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택 訪中 ‘존재감’ 과시해도 김정은 ‘덤덤’

북한 장성택이 50여 명의 수행단을 이끌고 중국을 방문했다. 장성택이 대규모 수행단을 이끌고 북한 매체의 방중 예고까지 받자, 최고지도자에 준하는 의전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물론 김정일 생전 중국 방문시 당과 군 핵심인사를 포함해 100여 명을 대동한 것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최고지도자를 제외한 방문으로는 전례가 드물다. 북한 내에서 장성택의 위상을 말해주는 부분이다.      


장성택은 이번 방문에서 먼저 ‘선대부터 이어온 조중친선을 대(代)를 이어 발전시켜야 한다’는 김정은의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다. 이에 대한 답변으로 중국의 현재 및 차세대 지도부의 확고한 지지를 약속 받으려 할 것이다. 김정은의 대리인으로서 북한 정권의 안정을 확인하고 중국 차세대 지도부를 향해 수뇌부급 교류의 필요성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방문단에는 북중관계를 실무적으로 책임지는 외교, 경제라인 인사들이 대거 포함됐다. 특히 북한이 추진 중인 경제개혁이 중국의 ‘개혁개방 노선’을 점진적으로 수용해 가는 과정임을 설명하고 개혁의 성공을 위한 중국의 전폭적인 지원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장성택의 첫 번째 과제는 이처럼 북중 동맹과 경협 확대에 대한 양국의 일치된 견해를 확인하는 것이다.


장성택이 의전 측면에서 사실상 정상급 방문 형식을 띄면서도 자신의 역할을 김정은 친선 사절 및 경협실무단임으로 한정하는 것은 여러 의미가 내포돼 있다. 장성택은 중국과 개인적 ‘핫라인’까지 구축돼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중국과 관계가 깊지만 김정일 시대에는 집사 수준의 2인자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번 방문을 통해 자신이 막강한 실력자라는 점을 중국에 각인시켰다.


이는 장성택이 김정은을 도와 북한 정권의 안정을 도모하고 있음을 상기시키는 것과 함께 정권 차원의 위기가 도래할 경우 중국의 이해관계를 대변할 파워를 갖추고 있음을 복합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일각에선 김정은 체제에서 사실상 2인자인 장성택이 김정은의 경계심을 불러오지 않기 위해 공식적인 역할을 제한하면서도 중국 지도부 내 지지세력 구축에도 힘쓸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대해 한 대북전문가는 “장성택의 방중에 대해 김정은과 충분한 합의를 했을 것이고, 장성택이 2인자 처세에 매우 능숙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당장은 장성택의 방중에 대해 별다른 반발이 없겠지만 추후에 야심가라는 비판의 소지를 남긴 부분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달 군부 실세인 리영호 전 총참모장 숙청으로 장성택은 김정은 이외에는 위협적인 견제자가 없어졌다. 권력 안정을 위해 상당 기간 장성택의 후견이 필요한 김정은 입장에서 당장 눈에 띄는 견제 장치를 작동하기도 쉽지 않다. 때문에 이번 방중은 김정은 후계체제가 장성택을 중심으로 재편됐다는 점을 내외에 알리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부작용도 예상된다. 장성택, 최룡해가 당과 군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시키고 경제 재건을 위한 개혁 드라이브를 거는 와중에 정상급 외교행보를 보이는 것은 내부에서 장성택에 대한 견제의 필요성을 증폭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특히 민간 당료(黨僚)의 영향력이 거세지는 것에 대한 반발이 큰 군부에서 ‘불만의 결집’ 현상을 불러올 수도 있다.


이번 방중을 통해 북한이 어느 때보다 개혁개방에 적극적이고 중국이 후원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은 분명해졌다. 또한 장성택의 2인자로서 개혁개방을 전면에서 추진한다는 점에서 그의 정치적 위상은 일단 경제개혁의 성패에 달릴 가능성이 커졌다. 북한 권력 구도의 변수 출현이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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