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택이 리영호 날리고 전하려는 메시지는?

7월 16일자 평양발 조선중앙통신 보도문의 간략한 네 문장이 눈길을 잡아 끈다.

“1)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회의가 15일에 진행되었다. 2) 회의에는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정치국 위원,후보위원들이 참가하였다. 3)회의에서는 조직문제가 취급되었다. 4)회의에서는 리영호를 신병관계로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정치국 위원,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비롯한 모든 직무에서 해임하기로 결정하였다.(끝)”

이영호(리영호)가 누구인가. 김정은 체제에서 군(軍) 핵심인물이다. 그것도 ‘선군정치’를 하고 있는 북한에서 이영호는 김정일의 관을 운구한 군 서열의 첫번째 인물이다. 그 이영호를 ‘한방에’ 모든 직위에서 해임시켰다.

‘신병관계로’는 ‘북한식 표현’이다. 핵심 의미는 ‘이영호 숙청’이다. 묘한 시기에 일어난 묘한 사건이다. 북한 권력내부에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우리에게 주어진 해석의 실마리는 조선중앙통신 보도의 단 4개 문장밖에 없다.  

먼저 “정치국회의가 15일에 열렸다”는 1)과 2) 문장을 검토해보자.

사회주의 체제에서 정치국 회의가 갖는 중요성은 잘 알려져 있다. 당의 노선과 중요한 정책을 결정할 때 정치국 회의가 열린다.(당규약 제3장 25조: 당중앙위원회 정치국과 정치국 상무위원회는 전원회의와 전원회의 사이에 당중앙위원회의 이름으로 당의 모든 사업을 조직지도한다).  

위 2) 문장을 보면 회의 참가범위가 상무위원·위원·후보위원으로,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이영호 제외 35명)에 해당한다. 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는 이영호를 빼면 김정은 김영남 최영림 최룡해 등 4명이다. 따라서 김영남·최영림을 ‘거수기’로 본다면, 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를 열어 김정은·최룡해 단 2명이 이영호를 ‘날리는’ 것은 모양새가 이상했을 것이다.


정치국 회의 의제는 ‘당의 모든 사업’이기 때문에, ‘이영호 해임’은 여러 의제중 하나였을 수도 있고, ‘가장 중요한 의제’였을 수도 있다.


또 ‘이영호 해임’이라는 한 가지만을 위한 회의였다면, 실제로 정치국 회의가 열리지는 않았지만, 정치국 회의 형식을 빌려서 이영호를 숙청했을 가능성도 물론 배제하기 어렵다. 만약 이 경우라면 우리는 안보적 관점에서 북한 권력내부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조선중앙통신은 15일에 열린 정치국 회의를 16일발로 ‘신속하게’ 보도하였다. 정치국 회의 내용을 이렇게 드러내놓고 신속하게 외부에 공개하는 경우가 있었던가? 물론 김정일 시기에는 정치국 회의가 열리지 않아서 공개니, 비공개니 할 것도 없었다. 그리고 지난해 김정일이 사망한 후 빠른 군권장악을 위해 김정은이 최고사령관에 될 때는 정치국 회의라는 최소한의 형식이 필요했었다.


하지만 정치국 회의 내용을, 그것도 ‘이영호 해임’이라는 조선노동당에 매우 부정적 영상(이미지)을 줄 수 있는 사안을, 이렇게 ‘선제적으로’ 공개하는 경우가 있었던가? 구소련, 중국도 정치국 회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거나, 설사 알려진다 해도 한참 뒤에나, 때로는 몇년씩 뒤에 비정규 채널로 알려지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조선중앙통신 등 모든 매체는 당중앙위원회 선전선동부의 통제를 받는다. 따라서 이 보도는 당연히 당중앙위원회가 ‘내보낸’ 것이다.


