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택 처형에서 김정은의 ‘과대망상’을 보다

2013년 12월 12일 김정은 시대 북한의 2인자, 혹은 섭정왕(攝政王)으로 외국 언론에 알려진 김정은의 고모부 장성택이 국가안전보위부의 특별군사재판을 통해 처형당했다. 장성택의 급작스러운 처형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첫째, 처형의 실제 이유가 무엇이고 주도자가 누구인지, 두 번째는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에서 일어날 수 있는 정변이나 급변사태의 가능성이다. 장성택 처형의 주동자에 대해서는 현재 두 가지 추측성 설명이 나오고 있다.


I.
우선 장성택이 군부가 갖고 있는 거대한 규모의 외화벌이와 이권을 당으로 갖고 오기 위해 이에 반발하는 총정치국장 리영호를 제거하면서 이에 반발한 군부 강경파가 당의 핵심 권력부서인 조직지도부와 함께 장성택과 그의 수하의 비리를 발견하여 김정은에게 처형을 추동하였다는 당·군부 주도설이 있다.


이 경우 군부 강경파와 당 조직지도부가 이번 장성택 처형의 주동자이고 김정은은 일종의 꼭두각시 역할에 머무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추측의 문제점은 장성택을 공개적으로 무참하게 처형해야 할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장성택 처형의 핵심이 외화벌이와 이권의 회복에 있다면 그를 허수아비로 만들거나 조용히 처형하면서 그의 수하세력의 반격을 차단하고, 당과 군과 해외에 퍼져 있는 장성택의 광범위한 세력을 단계적으로 제거하는 것이 외화벌이와 외자유치에도 더 도움이 될 것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김정은의 고모부를 이처럼 처참하게 죽이기 위해서는 이에 상응하는 죄목이 있어야 하고, 그것은 아마도 유일영도체제에 대한 도전 이외에는 상상하기 어렵다. 실제로 12월 17일 김정일 사망 2년을 맞아 평양체육관에서 열린 기념식의 주된 목적은 김정은 유일영도체제의 확립이었고, 재편된 북한의 권력 엘리트들의 연령층이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김정은이 세력교체를 주도하고 있다고 보인다.


II.
또 다른 주장은 이번 장성택의 처형을 김정은이 직접 지휘하였다는 김정은 주도설, 그것이다. 장성택의 처형과 그 향후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진 2013년 11월 29일 백두산 삼지연(三池淵) 회동에 국가보위부와 당조직지도부 및 최룡해 등의 측근 실세들이 참여하였지만, 모임 자체의 성격은 백두혈통이 유일영도체제를 이어간다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 즉 장성택의 처형은 김정은의, 김정은에 의한, 김정은을 위한 사건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패륜을 무릅쓰고 장성택을 무참하게 처형한 것은 이 사건의 파장이 어떨지 계산하기 보다는 충동적이고 감정적인 측면이 매우 크다는 점에서 김정은의 지문이 찍혀 있다는 것이다. 이점은 처형 1주일이 안되어 처음에 주민들에게 대대적인 선전선동을 하던 것과는 달리 장성택 처형에 대한 소식이 북한의 언론매체에서 급격하게 사라지고 있다는 점을 보아도 일면 설득력이 있다.


이 주장의 문제점은 11월 특각 모임 사건이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장성택의 유일지도체제에 대한 반역사건은 11월 18일 장성택의 체포부터 12월 12일 처형에 이르기까지 불과 1개월 만에 처리될 수 없다는 점에 있다.


III.
김정은이 군부의 불만과 당조직지도부를 이용하여 장성택을 제거하게 된 실제 이유는 아직 분명히 밝혀졌다고 할 수는 없다. 여기서 국가안전보위부 특별군사재판이 밝힌 장성택의 죄목을 가능하면 객관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생긴다. 북한에서 정치적 처형이 일어날 때 공식적으로 밝혀진 죄목이 실제와 부합한다고는 전혀 말할 수 없지만, 적어도 북한 권력자의 사고 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는 단서로는 매우 적절하기 때문이다. 일단 판결문에서 객관적으로 의미 있는 내용은 대략 두 가지다. 하나는 장성택이 사적으로 조직과 세력을 구축하여 유일지도체제를 거역하였다는 점, 또 다른 하나는 그가 핵과 미사일에 대한 외부세계의 대북정책에 동조하였다는 점이다. 첫째는 권력투쟁, 둘째는 노선투쟁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놈은 위대한 장군님께서 최고인민회의 제10기 제1차 회의에서 세워주신 새로운 국가기구체계를 무시하고 내각소속 검열감독기관들을 제 놈 밑에 소속시키였으며 위원회, 성, 중앙기관과 도, 시, 군급 기관을 내오거나 없애는 문제, 무역 및 외화벌이 단위와 재외기구를 조직하는 문제, 생활비적용 문제를 비롯하여 내각에서 맡아하던 일체 기구사업과 관련한 모든 문제를 손안에 걷어쥐고 제 마음대로 좌지우지함으로써 내각이 경제사령부로서의 기능과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게 하였다.


