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교포, 北日합의로 北시장서 기지개 켜나?

최근 북일합의에 따라 일본의 자체적인 대북제재 일부가 해제되면서 북한 시장에서 재일교포들이 다시금 관심을 받고 있다고 내부 소식통이 알려왔다. 북한 시장 점유권은 1990년대가 들어서면서 재일교포들에서 중국 화교로 이동했다. 하지만 북일합의가 이뤄지면서 시장에서 한발 뒤처졌던 재일교포들이 중국 화교들과 다시 시장경쟁에 나설 것이라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평안북도 소식통은 7일 데일리NK와 통화에서 “일본과 우리(북한)와의 관계가 좋아지면 (일본의) 대북제재도 없어져 북일무역이 재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북일 관계 희망은 ‘고포’가 되었던 ‘째포’들에게 탄력을 줘 다시 북한에 일본상품 시장을 기획하는 기회가 돼 시장에서 화교들을 위협하는 세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포’라는 말은 ‘낡아 쓰지 못하게 된 직물류’를 말하는 것으로 북한의 중국무역 활성화로 재일교포들의 운명을 비꼬아 표현한 것이다.


1959년부터 시작된 일본의 재일동포 북송사업으로 북한에 건너간 재일교포는 약 10만여 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북한 주민들과 분류돼 ‘째포(재일교포)’로 불렸다. ‘째포’는 사적소유가 인정되지 않는 북한 사회에서 일본 친척들의 송금과 물품지원으로 유일하게 사적재산이 가능한 부자의 대명사이다.


김정은의 생모인 고영희 역시 오사카(大阪)에서 제주도 출신의 교포 딸로 태어나 1960년대 초 재일교포 북송 때 부모와 함께 북한으로 건너간 재일교포 출신이다.  


1980년대에 북한의 외화벌이 회사는 재일교포들이 대부분 고위 관리의 위치에 있었지만, 90년대 들어서는 중국상품 시장이 힘을 가지게 되면서 외화벌이 운영권은 중국 화교들과 중국 연고자들이 대부분 차지하게 됐다.


1970, 80년대 중국에서는 일본산 도시바(Toshiba), 소니(Sony), 산요(Sanyo), 히타치(Hitachi) 등 중고 컬러 TV수요가 급증했다. 북한의 ‘만경봉호’ 등 무역선 선원들이 일본 중고 TV를 원산항으로 들여오면 중간 판매자를 통해 북중국경을 거쳐 중국으로 판매됐다.


80년대 중국에 넘어가는 일제 중고 TV 히타치 값은 북한 돈으로 3만 5000~4만 원 정도에 거래됐다. 당시 북한 노동자 월급(평균 70원)으로 계산한다면 500~600명 정도의 기업소 규모의 노동자 한 달 월급에 해당하는 상당히 큰 액수다.


또한 일본제 손목시계 세이코(Seiko)는 개당 1만 원(당시 농민시장 쌀 500kg 정도)의 고가로 유명하고 권력이 있는 사람을 ‘세이꼬’로 불릴만큼 일본 상품이 인기가 높아지면서 재일 귀국자들의 위세도 당당했다.


소식통은 “일본과 무역이 재개돼 일본상품이 북한에 들어올 경우 중국상품 판로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면서 “북한 주민들은 ‘중국상품 새것보다 일본상품 중고가 몇 배나 좋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 시장에서 일본상품과 남한상품 선호도는 비슷하지만 남한상품 판매는 비법행위로 단속과 처벌이 따른다. 때문에 통제와 단속도 없고 시장 선호도가 높은 일본상품이 북일관계 개선으로 북한 시장에 들어오면 일차적으로 타격을 입는 대상은 중국상품 유통을 독점한 화교들과 중국 무역업자들이라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은 이어 “돈주로 활약하고 있는 화교들은 북일관계 개선 전망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그러나 재일교포들은 일본무역을 시도하면서 북중무역으로 떼돈을 모아 부자가 된 화교들과 보이지 않는 ‘기싸움’이 벌어지고 있다”고 북한 내 분위기를 전했다.


또한 “북한의 권력자들과 외화벌이 회사에서도 변화하는 정세에 대처하여 재일교포들을 데려오려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북일무역이 성사되면 중국무역 수치가 현저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화교들과 중국 무역업자들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시장에서의 성공은 정치변화에 좌우되는 것이 공식이다”면서 “주민들은 정세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정치가 ‘아이들 놀음 같다’는 말로 비꼬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본 정부는 북일합의에 따라 북한이 납치자 조사 문제에 진정성을 보이고 있다고 판단, 지난 4일 각의(국무회의)를 개최해 일본이 독자적으로 북한에 가해온 경제 제재 중 일부를 해제키로 정식 결정했다.


이번 결정으로 ▲북한 당국자의 입국금지 등 인적 왕래규제 ▲10만 엔(약 100만 원) 이상 현금반출 및 300만 엔(약 3000만 원) 이상 송금에 대한 신고 의무화 ▲인도주의적 목적을 가진 북한 국적 선박의 입항 금지 등 3가지 재제조치가 해제됐다. 다만 ‘만경봉호’의 입항 금지와 북한 전세기 입국 금지 등은 당분간 유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