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택 딸 자살충격…성분이 사람잡는다

김정일의 생질녀이자 장성택(노동당 근로단체 및 수도건설부 제1부부장)-김경희(김정일 여동생)의 외동딸 장금송 씨가 지난달 프랑스 파리에서 수면제 과다복용으로 자살한 사실이 국내에 알려지자(데일리NK 9월 15일 보도) 북한에서는 계급성분이 나쁘면 결혼도 못하느냐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장씨의 자살원인이 결혼을 약속한 상대 남성 집안의 성분이 나빠 부모가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의 로열패밀리가 ‘계급성분’ 때문에 자살까지 택했다는 사실 자체가 충격적이다.

북한에서는 왜 계급적 성분이 나쁘면 결혼도 못할까?

한마디로 북한에서 계급적 성분은 인간의 운명을 좌우한다. 재산이나 출세 여부를 떠나 출신성분만으로 결혼이 무산된 것은 북한의 뿌리깊은 성분차별을 보여준다. 한국도 결혼에 앞서 양가 집안을 먼저 살피는 풍습이 있으나 ‘성분’ 때문에 결혼 불가 사유가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계급독재를 실시하고 있는 북한에서는 신분관계를 철저히 따진다. 최근에는 자유연애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나 간부 계층은 여전히 출신성분을 강하게 따진다. 일반 간부계층도 따지는 형편이니 중앙당 간부들은 그 정도가 매우 심하다. 특히 김정일 직계 가족인 금송 씨가 일반군중과 결혼한다는 것은 북한에서는 상상하기 힘들다.

“성분 나쁜 집과 결혼하면 일생 망친다”

간부집 부모들은 성분이 나쁜 가족과의 결혼을 반대한다. 사돈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출신성분이 나쁜 자녀들은 항상 사회의 소외계층으로 버림을 받았다.

아무리 두뇌가 명석하고 장래가 촉망돼도 결국 부모를 잘못 만난 덕에 사랑도 잃고, 좋은 직장 기회도 잃은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다.

간부 자식의 결혼문제로 소문이 크게 났던 경우는 평북도 태천발전연합기업소 당책임비서 딸의 경우를 예로 들 수 있다.

86년 태천발전소가 준공되자 이곳 책임비서는 중앙당 비서국 대상(중앙당 비서처 비준 간부)으로 ‘216 벤츠’(김정일의 생일번호를 단 선물차)를 탈 정도로 위세를 가졌다.

그런데 김일성종합대를 다니던 그의 딸이 한 남자친구와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남자친구의 부모는 지방의 평범한 노동자였다. 매우 총명했던 그는 지방에서 1~2명 정도만 올 수 있는 김일성대에 입학한 것이다.

훗날 딸의 연애사실을 알게 된 책임비서는 “그 총각과는 절대로 안 된다”며 딸을 무섭게 닥달했다. 절망한 딸은 농약을 먹고 자살을 기도했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수개월간의 병원치료를 받고 정신 이상자가 됐다. 학업까지 포기한 딸은 이리저리 떠돌다 결국 정상인이 되지 못한 채 불행한 생을 마감했다.

‘성분 청소’ 강제이혼도

북한은 70년대부터 김일성유일사상체계가 완성되면서 8·15 해방, 6·25 전쟁 이후 결혼한 사람들의 계급적 출신성분까지 문제 삼아 조직적으로 이혼시키기도 했다. 지주 자본가 집안, 반당 종파분자 집안, 기독교 집안은 가장 나쁜 성분이다.

이혼사업의 대상은 여성쪽이 많았지만, 남자들도 희생자가 됐다. 일제 때 공부한 사람들 중 부자출신 아내의 도움으로 공부했던 사람들도 강제이혼 대상이 됐다. 아내는 자산계급 출신이라 당연히 지방으로 추방되었다. 부부 중 어느 한쪽의 성분이 나빠도 계급적 동요를 우려해 간부 등용을 제한했다. 이들이 이혼조치에 승복하지 않을 경우 부부를 모두 탄광이나 농촌으로 추방했다.

80년대 초 김일성대 과학기술 부총장을 지낸 사람도 여기에 해당한다. 그는 일제 때 인텔리 출신이었다. 정무원 총리를 지낸 이종옥과도 친분이 두터웠다. 그는 도쿄에 유학했는데, 학비를 처가에서 부담했다.

그런데 사회안전부 주민등록 문건을 재정리하던 과정에서 부총장 처가쪽이 자산계급 출신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결국 그는 당국으로부터 “이혼하고 당을 택하던지, 여자를 택하던지 둘 중 하나를 택하라”는 압력을 받았다. 더욱이 김일성대는 중앙당 직속이기 때문에 계급성분이 ‘순결하지’ 못한 사람은 근무할 수 없도록 되어있다.

결국 부총장은 어려울 때 공부시켜준 은혜를 세월이 바뀌었다고 잊을 수 있느냐며 옷을 벗고 지방으로 내려갔다. 부총장은 그곳에서 부인과 함께 어렵게 살았다.

이러한 기본적인 사실을 남한 사람들은 잘 모르고 있다. 계급성분 이야기를 하면 어떤 사람은 엉뚱하게 ‘반북사상에 젖어있다’고 대응하는 사람도 있다. 자신이 북한실정을 모른다고는 하지 않고 제멋대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아 답답할 뿐이다.

김인규 기자(평양출신, 2004년 입국) kik@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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