조선중앙통신은 주로 팩트(fact) 중심으로 보도하며 대내·대외를 포괄한다. 조선중앙방송(대내), 평양방송(대남) 등 각 매체들은 이 보도를 받아서 매체별 역할과 특성에 맞게 논평과 선전을 한다. 북한매체는 체제선전이든, 이른바 ‘주민 교양’이든 보도 목적이 분명히 있다. 그저 ‘재미로’ 보도하는 경우란 없다.   


그래서 더 이상하지 않은가? 북한당국이 정치국 회의 내용을 이렇게 신속하게 내보낸다? 그것도 ‘이영호 해임’이라는 김정은 체제 입장에서는 부정적인 뉴스를 외국에서도 알 수 있도록 한다? 왜 그랬을까?


상식적으로는 판단한다면, 늘 그렇듯이 첫번째는 ‘대내용’일 것이다. ‘이영호 숙청’을 객관화하여 알리는 것이다. 두번째 이유는 대외적으로 “이영호를 잘랐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이다. 다시 말해, 북한정권이 한국 중국 미국에게 “이 보도를 들어달라”는 의도가 숨어 있을 수 있다. 즉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것을 좀 봐달라”는 의미가 내재돼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북한정권, 구체적으로 김정은·김경희·장성택·최룡해는 무엇을 봐달라는 것일까?


3)과 4)문장을 검토해보자. 정치국 회의에서 “조직문제”가 다루어졌고, “리영호가 모든 직무에서 해임되었다”는 것이 핵심이다. 


보도문은 이영호의 당적 직위 해임으로 나왔지만, 총참모장직은 ‘이미’ 직무정지 또는 해임되었을 가능성이 더 높다. 하지만 이 사실은 외부에 공개하기 어렵다. 북한군 총참모장이 직무집행을 못한다는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면 북한 전체가 안보상 위험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누가 쳐들어오면 전쟁 실무책임자가 공석이니까-보도하기 어렵다. 또 총참모장 발령은 국방위원회 소관이기도 하다.


하여튼, 3)과 4)문장을 각각 별도로 해석하면 첫째는 ‘조선노동당의 조직문제’가 논의되었고, 둘째는 이영호가 해임된 것이다.


또 3)과 4)를 붙여서 해석하면 ‘조직문제로 인해 이영호가 해임되었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즉, 이영호가 ‘조직문제에 걸려 숙청되었다’는 뜻이 된다. ‘조직문제’란 이른바 ‘반당행위’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조직문제’와 ‘이영호 해임’을 따로 떼어서 읽을 것인가, 붙여서 읽을 것인가? 그리고 ‘조직문제’와 ‘이영호 해임’ 중에서 무엇이 더 중요한 키워드인가?


필자는 ‘북한당국이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부정적인 내용의 정치국 회의 내용을 공개하였다’는 사실 그 자체를 첫번째로 중시하고, 둘째는 “조직문제를 취급하였다”는 데 중요성을 부여하며, 셋째로 “이영호를 모든 직위에서 해임했다”는 순서로 그 중요성을 매기고 싶다. 


필자와 같은 순서로 중요성을 부여할 경우, 북한정권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북한정권이 생존을 모색하기 위한 대내·대외적 ‘체제 조율(system tuning)’이 아닐까 싶다. 


즉, 2010년 9월 28일 제3차 당대표자회와 김정은 후계 공식화→당의 지위·역할 복원→3대세습체제 안전을 위한 북중관계 강화와 김정일의 3차례 방중→2011년 12월 김정일  사망과 김정은 체제 출범→2012년 4월 제4차 당대표자회와 김일성 생일 100회 ‘축제기간’이 끝난 뒤, 지금까지 대략 3개월 동안 김정은·김경희·장성택·최룡해가 ‘좀더 나은 체제생존 방식’을 모색해왔고, 그 결과  이영호를 잘랐다는 추론이다.


