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표씨 “황장엽, 김정일 옹호” 엽기주장이 참 우습다

▲ 장기표 새정치연대 대표

장기표 대표는 왜 그러시는가?

장기표 새정치연대 대표가 황장엽 선생을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10월 16일 새정치연대 싸이트(www.rekorea.or.kr)에 올린 “망해가는 정권에 놀아나는 남한사회의 무지와 반역”이라는 칼럼을 통해서입니다.

그런데 그 내용이라는 것이 참으로 아연한 것이어서 장 대표가 왜 그러시는지 오히려 걱정스러워 졌습니다.

장 대표는 황선생의 97년부터의 발언이 시종일관 북한 김정일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단정하고 있습니다. 97년 경제지원 중단 발언도 그렇고, 현재 핵문제에 대해서도 시종일관 김정일의 입장을 변호하고 있는데 반공반북세력이 그를 영웅시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라고 말했습니다.

97년 황선생의 경제지원 중단 발언을 두고 김정일 옹호 운운하는 비판은 비판이 아닙니다. 비난이지요. 김정일을 신뢰할 수 없어 기본적으로 압박을 선호하는 미국의 강경파가 김정일 옹호자라고 하는 것만큼이나 터무니 없습니다. 실제로 남쪽에서 지원한 현금을 가지고 미사일을 쏘고, 핵실험을 하고 있는 것을 봐도 사태는 명백하지 않습니까? 김정일에게 현금을 쥐어주는 것이 김정일을 위한 것인가요? 그것을 한사코 경계하자고 한 것이 김정일을 위한 것일까요?

이렇게 명백한 상황을 가지고 황선생을 김정일의 옹호자로 비난하는 장 대표의 의도가 더 궁금합니다. 게다가 황선생의 망명으로 북에 남은 그의 가족과 일가친척, 지인, 제자 등등 무려 8천명 정도가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갔다는 게 그 이후 탈북자들의 증언인데, 장대표가 ‘황장엽의 귀순이 의심스럽다’고 한 대목에서는 도무지 어이가 없습니다. 장대표가 그럴 분은 아니라고 믿지만, 혹시 정치적 발언권이 떨어지니까 그런 ‘엽기적인’ 발언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끌려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핵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가면 논리성을 찾을 수도 없습니다. ‘김정일이 핵을 갖고 장난치는 것은 무시해버리는 게 상책이다, 군사적 제재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핵문제보다 인권문제에 집중해서 김정일을 포위하자’는 것은 황선생의 일관된 주장이었습니다. 이른바 전쟁하지 않고 이기는 방법이지요. ‘무시하자’는 것은 상대의 전술을 읽고 ‘의도된 무시'(benign neglect)로 나가자는 것으로, 오래 전부터 정치가들이 사용해온 외교책략입니다. 미국도 2002년 10월 2차 북핵사태가 불거지자, 의도된 무시 전술을 사용했지요. 그런데 장 대표는 이를 두고 “북한의 핵무기를 내버려 두라니 이는 북한정권이 그대로 존속하기를 바라서 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고 단언하고 있습니다.

황 선생 주장의 핵심은 김정일의 핵무기를 인정하자는 것이 아니라 김정일 자체를 인정하지 말자는 것이지요. 김정일이 핵실험을 해서 나쁜 것이 아니라 무고한 인민을 대량으로 학살하고 온 천지를 감옥으로 만들며 제 민족을 향해 온갖 협박을 들이대고 있기 때문에 나쁘다는 것이지요. 이른바 인권의 파괴자이기 때문에 나쁜 것이고, 그런 자가 지원한 돈으로 핵실험을 하고 핵보유를 했으니 나쁘다는 것입니다.

총을 경찰이나 군인이 소지하면 그것은 합법적 무력이 되고 질서를 수호하는 힘이 되는 반면 테러범이나 강도가 그것을 지니면 예측불허의 흉기가 됩니다. 즉 총 자체는 가치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누가 소유하느냐의 문제이지요. 황선생은 총 자체의 문제보다 총을 가진 자를 보자는 이야기입니다. 김정일은 범죄자입니다. 히틀러와도 비교할 수 없는 범죄자이지요. 황선생은 이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이 말이 어디가 잘못되었고, 무엇이 김정일을 옹호하고 있다는 것인지, 당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황 선생이 생각하는 변화의 핵심도 장 대표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소련이 핵무기가 없어서 망했는가 하는 것입니다. 소련을 해체시킨 힘은 자유와 더 나은 삶을 희망하는, 정말 사람답게 살아보려는 인민들의 각성과 투쟁에 있지 핵무기의 보유 여부에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군사무력은 전쟁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지, 전쟁으로 상대방을 해체시키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황 선생은 인권을 가장 중요한 지표로 놓는 것입니다. 군사력은 상대방이 전쟁놀음을 벌일 수 없도록 하는 것에 역할을 두고, 인권과 자유, 인류애를 가지고 김정일을 고립시키고 북한을 변화시키자는 것이지요. 범죄자가 자해소동을 벌일 때 가장 좋은 방법은 무시입니다. 침착한 대응이지요. 김정일의 자해소동에 대해 차분하게 대응하며 인권문제를 중심에 두자는 황 선생의 주장은 합리성을 획득합니다.

이라크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군요. 후세인은 나쁜 사람입니다. 수많은 전쟁으로 인민을 도탄에 빠트렸고, 바스라에서 수십만을 학살했으며, 어린아이, 부녀자, 노인할 것 없이 단 몇 초만에 수 천명의 쿠르드 백성을 생화학무기로 죽였습니다. 정치적 반대자의 혀를 뽑고, 눈을 파냈으며, 수만 구의 시체를 암매장했습니다. 운동가인 제가 보기에 피가 거꾸로 솟아 도무지 용서하기 어려운 자입니다.

그런데 그의 이러한 잔인상은 대량살상무기에 가려졌습니다. 이라크 전쟁이 정치전에서 실패한 근본이유입니다. 만일 후세인의 인권말살을 좌파와 우파를 넘어 전 인류의 양심에 호소하고 이라크 인민의 힘을 발동하는 방법에 1차적 중요성을 두었다면 지구는 이라크에 대해 소모적인 논쟁을 하지 않고 있을 것입니다.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가 문제인 것이 아니라 후세인의 인간파괴가 문제인 것이지요. 이러한 사정은 모든 독재적 범죄자들에게 다 적용됩니다. 결국 황 선생의 주장은 옳습니다.

옳은 주장에 대해서도 비판은 있을 수 있습니다만 장 대표의 글은 비난에 그치고 있어 아연하고 안타까운 것입니다.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