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택 복권으로 김정남 후계경쟁 발판 마련?

북한 김정일의 매제인 장성택(사진·61)이 지난달 초 사법 및 검찰, 인민보안성, 국가안전보위부를 관장하는 당 행정부장으로 승진한 것으로 알려져 김정일 후계구도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북소식통들은 21일 김정일이 해체됐던 노동당 행정부를 부활시켜 부장에 장성택을 임명하고 그와의 친분 때문에 처벌받고 좌천됐던 측근들도 모두 복귀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장성택은 북한 내에서 김정일에 이어 2인자 행세를 해오다가 2003년 말경(혹은 2004년 초)부터 혁명화 교육을 받고 근신했다는 설이 유력했다. 2006년 1월 당 근로단체 및 수도건설부 제1부부장으로 당으로 복귀한 장성택의 이번 행정부장 임명은 그가 권력의 중심부로 완전히 복귀했다는 분석을 낳고 있다.

장성택의 복권으로 그와 가까운 김정일의 장남 정남(36)의 재기 여부가 관심의 초점이다.

장성택의 실각 후 군(軍)을 제외한 조직지도부 사업은 제1부부장으로 간부 담당사업을 했던 이제강(77)에게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강은 김정일의 처 고영희가 생존했을 당시부터 차남 정철을 후계자로 만드는데 앞장서 온 인물이다. 장성택이 복권되면서 그와 사이가 좋지 않은 이제강-정철의 독주 구도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는 중국 고위관계자의 발언을 빌어 “차남 정철이가 나이가 들면서(2002∼2003년 사이로 추정) 조직지도부에서 일하기 시작했는데, 이 때부터 장성택과 사이가 틀어지기 시작했다”면서 “이 때부터 장성택과 정남의 사이가 다시 회복됐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동아시아 정보기관이 평양에 있는 김정일의 동생이자 장성택의 아내인 김경희와 베이징에 있는 김정남이 국제전화를 통해 서로의 신상과 북한 지도부의 권력 동향에 대해 나눈 많은 이야기를 감청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당시 두 사람은 술에 취해서도 1시간 넘게 통화를 할 정도로 돈독한 사이를 보였으며, 이는 후계구도와 관련 협력관계를 맺은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따라서 장성택의 복귀로 정남이 후계경쟁에 뛰어들 수 있는 강력한 발판을 마련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다.

그러나 이번 장성택의 복권을 후계구도와 연결시키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이기동 박사는 “이번 인사는 공안기관에 대한 당적 지도를 장성택에게 이관한 것으로 이제강에 대한 견제 성격을 갖는다”면서도 “정치적 기술이 뛰어난 김정일 위원장이 후계문제에서 갈등을 야기시킬 만한 인사를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