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에 눈 어두워 공동사설 학습 게을렀다” 비판

북한 김정은이 2013년 새해를 맞아 육성 신년사를 내보냈다. 북한에서 육성 신년사는 사망한 김일성이 마지막으로 했던 1994년 이후 처음이다. 북한에선 신년 공동사설과 같은 신년사가 발표되면 전문 그대로 암송하라고 주민들에게 지시한다. 


한국에서 만약 국민들에게 대통령 연두교서를 외우라고 강요했다면 대통령직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북한은 새해 첫날 신문과 TV를 통해 발표된 공동사설을 놓고 전 주민이 학습모임을 갖도록 하고 직장에서는 공동사설에 밝혀진 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결의대회를 갖는다. 특히 올해는 김정은의 육성이 담긴 신년사이기 때문에 예년보다 더 극성스러울 것이다.  


공동사설 학습은 당원, 학생, 여맹원, 직맹원까지 예외가 없다. 북한에선 공동사설 학습을 지도자에 대한 충성심을 높이는 계기로 활용한다. 또한 지난해 성과와 올해 과제를 동시에 제시했기 때문에 이를 몸으로 체현하려면 반드시 외워야 한다고 북한 당국자들은 말한다.  


북한은 공동사설 학습에 문답식 경연과 통달 경연을 이용한다. 먹고 살기 바쁜 마당에 공동사설을 외우는 것이 죽을 맛이지만 외우지 못하면 비판에 시달려야 하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달려든다. 


공동사설을 통달하는 학습경연에서 대답을 잘 못하면 분기 생활총화는 물론 연말 결산총화에서도 비판대상이 된다. 특히 장사를 하는 여성들은 각종 노력동원에 나가면서 공동사설 학습까지 해야 하는 현실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드러내기도 한다.  


여맹원들은 새해 벽두부터 퇴비생산(일인당 1.5t)과 각종 학습강연회에 시달리다가 연초가 되면 또 공동사설 학습에 쫓겨 다녀야 한다. 1~4월은 공동사설 학습을 계속 이어간다. 


탈북자 김영애(45) 씨는 “공동사설 학습을 잘 못한 것에 대한 자기비판에서 ‘매일 퇴비생산을 한답시고, 또 먹고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장사에만 눈이 어두워 공동사설 학습을 게을리했다’라고 총화한다”면서도 “이 말은 바꿔 말하면 ‘매일 동원에 퇴비생산에 학습강연회까지 하고 그것도 모자라 실현도 안 되는 그런 것(공동사설과제)을 통달할 시간이 있는가’라는 불만을 담은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내부 소식통들에 따르면 이번 신년사 발표 이후에는 주민 궐기모임도 진행할 예정이다. 혹한에 배고픔과 싸워야 하는 북한 주민들에게 신년사 학습은 그 자체가 고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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