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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내기철 마지막 고비에 들어선 6월 북한당국은 장마당과 통하는 길목에 규찰대를 배치하고, 사복 보안원(경찰)들이 거리를 돌며 장사하는 주민들을 통제하는 등 집중적인 단속을 펼치고 있다. 모내기 ‘총동원기간’ 중 몰래 장사하다 단속된 물건은 전량 회수되고 있다.
또 온성지역은 쌀 1kg이 1,200원에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먹을 것을 얻기 위해 지난 1일 두만강을 건넌 북한주민 이현숙(32세, 온성출신)씨는 “주민들을 모내기 전투에 몽땅 내몰고 있다”고 5일 옌지(延吉) 시내 모처에서 기자와 만나 이같이 밝혔다.
5살 난 아이를 데리고 중국에 나온 이씨는 남편을 잃고 장마당에서 근근이 장사해 생계를 이어가고 있던 평범한 주부다. 봄철을 맞아 당국이 장마당을 폐쇄하고 농촌으로 내몰기 때문에 이씨는 아이를 굶겨 죽일 것만 같아 두만강을 건넜다고 말한다.
다음은 이씨와의 문답
– 장마당을 폐쇄했다고 하는데?
보안서에서 아침 장마당을 보지 못하게 단속한다. 장마당과 통하는 길목에 규찰대를 배치하고, 사복한 보안원들이 거리를 돌며 장사하는 주민들을 통제한다. ‘총동원기간’ 몰래 장사하다 단속된 물건은 전량 회수한다.
– 장마당 폐쇄하면 어떻게 먹고 사나?
저녁 6시부터 장마당 문을 열어놓고 보게 한다. 나처럼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주민들은 죽을 맛이다.
– 총동원기간은 언제까지인가?
총동원은 해마다 농사철이 되면 설정된다. 정확히 언제까지라고 정해진 날짜는 없고, 모내기와 김매기가 끝나야 해제된다.
– 총동원 대상은 어떤 사람들인가?
아침만 지나면 도시에 다니는 사람이 없고 한적하다. 공장, 기업소, 가두 인민반, 학생 할 것 없이 밥 숟가락 드는 사람은 다 나간다. 장거리(먼거리 장사)를 뛰던 사람들까지 도로에서 단속한다.
– 여행증 검열도 강화됐다던데……
보안서에서 여행증 자체를 발급해주지 않는다. 꼭 가야 할 사람들은 공민증만 가지고 가는데, 보안원들과 규찰대들이 길바닥에 나와 차를 세우고 사람들을 단속하고, 물건도 회수한다. 특히 타지방 사람들은 특별히 일을 많이 시킨다.
– 얼마나, 언제까지 일 시키나?
단속된 사람은 길이 9m, 너비 1.6m의 모판을 손으로 다 뽑아야 보내준다. 모내기를 맡은 사람들은 여럿이 짝을 지어 모를 다 꽂고 밤에 돌려보낸다.
이씨에 따르면 군당 간부들이 ‘모내기 총동원 그루빠’가 조직되어 각 농장에 나가 주민들의 장마당 단속과 주민들의 농촌동원을 총지휘한다고 한다. 한편 “아침이면 방송차가 ‘농사를 잘 지어야 미국 놈과 싸워 이길 수 있다’ ‘농사를 잘 지어야 인민들의 먹는 문제로 심려하는 장군님의 뜻을 실현할 수 있다’ 등의 내용으로 방송을 불며 거리를 돈다”고 말한다.
총동원기간 물가 상승
농촌동원기간 장마당 운영제한으로 물건값이 올라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쌀을 사려는 사람들은 쌀 장사꾼들을 찾기 위해 두리번 거리고, 골목에서 몰래 사고 팔던 주민들은 단속되어 보안서로 끌려간다고 한다.
온성 장마당의 쌀 가격은 쌀 1kg당 1,200원, 강냉이는 250원이라고 한다. 돼지고기는 싱싱한 것은 1kg 당 1,800원, 요즘 날씨가 더워져 쉽게 변하기 때문에 날이 어두울 무렵이면 1,600원에도 살 수 있다고 한다. 노동자 월급 5천원에 비하면 턱없이 비싼 편이다.
한편 잡화상을 비롯한 주민들은 장마당에 물건을 펴놓지 못하고 찾아오는 주민들에게 몰래 판다고 한다. 이씨는 “농촌에 동원된 사람들은 하루 점심 한끼는 밥을 먹여준다”고 말했다.
온성지방, 배급제 실시 후 감감 무소식
이씨는 온성군에서 배급이 끊긴 지 오래 되었다고 말한다.
“얼마나 배급을 받아 보았는가?”라는 물음에 이씨는 “94년부터 배급을 받아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배급제가 재개된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남편이 없는 자기는 비(非) 노력자로 분류되어 식량을 한번도 받은 적이 없다는 것이 이씨의 전언이다.
지난해 10월 북한당국은 식량배급을 지방별로 알아서 실시하라고 지시해 일부 쌀이 적은 지방에서는 몇 달 주지 못하고 바닥 났다. 공장에 나가는 주민들의 배급은 15일 식량에서 며칠씩 삭감해 공급했지만, 이씨와 같은 전형적인 가정부인들은 배급이란 말조차도 생소하다는 반응이다.
이씨와 같이 장마당에서 하루 팔아야 하루 먹는 주민들이 농촌에 동원되면 사실상 생계는 막히게 된다. 이 때문에 농사를 지어 돈을 벌기 위해 두만강을 건너는 북한주민들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 옌지(延吉)= 김영진 특파원hyj@dailynk.com
한영진 기자(평양출신, 2002년 입국) hyj@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