모든 사실은 장성택이 미국과 괴뢰역적패당의 《전략적 인내》 정책과 《기다리는 전략》에 편승하여 우리 공화국을 내부로부터 와해 붕괴시키고 당과 국가의 최고 권력을 장악하려고 오래전부터 가장 교활하고 음흉한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하면서 악랄하게 책동하여온 천하에 둘도 없는 만고역적, 매국노라는 것을 똑똑히 보여주고 있다.”


첫 번째 장성택이 사적으로 ‘돈줄’을 장악했다는 죄목은 처형된 장수길과 리용하와도 분명 관계있는 대목이다. 이번 장성택의 사건이 북한 권력층의 돈 줄이나 이권과 관련이 있다는 주장은 장성택이 경제개혁을 주도하였다는 점에서 매우 설득력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북한과 같이 체제가 아니라 실세가 장악하고 있는 사회에서 장성택이 추진하는 사업을 위해서는 조직과 인맥 관리를 위해서 비자금의 형성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성택의 실각이 순전히 이권이나 김정은의 비자금 소스에만 관련이 있다고 보는 것은 적절한 분석이 아니다. 그것은 장성택이 유일영도체제를 거역하고 김정은의 권위에 도전하였다는 명목으로 처형당하였다는 점과 함께 바로 두 번째 죄목 때문이다. 장성택이 “미국과 괴뢰역적패당의 《전략적 인내》 정책과 《기다리는 전략》에 편승”하였다는 죄목은 마치 박헌영에게 ‘미제의 간첩’이라는 누명을 뒤집어씌운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일편 장성택과 김정은 간에 북한의 현 상황 타파 전략과 관련한 노선갈등의 측면이 보인다. 즉 북한의 핵개발과 핵도발에 미국과 한국이 ‘전략적 인내’와 ‘기다리는 전략’을 통해 북한이 ‘내부로부터 와해 붕괴’ 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데 장성택이 바로 그런 전략에 부응하였다는 것이 이 죄목의 핵심이다.


그렇다면 장성택은 미국과 한국의 전략에 부응하는 무엇을 하였다는 것인가? 잘 알려졌다시피 장성택은 새로운 핵실험보다는 경제개혁을 위해 과감한 대외개방과 중국과의 협력관계 구축을 주장하였다. 장성택의 경제개혁 노선이 북한 주민의 생활개선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점은 명백하다. 그러나 장성택의 판결문에는 이와는 정반대되는 주장이 들어 있다.


“나는 군대와 인민이 현재 나라의 경제실태와 인민생활이 파국적으로 번져지는 데도 불구하고 현 정권이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못한다는 불만을 품게 하려고 시도하였다.”


장성택이 고문에 의하지 않고 스스로 이와 같은 주장을 할 이유는 없다. 이것은 분명 장성택을 모함하여 그를 처형하고자 하는 측의 날조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결문의 이 내용은 ‘북한의 실상’을 직설적으로 말하고 있다는 점에서 놀라운 고백이며, 이제 북한의 경제를 책임지게 된 박봉주 내각총리가 북한 주민의 생활을 개선하지 못하면 퇴출 내지는 처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예측을 낳기도 한다.


북한이 장성택 처형 이후에 외부에 대해서 경제정책에 변화가 없다는 점을 알리고, 개성공단에서 남북실무자 회의를 열고, 중국과의 경제관계를 정상으로 유지하려고 애쓰고 있다는 점은 김정은 정권 역시 북한경제가 급변사태의 토대임을 잘 알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북한 경제의 개혁과 개선을 막고 있는 것은 바로 수령독재체제 자신이고, 박봉주가 장성택처럼 과감하게 중국식 개혁개방을 추진하지 못하리라는 점은 명백하다. 따라서 경제특구 역시 모기장식 개방에 그칠 것이고 그 효과는 미미하거나 아예 없을 것이다.


“정변시기는 딱히 정한 것이 없었다. 그러나 일정한 시기에 가서 경제가 완전히 주저앉고 국가가 붕괴직전에 이르면 내가 있던 부서와 모든 경제기관들을 내각에 집중시키고 내가 총리를 하려고 하였다.”


정변시기가 정해지지 않은 이유는, 만일 획기적인 조치가 없다면 언젠가는 경제가 완전히 주저앉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북한에 경제개혁이 실패로 돌아갈 것이 명백할 때, 따라서 북한경제가 주저앉으려 할 때 김정은 정권의 선택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김정은이 현 상태를 타파하려고 함은 장성택의 판결문 이외에도 그의 행태를 보아도 명백하다. 3월에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는 핵개발과 경제개혁 양자를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경제건설과 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을 의결하였다. 만일 경제개혁이 실패하면 북한 붕괴를 막기 위해 남은 선택지는 핵을 이용하는 방법 이외에 없음은 논리적이다.


