포사회에서 남북을 대표하는 두 단체의 대표로서 첫 공식 만남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전혀 서먹서먹하지 않았다.

오히려 오래된 연인처럼 잘 어울렸다.

정원에서 기념촬영을 마친 뒤 엘리베이터를 타고 9층 회담장에 이르기까지, 회담을 마치고 공동성명 합의 서명을 위해 2층 회의장으로 발걸음을 옮기기까지 두 사람은 굳게 부여잡은 손을 놓을 줄 몰랐다.

회담장에 마주 앉은 두 사람은 첫 만남의 무게와 감격을 이기지 못해 들뜬 표정이었으며 열띤 덕담을 주고받았다.

“되는 일부터 하나하나 해갑시다. 이런 날을 맞아 너무 기뻐 눈물이 나올 지경입니다”(하 단장)

“우리도 같은 심정입니다. 억제하고 있습니다”(서 의장)

총련의 허종만 책임부의장은 “서로 서로 잘해나가자”며 “여러분이 정말 큰 말뚝을 박았다”며 회담 성사의 공을 민단측에 돌렸다.

이에 김광승 민단 의장은 “민족의 갈망이 이뤄졌다”며 화답했다.

하 단장과 서 의장은 40분간의 회담을 마치고 ’5.17 공동성명문’에 서명하고 합의했다. 이어 부둥켜 안았다.

성명은 양 단체가 8.15 기념축제를 공동으로 개최하고 6.15 민족통일대축전에 일본지역위원회 대표단 성원으로 참가한다는 것 등 6개항을 담았다.

이날 회담을 지켜본 조총련측 한 관계자는 “6.15 공동선언으로 씨앗이 뿌려진 남북 화해의 흐름이 동포사회에서도 열매를 맺은 것 같다”며 “마치 남북 정상회담을 보는 것 같았다”고 평했다.

양측은 첫 만남을 계기로 향후 교포사회의 권익옹호 활동을 위주로 공동보조를 강화해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납치나 핵 등 예민한 정치문제가 논의될 경우 양측이 불협화음을 낼 여지는 여전히 크다는 것이 주변의 관측이다.

양측이 지난 1991 남북 탁구단일팀 결성시 지도부 핫라인을 개통하고도 이렇다할 관계개선에 나서지 못했던 점은 이를 웅변한다.

특히 민단계 자금이 조총련을 통해 북한으로 흘러들어갈 가능성에 대한 일본측의 견제도 양측의 연대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