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택 속전속결 처형, 김정은 체제 균열 방증”

북한이 12일 국가안전보위부 특별군사재판 열고 장성택을 ‘정변(政變)을 꾀한 역적’이라는 혐의로 즉각 처형한 것은 최고지도자 김정은에 대해 도전하면, 그 누구라도 가차 없이 처벌할 것이란 의지를 보인 것이다. 이번 처형은 지난 8일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반당·반혁명 종파분자’로 장성택이 실각된 이후 불과 나흘 만에 이뤄졌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장성택이 재판에서 국가정변을 생각했고 정변대상이 바로 김정은이라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특히 통신은 “추종분자들은 장성택을 ‘1번동지’라면서 당의 지시도 거역하는데까지 이르렀다”면서 재판에서 두 손이 묶인채 재판을 받고 있는 장성택의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북한은 이번 장성택 처형에 대한 명분을 쌓기 위해 장성택의 죄목(罪目)을 조목 공개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장성택 처형’으로 체제도전에 대한 말로(末路)를 보여줌으로써 내부 동요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2인자 장성택의 권한 확대를 우려한 김정은이 ‘반당분자’로 낙인찍어 처형하고 이를 대대적으로 공개함으로써 김정은의 단호한 리더십을 부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이번 처형을 계기로 김정은 체제의 ‘공포정치’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북 전문가는 데일리NK에 “재판 공개를 통해 북한 주민들과 당·군·정 간부 및 해외 인사들에게 극도의 공포감을 조성해 경거망동하지 말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라면서 “체제 위협 세력을 빨리 제거해 후환을 없애고 유일영도 체계를 확립하기 위한 도전적인 움직임을 원천봉쇄하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수석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도 “장성택 실각에 이은 체포, 곧바로 사형 선고와 처형까지 일련의 과정을 공개해 정상적인 절차와 집행 사유를 강조한 것”이라면서 “이번 처형은 장성택 세력과 우호적인 주민들을 겨냥한 것으로 ‘장 처형’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정은은 향후 유혈통치를 통해 자신의 권력 공고화를 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집권 2년 차인 김정은 체제에서 ‘정변사태 우려에 따른 처형사건’이 발생한 것은 체제 불안에 대한 방증이자 북한의 감시·통제 시스템에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는 이번 장성택 숙청 이후 김정은의 ‘유일체계 구축’이 삐걱 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연구위원은 “갑작스러운 장성택의 처형은 아직 김정은 체계가 공고화되지 않았다는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이런 이유 때문에 고모부(장성택)을 가차없이 처형하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자신의 권위를 훼손하는 세력에 대한 공포정치를 진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북 전문가도 “이번 사태를 통해 김정일이 사망한 이후 북한 체제의 균열이 발생하고 내구력이 떨어져 왔다는 점을 엿볼 수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 식 ‘공포 정치에 따른 독재구축’은 단기적으로 효과를 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명분을 확보하지 못해 반발이 일어나 독재체제가 허물어 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