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위촉’ 박재규 통일고문회의 고문

“최근 북한에서 잇따라 쏟아진 강도높은 비난성 성명은 우리 정부에게 관계개선을 위해 대화를 갖자는 독촉장입니다.”

‘북한 및 통일연구의 메카’로 불리는 극동문제연구소와 북한대학원대학교를 설립한 북한전문가로 최근 대통령 자문기구인 통일고문회의의 고문으로 ‘햇볕정책’ 인사 중 유일하게 재위촉된 박재규(朴在圭) 경남대학교 총장(전 통일부 장관)은 어느때보다 남북관계가 경색된 현재의 위기가 오히려 기회라고 밝혔다.

2000년 남북 첫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주역이자 40년간 북한 연구에 힘쏟은 박 총장은 “이제 MB정부가 1년간의 탐색기를 끝내고 먼저 대화의 시동을 걸면 효과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고 지금이 바로 대화의 적기”라며 남북관계의 해빙기가 왔음을 거듭 강조했다.

다음은 박 총장과의 일문일답.

— ‘햇볕정책 인사’로는 유일하게 현 정부의 통일고문회의 고문으로 재위촉된 소감은

▲ 혼자 남겨진 심정이다. 재위촉된 첫째 이유는 지난 40년간 한결같이 남북통일 분야를 계속 연구해온 대가라고 생각하고 계속 매진할 생각이다.

더 중요한 두번째 이유는 현재 MB정부의 대북정책이 지나치게 강성이고 보수적이라는 말이 많았는데 중립적이면서 지난 남북간 화해협력 시기의 주무장관을 했던 사람의 입장을 들으며 대북정책의 균형을 유지하려는 것으로 본다.

— 최근 북한의 잇따른 비난성명이 어느때보다 강도가 높은데 그 속내는 무엇이라고 보는지

▲ 남북관계가 지난 1년동안 대결국면처럼 흘러왔고 북한과 미국의 관계도 여전히 탐색기라고 본다. 이에 답답한 북한이 이명박 정부와 오바마 정부를 향한 강한 압박성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북한은 지금 북미관계 뿐 아니라 내부사정도 어렵다. 남북관계 경색이 그들에게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최근 북한의 강도높은 성명은 오히려 이명박 정부에게 관계개선을 위한 대화를 갖자는 ‘독촉장’으로 이해하고 싶다.

— 미 오바마 정부도 북한과 관계개선을 위한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데

▲ 미국은 부시 정부에서 오바마 정부로 바뀌어도 계속 북한과 대화를 갖고 있다. 반면 우리는 지난 1년간 거의 북한과 대화가 끊긴 상태다.

이제 남북관계에서 탐색을 위한 조정기는 끝났다. 대화를 위한 본격적인 시동을 걸어야할 때다. 오바마 정부도 북한과의 어려운 핵문제를 풀기 위해 그들의 대북정책 설명과 설득작업을 지금도 벌이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다. 북미관계와 남북관계는 어떤 상황 속에서도 대화를 이어 나가야 한다.

—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 수 있는 해법은

▲ 북측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과거와 달리 몸상태가 좋지 않다. 제한된 참모들로부터 보고를 받고 있기 때문에 먼저 남측과의 관계개선을 위해 적극 나서지는 않을 것 같다. 따라서 우리 쪽에서 먼저 대화를 위한 시동을 거는 것이 효과적인 결과가 있을 것 같다.

—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상태에 대한 분석을 내놓는다면

▲ 북한을 통치하는데는 문제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뇌졸중이 오면 모든 일에 신경을 덜 쓰고 조심하기 마련이다. 지난달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만난 것은 공식적인 대외활동을 시작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려면 김 위원장의 통 큰 결단이 있어야 한다고 평소 주문해 왔는데

▲ 남북간에는 신뢰가 굉장히 중요한데 지난 1년간 신뢰가 조금 깨지다 보니 경색국면으로 간 것이다. 먼저 우리 정부의 상생과 공영을 위한 대북정책 기조가 결코 남북간 대결과 갈등이 아닌 서로 돕고 협력하는 것임을 김 위원장에게 이해를 시켜야 한다.

지난 1년간 북측에서 계속 거론한 6.15와 10.4선언 이행에 대한 요구도 무리가 있다. 6.15선언처럼 남북간 기본정신과 방향을 잡은 것은 인정하지만 노무현 정부 때의 120여 가지가 넘는 10.4선언은 처음부터 잘못된 약속이다. 남북관계를 염두에 두지 않았던 속도위반이다. 따라서 차근차근 남북이 이행가능한 방안을 찾기 위한 조건없는 대화가 필요하다.

— 남북통일을 위한 방향은

▲ 통일은 하나의 희망이다. 하지만 결코 서두를 일이 아니다. 특히 우리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성급하게 서두르는 것은 오히려 반통일적이라는 지적이 나올 만큼 조심스럽게 추진돼야 하는 것이다.

통일을 위해서는 재정적인 문제가 대단히 중요하다. 경제력이 갖춰질 때까지는 현재 정부가 밝힌데로 서두르지 말고 유연하게 상호 교류하면서 협력관계를 우선 구축해야 한다.

지금이 북한의 내부사정과 미국의 새로운 정부 등장, 우리의 상황 등을 생각했을 때 대화의 적기라고 본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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