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급회담 전체회의 환담록

제18차 남북장관급회담에 참석하고 있는 양측대표들은 22일 오전 평양시내 고려호텔에서 첫 전체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회담 일정에 들어갔다.

우리측 수석대표인 이종석(李鍾奭) 통일부 장관과 북측 단장인 권호웅 내각 책임참사는 본격적인 회담 시작에 앞서 10여분간 회담의 의미 등을 주제로 환담했다.

이 장관은 “이제 상대를 제압한다는 등 이런 식이 아니라 서로 하나하나 내놓고 의논하고, 차이가 있는 것은 줄여가고 비슷한 것은 맞춰가는 그런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자세로 하자”고 말했다.

이에 대해 권 단장은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을 언급한뒤 “공동선언을 이행하는 과정에 탄탄대로만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험한 삭풍치는 강물도 있고 험한 산도 놓여있을 수 있지만 대담하게 건너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장관과 권 단장의 환담 내용.

▲권 단장 = 어젯밤 잘 주무셨습니까?

▲이 장관 = 잘 잤습니다.

▲권 단장 = 고려호텔에 몇 년만에 오셨다고 그랬나요.

▲이 장관 = 제가 2002년 9월에 고려호텔에 머문 적이 있었는데, 거의 4년 만에 고려호텔에서 잤습니다. 아주 편하게 잤습니다.

▲권 단장 = 제 나라 제 땅이고 생활풍경이나 음식맛이 같으니까 별로 차이는 없을 겁니다.

▲이 장관 = 어제 권 단장이 만찬자리에서 역지사지(易地思之) 말씀을 하셨는데 저도 동감합니다.

남측 입장에서는 북측을 충분히 이해하고 북측에서는 남측의 그러한 처지나 입장을 이해하고 서로 배려하면서 회의를 하자는 말씀을 듣고 그런 정신이 상당히 남북간의 협력을 위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권 단장 = 남측에서 오신 대표분들이 좋은 때에 오셔서 그런지 환해 보입니다.

참 좋을 때 오셨습니다.

그제까지 평양에서는 태양절을 맞아 대축전이 연이어 펼쳐졌습니다. 또 세계 각국에서 많은 대표단, 저명한 인사들이 와서 인류공동의 명절로 경축을 했고 기념을 했습니다.

이번에 온 대표단들을 보면 지금 우리와 적국으로 있는 미국이나 일본에서 다 왔고, 또 1950년에 우리와 총부리를 맞댄 영국,그리스, 오스트레일리아에서도 다 왔습니다. 그런 것을 보면 참 많이 변했습니다.

지금도 적대감이 있고 또 과거의 적대감이 있던 나라들도 오늘 세상이 변해서 그런지 평양에서 행사를 하면 다 같이 참가하는 이런 모습은 아주 좋은 모습이라고 봅니다.

‘세상 사람들이 다 오고 해외동포들도 다 오는데 남쪽에서도 왔으면 얼마나 좋았겠나’ 하는 마음도 없지 않았습니다.

제 생각에는 북에서 경사가 나면 남쪽에서 집단으로 몰려와서 축하해 주고, 또 남에서 경사가 나면 북에서 내려가서 같이 즐겁게 쇠면(보내면) 좋겠습니다.

그런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장관 = 그런 날이 빨리 올 수 있도록 열심히 협력하고 열심히 화해하고 평화를 이루도록 노력합시다. 온 민족이 다 기대하고 있으니 하나하나 풀어가도록 합시다.

수십년 세월을 돌이켜보면 우리가 참 많이 와 있습니다.

더 가야 할 지점이 많이 남아 있으니 가다 보면 그런 날도 오지 않겠습니까.

저는 흔히 실사구시라는 말을 많이 씁니다.

북측 입장에서 보면 실리주의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남과 북이 평화협력에서 보면 서로 뜻이 같고, 작은 차이는 있지만 어디로 가야한다는 것에 대해 공감이 있습니다.

이제 상대를 제압한다는 등 이런 식이 아니라 서로 하나하나 내놓고 의논하고 차이가 있는 것은 줄여가고 비슷한 것은 맞춰가는 실사구시 자세로 합시다.

그러면 이 어려운 대외정세 속에서도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질 것으로 봅니다.

▲권 단장 = 장관급회담을 몇차례 했지만 남측수석대표로 이종석 대표가 나온 것을 대단히 중시하고 있습니다.

어제도 이 수석대표께서 이번에 평양에 5번째 오셨다고 했는데, 그 숫자보다도 수석대표는 2000년 6월 우리 북남수뇌분들이 역사적인 상봉 때 남측 특별수행원으로 참가했습니다.

어제 TV를 보니까 역사적인 6.15공동선언이 채택되는 그 현장에서 열광적으로 박수치고 환희하는 이 장관의 환한 모습이 보였습니다(21일 호텔 자체채널을 통해 6.15 당시를 담은 녹화프로그램을 방영한 것을 지칭).

▲이 장관 = 나는 못 봤는데 우리 수행원이 그런 얘기를 하더군요.

▲권 단장 = 6.15 공동선언의 당사자이고 역사적 현장의 목격자인 이종석 선생이 회담에 참가하는 것은 참으로 의의가 있고 이전의 회담과는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라가 분단돼 55년 동안 이루지 못한 일을 우리 수뇌분들이 불과 55시간이라는 짧은 기간에 이루어냈습니다.

6.15공동성명이 채택된지 6년이 됐습니다.

세월이 흘러가도 6년 전 감동과 의지를 그대로 간직한다면 넘지 못할 산이 없고 건너지 못할 강이 없습니다.

물론 공동선언을 이행하는 과정에 탄탄대로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 앞에는 험한 삭풍치는 강물이 있고 험한 산도 놓여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피해가거나 가라앉기만 기다리면 갈 데가 없습니다.

대담하게 건너야 합니다.

우리 말에 ‘가는 길 험난해도 웃으며 가자’가 있습니다.

낙관을 가지고 회담을 잘 해서 내외와 온 민족의 기대에 부응하는 좋은 결과를 낳기를 기대합니다.

▲이 장관 = 저도 말씀에 동감합니다.

특히 어제 내가 TV에 비쳤다는 얘기를 듣고 여러가지 감회도 새롭고, 북측이 이번에 남측 국민들에게 큰 선물을 주려나보다 하고 생각해 기대가 큽니다.

험한 산 헤치고 오는 것은 남측도 자신이 있기 때문에 한 번 같이 잘 해 봅시다.

▲권 단장 = 어느 시인은 6.15에 대해 ‘끝나고 시작된 6.15’라고 했습니다.

시인의 말대로 우리 좀 잘 해봅시다.

▲이 장관 = 어제 다 대표들을 소개했으니 또 하지 말고 시작합시다.

▲권 단장 = 우리 장군님(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체면주의를 없애라고 했는데, 소개하지 말고 바로 시작합시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