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당 세대 겨냥한 대북방송, 北변화 기폭제 된다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8월 4일)에 이은 남북 고위급접촉 타결(8월25일) 과정에서 대북확성기 효과가 재확인된 가운데 북한 전(全)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대북방송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실상 유일한 비대칭수단인 대북방송을 통해 북한 주민과 체제 변화의 동인(動因)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북전문가들과 탈북자들은 대북방송을 강화하기 위해 각계각층의 북한 주민들에 맞는 대북방송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북한 일반주민을 비롯해 체제 유지 계층인 군인과 간부, 그리고  체제 충성심이 약한 장마당 세대에 적합한 ‘맞춤형 대북방송’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는 것. 이는 주민들의 계층에 따라 관심분야가 다른 만큼, 북한 체제 및 외부 사회에 대한 ‘각성(覺醒)효과’가 큰 내용을 달리해 방송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각성효과를 극대화시키는 내용은?=북한에서 대북 확성기 및 대북 라디오 방송을 청취한 탈북자들에 따르면, 남한 사람들의 평범한 생활상을 그린 드라마를 비롯해 소소한 주제를 다루는 영화, 유행가요 등의 사회·문화적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대북방송 중에서 가장 인기가 있다. 또한 남북의 경제나 역사를 짚어주는 남한 사회에 대한 교육 방송도 인기다.

북한 체제를 노골적으로 비난하지 않아 거부감이 덜하면서도 남한 사회를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효과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사회·문화적 콘텐츠에 재미를 붙인 북한 주민들이 지속적으로 방송을 청취하게 되고 나아가 북한 체제의 본질에 대해 각성하게 된다는 것이 대부분의 탈북자들의 증언이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대북방송에 따른 각성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계층별에 맞는 내용을 개발해 방송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먼저 북한 간부들이나 군인들에게는 북한 정권의 권력 구조와 정책이 얼마나 허무한 것인지 일깨워주는 방송콘텐츠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김일성종합대학을 졸업하고 1990년대에 탈북한 도명학 자유통일문화연대 대표는 데일리NK에 “북한 간부들은 김정은의 지시만을 따르는 허수아비 또는 로봇에 불과하다”면서 “이들이 ‘군주론’ ‘사회계약론’과 같은 저서를 읽어주고 설명해주는 방송을 듣게 되면 자신들이 충성을 다하는 체제와 정권이 얼마나 허망한지 크게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도 대표는 “북한매체가 남한 군인들의 자살률이 높다고 선전하던 당시 남북 군대의 먹는 것이나 배급 등의 차이점을 설명해주는 대북방송이 유입되자 장마당 세대 군인들의 인식이 크게 바뀌었다”면서 “특히 북한 군대에서는 매를 맞다가 죽어도 언론 보도는커녕 반역자 취급을 받는데, 남한에서는 이런 문제가 생기면 언론이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상부도 조사대상이 된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군 간부 출신으로 2011년 탈북한 박종진(가명·50) 씨도 “북한 군대에서는 김정은 정권에 조금이라도 잘못 보였다가는 처형될 수 있기 때문에 ‘사람 목숨은 파리 목숨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었다”면서 “그런데 대북방송에서 들려주는 성경에 ‘하나님은 죄 지은 인간도 사랑하신다’라는 구절이 나와 굉장히 큰 감동을 받았다”고 소회했다.

박 씨는 이어 “북한선전매체의 주장과는 달리, 대북방송은 북한 체제를 근거 없이 비판하는 게 아니라 북한과 인간을 그대로 직시한 채 정보를 전하고 있어 놀랐다”면서 “대북방송을 계속 듣다보니 남한으로부터 들어오는 정보는 ‘황색바람’이 아니라 ‘진리’라는 것을 깊이 깨닫게 됐다”고 전했다.

◆장마당 세대에 맞는 대북방송 강화해야=장마당 세대 등 젊은층에 맞는 대북방송 콘텐츠에는 북한의 주장처럼 자본주의가 황색바람의 진원지가 아닌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게 풍요롭게 살 수 있는 체제이라는 것을 알리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문이 나왔다. 때문에 한국경제 발전에 따른 한국 국민들의 안락한 삶과 이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대중문화 등을 대북방송 내용으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것.

정은이 경상대 사회과학대학원 교수는 “남한도 가난했을 때가 있었지만 능력에 따라 자유롭게 돈을 벌 수 있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산업화를 위한 정부 주도의 노력이 있었기에 지금과 같은 모습을 갖췄다는 걸 알려줘야 한다”면서 “돈을 버는 것에 관심이 많은 장마당 세대는 이 같은 설명을 통해 북한의 경제난이 결국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는 정권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또 “젊은 세대가 대부분 그렇듯이 북한의 장마당 세대도 북한에는 없는 신선한 한국 문화에 매료돼 있다”면서 “그들이 자본주의 문화에 선입견 없이 다가갈 수 있도록 대북방송을 통해 한국의 유행 문화를 지속적으로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장마당 세대에 맞는 구체적인 방송대용에 대한 전문가들은 일상에서 접하는 상품의 가격이나 생활 방식, 문화 등에 있어서 남북이 얼마나 큰 격차를 갖고 있는지 북한 주민에 알려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도 대표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의 가치가 얼마나 큰지 이해할 수 있도록 남한 노동자들의 월급 수준을 북한과 비교해 알려줘야 한다”면서 “현재 1달러가 북한돈으로 8000원가량 하고 1kg 쌀 가격이 6000원 정도이므로 1달러면 1.3kg의 쌀을 살 수 있는데, 만약 남한 노동자 월급이 200만원(약1700달러)이면 북한에서 쌀 2톤 이상 살 수 있는 어마어마하게 큰돈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그동안 북한에서 홀대 받던 주민들의 노동이 천문학적인 가치를 갖고 있었음을 깨닫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 정권은 ‘자유’를 제멋대로 살아도 되는 부르주아의 생활 방식이자 양육강식의 근원이라고 선전한다”면서 “그러나 자유는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 깨닫고 법을 잘 지키면서 살아가는 것을 뜻하지 않나. 북한 주민들이 법치라는 가치를 깨달을 수 있도록 자유와 자본주의의 의미를 정확히 전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10여 년째 대북 라디오 방송을 제작하고 있는 이광백 국민통일방송 상임대표도 “인권과 민주주의에 대해서만 집중적으로 방송하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빠르게 변화하는 북한의 사회에 맞춰 그들의 생활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전해줘야 한다”면서 “주민들이 장마당을 통해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아가 자신의 목표를 이루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이끄는 방송이 많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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