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급회담 결렬…배경과 전망

1년 9개월만에 어렵사리 개최된 만큼 기대도 컸던 제3차 장성급 군사회담이 아무런 성과없이 끝나 남북 군사당국간 회담이 결코 쉽지 않음을 다시 한 번 실감케 했다.

이번 회담은 2004년 6월 2차 회담 이후 오랜만에 열린 탓도 있었지만 수석대표의 격이 과거 준장에서 소장급으로 격상돼 남북간 신뢰구축과 긴장완화에 대한 기대를 한층 끌어올리기도했다.

그러나 남북은 이틀간의 회담에서 공동 합의문 작성은 커녕, 공동 보도문 조차 내지 못한 것은 물론, 차기회담 개최 일정도 잡지 못했다.

우리측은 회담에서 남북간 군사적 긴장완화와 신뢰가 점진적으로 증진돼야 한다는 전제에서 서해상 군사적 충돌방지와 공동어로수역 설정, 철도.도로 통행에 관한 군사적 합의보장, 차기 장성급회담과 제2차 국방장관회담 개최 등 문제를 해결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북측은 서해상 충돌의 ‘근원적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는 기본적 입장하에 서해안 경계선을 재설정하는 문제가 선결돼야 공동어로수역 설정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고 맞섰다.

손쉬운 의제부터 합의를 이끌어 내자는 남측의 입장에 대해 북측은 회담 초반부터 ‘근원적 문제’를 언급하며 휴전 이후 현실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서해상 북방한계선(NLL)의 무력화를 시도, 협상이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북측은 1999년 6월 제1차 서해교전 이후부터 NLL 문제를 본격 거론하기 시작해 같은 해 9월2일 ‘NLL 무효화’ 선언과 함께 해상군사분계선을 설정하고 이 분계선 이북 수역을 인민군측 ‘해상군사통제수역’이라고 선포했다.

북측은 이어 후속조치로 2000년 3월23일 ‘서해 5개섬 통항질서’를 발표, 남측선박은 북측이 지정한 2개의 수로를 통해서만 서해 5개 도서로 운항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북측은 이후 이 같은 주장을 근거로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남측 함정이 북측 수역을 침범했다는 억지 주장을 해왔으며 북한 경비정이 NLL를 넘었다 돌아가기도 했다.

북측은 이어 회담 첫날인 2일 이례적으로 조선중앙방송을 통해 “서해상에서 충돌방지를 위해 해양법 등 국제법과 정전협정에 따르는 해양경계선을 확정하자”는 북측 기조발언까지 공개했다.

북측은 2004년 6월3일 제2차 장성급군사회담에서도 “서해해상에서 충돌을 막자면 잠정적으로라도 쌍방 함선들을 격리시킬 수 있는 계선이 명백히 설정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북측의 이런 ‘전력’(前歷) 때문에 이번 회담을 앞두고도 북측이 ‘NLL 무력화’를 시도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있었고 이 같은 우려가 결국 현실화돼 회담은 결렬됐다.

NLL 문제 뿐 아니라 지난 2000년 남북 정상회담 이후 영역을 확장해온 남북간 교류.화해 분위기에 북한 군부가 상당한 ‘거부감’을 갖고 있고 이것이 회담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오랜 휴지기를 거쳐 재개된 장성급 회담이 비록 결과 없이 끝났지만 소득이 전혀 없어 보이지는 않는다.

남측 수석대표인 한민구(국방부 정책기획관) 소장은 남북 군사당국이 1년 9개월만에 머리를 맞대고 서로의 입장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긍정적 의미를 갖는다고 회담을 평가했으며 차석대표인 문성묵(국방부 북한정책팀장) 대령도 “1년 9개월만에 회담이 재개됐고 쌍방의 입장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보수적일 수 밖에 없는 양측의 군부가 오랜만에 만난 마당에 당장 무슨 결과물을 바란다는 것 자체가 무리일 수 있으며 이런 까닭에 서로가 의중을 파악했다는 것만으로도 적지않은 소득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차기 회담 개최 전망과 관련, 한 소장은 “상호 필요성이 제기되면 연락관을 통해 접촉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양측의 입장차가 크기 때문에 가까운 시일내에 재개될 가능성은 적어보인다.

그러나 제18차 남북 장관급회담이 이달말 평양에서 열릴 예정인 만큼 이 자리에서 차기 장성급 회담의 물꼬가 트일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