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택, 김정은 뒤에서 ‘메모’…”고도의 정치행위”








▲지난달 30일 북한 조선중앙TV가 방송한 김정은 기록영화에서 장성택(뒤 왼편에서 두번째)이 김정은이 하는 발언을 수첩에 받아 적고 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북한 조선중앙TV가 30일 방송한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을 모시고 김일성군사종합대학 창립 60돌 성대히 기념’이라는 제목의 기록영화에서 북한 권력의 2인자라는 평을 받는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수첩을 꺼내 김정은의 말을 ‘메모’하는 모습이 노출됐다.


장성택이 김정은 앞에서 ‘메모’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이전에도 종종 있었지만 흔한 장면은 아니라고 탈북자들은 말한다. 김정일 시대에도 비서급 수행원이나 현지지도 대상의 책임 간부가 수첩으로 메모하는 장면은 일반화 됐다. 그러나 최고위급인 인민군 총참모장, 인민무력부장, 장성택, 김영남 등의 간부들은 옆에서 수행만 하는 경우가 많다.   


김정일 사망 후 국내외에서는 김정은의 고모인 김경희와 고모부인 장성택이 경험이 일천한 김정은을 직접 보좌하고 있다는 시각이 많았다. 표면적으로는 김정은에게 ‘권력’이 집중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성택의 후원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장성택이 김정은 옆에서 메모하는 모습을 노출한 것은 자신을 낮게 보이기 위한 일종의 ‘정치행위’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한 고위 탈북자는 데일리NK에 장성택의 이 같은 모습에 대해 “장성택은 처세의 달인이기 때문에 ‘유일적 영도자’인 김정은을 믿고 따르겠다는 제스처를 보여준 것”이라며 “김정은의 말을 법으로 삼고 집행하겠다는 점을 부각시키는 행동”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한 “방송을 본 간부들이나 주민들에게 자신이 조연이라는 점을 부각시켜 불필요한 오해를 만들지 않고 김정은에게 믿음을 주려는 2인자의 처세술”이라고 지적했다.


김광인 북한전략센터 소장은 “대외적으로 장성택이 권력실세이고 김정은은 ‘얼굴마담’이라는 주장이 있기 때문에 북한에서도 그렇게 보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며 “그런 것을 의식한 의도된 행동”이라고 관측했다.


김 소장은 이어 “장성택 입장으로서는 그러한 오해를 사는 것은 좋지 않고, 김정은 입장에서도 권위를 세워야 하는데 좋지 않은 소문이 내부에 돌게 되면 두 사람에게 모두에게 좋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도(장성택) 여느 간부들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장성택이 내부적으로 권력에 대한 견제를 받고 있을 것으로 관측했다. 장성택 측근들이 주요 조직 직위에서 배제되고 있는 것이 김정은의 지위 아래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김경희가 김정은을 배후에서 조종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장성택이 권력 실세로 2인자의 위치에 있지만, 북한은 수령 1인 지배체제인 만큼 김정은에게 이미 권력이 집중됐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은 “북한의 권력 속성상 1인자가 절대적 권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2인자의 의미가 크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장성택의 권력이나 정치적 영향력은 김정일 사망 직후와 큰 변화는 없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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