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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장마당 활성화로 주민들이 너도나도 장사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심해져 돈벌이가 예년같지 않다는 증언이 나와 주목된다. 또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는 돈을 벌기 위해서는 이웃도 친척도 없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올 정도로 개인주의 성향도 확대되고 있다고 한다.
3월 중순 친척방문을 위해 중국 옌지(延吉)를 찾은 함경북도 무산 출신 김재천(가명∙42) 씨는 “요새는 장사를 조그맣게 해서는 이윤이 남지 않는다”면서 “정식 (판)매대가 아니어도 장마당 주변에 물건 파는 사람이 워낙 많으니까 장사하기도 힘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 씨의 부인은 무산 인근 장마당에서 쌀 장사를 하고 있다. 1년 전까지만 해도 하루 10kg은 족히 팔렸는데, 지금은 절반 정도로 판매량이 떨어졌다는 것. 쌀 1kg(1천원)을 팔면 보통 10%(100원)의 마진이 남는다. 결국 김 씨 부인의 하루 벌이가 1000원에서 500원으로 줄었다는 말이다.
김 씨는 “장사를 크게 하는 사람은 부자들이나 당 간부를 상대로 비싼 물건을 파니까 물건이 오히려 달리지만, 쌀 팔고 국수 팔고 옷가지 몇 개 팔아가지고는 요새 돈 만지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그래도 장사하면 굶지는 않을 것 아니냐고 묻자, 김 씨는 “그건 그렇다. 안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답했다.
그는 “큰 돈 벌려면 장마당에서 돈이 크게 되는 물건에 손을 대야 하고, 더 크게 벌려면 종합시장에 가야 한다는 말이 있다”면서 “한 집 건너 장사하는데 그 돈이 어디서 다 나올 수 있겠는가”라며 혀를 찼다.
김 씨는 “요새는 장사를 하도 하다 보니까 사람들이 약아지고, 돈만 생각해서 그런지 전쟁터 같다. 이웃이나 친척도 돈 때문에 외면하거나 멀리하는 경우가 많다. 요새 누가 서로 없다고 도와주면서 살려고 하겠느냐”고 말했다.
친척을 멀리하는 것은 식량난 기간부터 나타난 현상이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 때는 없어서 그랬지 않는가. 지금은 있어도 나누지 않으려고 하니까, 문제다. 공급이 달릴 때 굶어 죽을 때 봐도 못 본 척 하는 것과 장사하면서 돈만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김 씨와 동행한 청진에서 온 임길만(가명∙44) 씨도 김씨의 생각에 대체적으로 동의했다. 그는 “사람들이 굶어 죽을 때는 없어서 그랬지만 지금은 힘 있는 사람에게 붙어서든, 사기를 치든 돈만 벌면 된다는 생각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임 씨는 “그렇다고 장사하는 것이 나쁜 것이 아니다. 같이 못살 때보다 잘 사는 사람들 생기니까 장사도 할 수 있고, 혼자 먹고 사는 것도 알게 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
북한 주민간 경쟁심화에 따른 수익 절감 현상은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북한 당국이 시장을 확대하기 위한 개혁조치를 마련하지 않을 경우 장사 열풍의 부작용과 주민간 반목도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북-중 국경지대 무역상인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