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급회담 일정 넘겨가며 진통 거듭

지난 8일부터 시작된 제5차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이 당초 예정했던 사흘간의 일정을 하루 넘긴 11일 오전까지 접점을 찾지 못해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남북은 열차 시험운행을 위한 군사보장 합의서와 서해충돌방지 및 공동어로 실현 등 나머지 다른 의제를 담은 공동보도문 합의를 위해 나흘째 마라톤 협상을 벌이고 있다.

회담 사흘째인 10일 밤부터 양측은 군사보장 합의서와 공동보도문 등 두 부문으로 나눠 집중적인 실무협상을 진행하는 한편, 수석대표 접촉, 전체회의 등을 잇따라 열어 11일 아침까지 밤을 세우며 협상했지만 이렇다할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남북은 일단 오는 17일로 예정된 경의선.동해선 열차 시험운행을 위한 ‘일회성’ 군사보장 조치에는 사실상 합의한 상태로 공동보도문에 어떤 내용을, 어떤 표현으로 담을지를 놓고 줄다리기를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측은 공동보도문에 경의선.동해선 도로의 통행량이 급증하고 있는 만큼, 열차와 도로를 포괄하는 항구적 군사보장을 담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측은 이 같은 우리 측 요구에 다소 난색을 표하며 서해상 충돌방지와 공동어로, 남북 간 각종 경제교류에 따른 군사적 지원문제 등과 관련한 자신들의 주장을 담으려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은 ‘서해상 충돌방지와 공동어로 실현’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지만 우리 측은 북측이 이들 문제를 통해 서해상 경계선을 재설정해 북방한계선(NLL)을 무력화하려 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고 있다.

북측은 그동안 각종 남북 군사접촉에서 서해상에서 경계선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해야 우발적 충돌을 막을 수 있다며 경계선 재설정을 요구해왔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우리 측은 서해상 충돌방지와 공동어로 실현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을 표시하면서도 ▲쌍방 함정 간 일일 정기시험통신 ▲쌍방 서해 함대사 간 직통전화 연결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측은 서해상 경계선을 재설정하자는 북측의 주장에 대해서는 국방장관 회담을 열어 1992년 발효된 남북기본합의서 상의 군사적 신뢰조치들과 함께 논의하자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남북기본합의서 상의 군사적 신뢰조치는 ▲해상불가침경계선 ▲무력불사용 ▲분쟁의 평화적 해결 및 우발적 무력충돌 방지 ▲군사직통전화 설치.운영 ▲대규모 부대이동.군사연습 통보 및 통제 ▲군 인사교류 및 정보교환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 ▲대량살상무기와 공격능력 제거를 비롯한 단계적 군축 실현.검증 등 8개 항이다.

북측은 또 경의선.동해선 열차 시험운행과 함께 남북 경제교류와 관련한 군사보장의 일환으로 북한 민간선박의 해주항 직항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주항 직항이 실현되면 북한 선박은 해주항을 출발해 연평도와 인천 앞바다 사이를 지나 우리 측 서해로 빠져 나갈 수 있다. 북측은 제3차, 4차 장성급회담에서도 해주항 직항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북측의 해주항 직항 요구도 직항로가 서해 NLL를 통과한다는 점에서 결국 북측의 NLL 무력화 기도로 해석될 수 있어 우리 측이 북측의 요구를 수용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회담 남측 대변인인 문성묵 국방부 북한정책팀장은 밤샘 협상을 마친 11일 아침 판문점 남측구역인 자유의 집에서 기자들에게 “공동보도문 및 열차 시험운행을 위한 군사보장 합의서 문안 절충에 시간이 많이 걸리고 있다”며 “전반적으로 철도.도로 군사보장, 서해상 충돌방지 및 공동어로, 남북 당국 간 각종 경제교류 협력의 군사적 지원문제, 남북 간 군사 신뢰구축 문제에 대해 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막판 조율중”이라고 말했다.

군 관계자도 “공동보도문에서 남북 양측이 이견을 보이는 부분은 사소한 표현(문제)이 아니다”고 말해 최종 타결이 쉽지 않음을 시사했다.

정승조(육군 소장) 수석대표를 비롯한 우리 측 대표단은 밤샘 협상을 마치고 11일 오전 7시30분께 북측 통일각에서 우리 측 자유의 집으로 넘어와 아침식사를 한 뒤 오전 8시30분께 다시 통일각으로 향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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