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북한의 독재 체제는 두 개의 큰 시련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 거대한 시련을 이겨낼 수 없다면 쇠망의 길에서 혼란을 겪어야만 한다.
첫 번째 시련은 강성대국 건설까지 1년 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북한은 2012년에 정치대국(세습독재)으로부터 군사대국(핵무장)을 지나 경제대국을 완성시키는 해를 맞게 된다. 그러나 완전히 파탄난 북한 경제를 1년 안에 재건하는 것은 누가봐도 명백히 불가능한 일이다.
북한은 올해 신년 공동사설에서 ‘자력갱생’이란 시대착오적 구호를 반복하며 항복을 의미하는 백기를 내걸었다. 북한은 애초 개혁과 개방의 기를 내걸려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중국의 지원과 투자가 있다고 해도 올해 안에 성과를 기대할 수는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따라서 북한은 고육지책(苦肉之策)으로 ‘자력갱생’이란 낡은 깃발을 내건 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개혁개방을 목표로 하는 것 이상으로 실현 불가능한 꿈 같은 이야기다. 북한에서 ‘자력갱생’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2009년 김정일과 김정은이 강행했던 무모한 ‘화폐개혁’을 통해서도 잘 알 수 있다. 북한은 화폐개혁을 통해 김일성 시대의 배급제와 계획경제로의 복귀를 시도했지만 1개월도 채 안돼 실패로 판명났다.
그 영향으로 북한 경제는 대아사 기간 직후인 2000년 수준으로까지 후퇴해 버렸다. ‘잃어버린 10년’을 단 1년 만에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강성대국만 실현되면 살림살이는 중국보다 나아진다!’ ‘한번만 더 장군님을 믿고 뒤따라가자!’ 북한 당국은 이러한 빈 구호와 거짓 약속을 국민들에게 남발할 뿐이다. 그 결과 주민들의 실망과 불만만 배가됐다. 실제로 북한 주민들은 악화되는 생활난으로 인해 부자 3대 권력 세습을 통해 등장한 김정은에게 신경조차 쓰지 않고 있다.
실패가 예견되고 있는 강성대국 건설과 고조되지 않고 있는 김정은에 대한 국민적 관심. 이러한 체제 말기적 폐색감(閉塞感. 갇혀있는 느낌) 안에서 올해는 북한의 권력 중추 내 파벌 투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의 건강 악화는 완전히 감출 수 없는 상황이다. 분명 김정일은 지난해 예년보다 왕성한 현지지도 활동을 벌였다. 그러나 이것은 단지 ‘살아 있다’는 것을 대내외적으로 내보이기 위한 목적에 지나지 않는다. 여기에 후계자 김정은은 아직 ‘임시 면허’로 운전을 연습 중이며, 할아버지 김일성의 흉내를 내는 것만이 전부다.
이로 인해 발생한 ‘권력의 공백’을 메우는 권력투쟁이 지난해부터 수면 아래에서 분주하게 벌어져 왔다. 올해는 권력 투쟁에 종결을 짓는 해가 될 것이다.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것은 역시 ‘권력 투쟁의 화신’이라 칭해지는 장성택이다.
장성택은 화폐개혁 실패를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하고, 지난해 초 노동당 내 수구파(反장성택파)에 대한 피의 숙청을 단행했다. 이후 작년 9월 당대표자회에서 수구파의 일소(一消)로 텅 비어버린 노동당에 자신만의 성을 쌓았다. 김정은은 그 성의 옥상에 설치된 ‘장식’ 혹은 ‘피뢰침’에 지나지 않는다.
장성택은 이 여세를 몰아 해묵은 천적인 인민군(軍) 안에도 자신의 외성을 쌓으려 하고 있다. 그 첨병은 당대표자회에서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에 발탁된 이영호 총참모장이다.
이영호가 낙하산으로 임명된 곳은 노동당과 같이 장애물 없는 공터가 아니라 장성택에게 대항하는 인민군 간부들이 군웅할거하는 곳이다. 장성택과 이영호는 군 실력자들의 극심한 반발과 저항에 맞닥뜨려 고전을 면치못하고 있다.
지난해 말 일어난 연평도에 대한 무차별 포격 사건은 양 계파간의 항쟁을 일시적으로 진정시키려는 의도로 시도된 것으로 이영호 일파가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 양 계파는 이번 사건으로 일단 칼집 안에 칼을 집어 넣었다. 그러나 머지 않아 다시금 칼을 빼들고 자웅을 결정하는 승부는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인민군을 주 전장(戰場)으로 하는 양 계파간의 전투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이것이 올 한해 북한 문제에서의 최대 논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