여기서 장성택이 ‘북한이 내부에서 붕괴되기를 기다리면서 미국과 한국의 전략적 인내와 기다리는 전술에 편승했다’는 죄목의 의미를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경제개혁이라는 관점에서는 완전한 날조임이 분명하지만, 만일 2013년 봄 북한이 정전협정 무효화를 선언하고 약 2개월간 미국과 한국에 핵전쟁 위협을 하였을 때, 그리고 개성공단을 문 닫겠다고 나왔을 때 김정은과 군부의 강경노선에 장성택이 반대한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판결문은 장성택이 당의 노선에 반대하였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장성택이 지난 기간 우리 당의 조직적의사인 당의 로선과 정책을 체계적으로 거역하는 반당적행위를 감행한 것은 제놈을 당에서 결론한 문제도, 당의 방침도 뒤집을 수 있는 특수한 존재처럼 보이게 하여 제놈에 대한 극도의 환상과 우상화를 조장시키려는 고의적이고 불순한 기도의 발로였다.”


2013년 들어 장성택이 김정은의 현지지도를 수반하는 횟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2013년 3월 개성공단 폐쇄와 관련 부인 김경희에게 ‘정은이를 말려라’라고 했다는 말도 들린다. 장성택이 정책결정과정에서 배제되었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 2013년 5월 최룡해가 김정은의 친서를 들고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을 만나 제4차 핵실험을 통고하였으며, 이에 중국이 북한의 핵실험 의지를 적극 만류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이에 반해 경제개혁을 당면 과제로 삼은 장성택은 핵을 포기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고, 중국과 장성택이 뜻을 같이 하였다는 것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장성택의 판결문에 나와 있는 미국과 한국의 ‘전략적 인내’와 ‘기다리는 전술’에 편승했다는 죄목은 역으로 김정은과 군부의 노선이 제4차 핵실험 강행과 함께 이를 이용한 도발 혹은 전쟁불사 노선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의미한다.


IV.
만일 김정은의 고모부 장성택의 처형이 문자 그대로 유일영도체제에 대하여 장성택이 반기를 들었거나 반대 세력을 구축하려는 데에만 있었다면 그것은 권력투쟁의 결과이고, 조폭조직과 흡사한 전체주의 사회에서는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어쩌면 새로운 두목이 조직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한 번쯤 일어날 수밖에 없는 사건이다.


그러나 이번 장성택 처형이 핵정책이나 대남정책에 관련된 노선투쟁의 결과라면 한반도의 상황은 상당히 위중해 질 수가 있다. 왜냐하면 과대망상에 빠진 김정은이 제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을 강행할 것이 거의 분명하며, 강력한 대남도발이나 심지어 전면전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4차 핵실험 전과 후의 한반도와 동북아 안보상황은 절대로 같을 수 없으며 순전히 군사적인 관점에서 볼 때 북한에 절대적으로 유리해진다. 따라서 북한은 핵실험을 반드시 할 것이고 한국은 이를 기필코 저지하거나 핵으로 무장한 북한으로부터 핵을 제거해야 하는 절박성으로 인해 창과 방패의 모순관계가 현존하고 있다.


김정은은 권좌에 오르기 전후부터 지금까지 드러난 행태로 보아 명백하게 할아버지 김일성이나 아버지 김정일 보다 더 심한 과대망상을 갖고 있고, 김정일 보다 더 심한 사치와 허영을 추구하며, 정신적으로 훨씬 불안하고 실질보다 허상을 쫓는 예측불허의 인물임을 확인할 수 있다. 김정은의 과대망상증은 2013년 핵실험 이후 한국과 미국에 핵전쟁을 선포하고 코미디나 다름 없는 전쟁위협을 하였다는 점에서도 분명히 드러났다. 김정은이 실질보다 허상을 쫓는다는 점은 당장 필요가 없는, 북한 주민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스키장, 위락시설, 사치시설과 자신의 우상화에 천문학적인 돈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분명하다.


김정은은 이른바 백두혈통 김일성 가계의 과대망상과 자칭 예민함이 일단 저지르고 보는 조급증과 결부되어 자신의 권력체제 구축에 방해되는 혹은 방해된다고 생각하는 인물들을 무자비하게 처형하는 전형적 폭군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김정은에게는, 김일성 왕조라는 현 상태 유지를 목표로 한 김정일과는 달리, 북한 내부나 외부에 심대한 충격을 줄 수 있는 대사건이 일어나지 않으면 참지를 못하는, 일종의 사건중독증의 증상이 보인다는 점이다.


확실한 점은 김정은이 경제개혁에 몰두하여 정치군사적으로 큰일을 저지르지 않고 조용하게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김정은은 비정상적인 심리상태를 갖고 있을 뿐더러 정신질환의 영역에 들어 있거나 매우 근접한 상태라고 보인다. 한 마디로 김정은은 일종의 폭주하는 시한핵폭탄과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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