즉, 2010년 9월 제3차 당대표자회에서 ‘김정일 설계’의 당-군 관계 조정(당 역할 복원)이 있었고, 2012년 4월 4차 당대표자회를 계기로 김정은 체제가 공식출범한 이후 당-군 관계를 완전히 정상화하려 했고, 이 과정에서 최룡해-이영호간의 갈등이 발생하였으며, 그 결과 이영호가 ‘모든 직무에서 해임’이라는 ‘과격한 방식’으로 처리된 것이다.(아마도 최룡해가 성질 ‘더럽게’ 부린 것 같다.)


다시 말해 ‘조직문제’란, ‘당의 지위와 역할의 정상화’를 의미하며 앞으로 김정은 체제는 이 방향으로 ‘시스템 튜닝(tuning)’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선군정치에 따라 군에 우선적으로 배분되었던 자원-식량·달러·에너지 등-이 당연히 줄어들고, 나아가 시간이 지나면서 군인 수도 줄어들 것이다.  그리고 군에 ‘김정은의 사람들’이 빠르게 늘어날 것이다.


원래 사회주의 체제에서 ‘선군정치’란 있을 수 없으며, 또 ‘선당정치’도 있을 수 없다. 당-국가-군의 관계에서 당의 지도적 지위와 역할은 ‘절대적으로’ 보장되었기 때문이다. 군은 어디까지나 “조선노동당의 혁명무력”(당 규약)에 불과할 뿐이다.


그런데 당의 ‘절대적 보장’이 1994년 김일성 사망과 대규모 식량난 이후 선군정치가 되면서 ‘선군후로(先軍後勞-군이 노동계급보다 우선이다)’라는 말까지 등장하였다. 이후 핵개발, 서해 연평해전, 천안함, 연평도 등을 비롯하여 전체적으로 한반도 군사긴장이 높아진 것은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선군정치란 현실적으로 ‘군사긴장을 먹고 생존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이영호 숙청’은 선군정치가 꼭지점에서 꺾이는 상징적인 사건이 될 것으로 본다.


그래도 중요한 의문은 남는다. 북한은 왜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부정적인 내용의 정치국 회의 내용을 공개하였을까?  


아마도 장성택은 중국 한국 미국에게, 특히 맨먼저 중국에게 두 가지를 ‘선전'(propaganda)하고 싶었던 것 같다. 


첫째, 우리는 당 중심 체제로 갈 것이며, 선군정치는 약화될 것이다. 따라서 중국이 걱정하는 한반도 군사긴장은 약화될 것이다.


둘째, 이영호를 한 칼에 날릴 정도로 김정은의 권력은 안정되어 있으며, 군은 김정은 권력에 도전할 수 없다. 따라서 김정은이 지도자로서 중국을 방문할 자격이 충분하며, 중국은 김정은 정권을 적극 지원해주길 바란다.      


그렇다면, 앞으로 북한은 중국식 개혁개방으로 갈 것인가? 다시 말해, 이번 이영호 숙청과 북한의 개혁개방은 관련이 있는 것인가? 아무래도 그건 너무 나간 것 같다.


김정은 정권이 ‘좀더 나은 생존’을 하려면, 첫째는 ‘선군’을 약화시켜 당-국가-군의 체제 시스템을 안정되게 조율해야 하고, 둘째는 먹는 문제 등 경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영호의 숙청은 올해 4월 이후 김정은 체제의 시스템 조율 중 나온 첫 단추이며, 동시에 최룡해-이영호 간 권력갈등의 산물로 해석된다. 


따라서 앞으로 당이 우선하고 군이 약화되는 ‘선당정치의 조치(조직문제)’가 계속 나올 것 같은데, 그렇다면 군은 계속 ‘물만 먹고’ 있을 것인가? 그건 알기 어렵다.


원래 사회주의 체제에서 군은 당에게 꼼짝 못하게 되어 있다. 1990년대 초 소련 붕괴 시기에 군 정치장교들이 잠시 쿠데타하려고 했다가 곧 옐친에게 진압되었다. 하지만 소련은 ‘선군정치’를 해본 사실이 없다. 앞으로 북한이 소련과 똑같아야 할 이유도 없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적어도 향후 3-5년 동안은 북한 권력내부를 정밀 관찰하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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