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급회담 전문가 평가

제 20차 남북 장관급회담이 남북관계 복원의 계기를 마련한 점은 평가를 받았지만 열차 시범운행에 대한 구체성 결여와 ‘2.13합의’에 남북관계를 종속시켰다는 지적을 받았다.

북한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에서 차기 장관급회담, 적십자회담, 경제협력추진위원회 등에 대한 일정을 잡고 이산가족 화상.대면 상봉을 재개하기로 해 남북관계 복원을 위한 ‘물꼬’를 튼 것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지난해 무산된 열차 시범운행에 대해서는 양측이 장성급 회담을 통한 군사보장조치나 시기를 구체적으로 못박지 못한 점을 들어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또 쌀.비료 지원시점을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2.13합의’의 초기 이행조치 시한 이후로 미뤄 남북관계의 전면적 복원을 늦추고 남북관계가 북핵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여지를 제한했다고 지적했다.

쌀.비료 지원에 대한 명시적인 언급이 없는 점에 대해 남북이 서로 실리(북)와 명분(남)을 챙기는 ‘이면합의’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다음은 전문가들의 장관급 회담에 대한 평가다.

◇남성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좋게 말하면 무난한 합의고, 나쁘게 말하면 구체성이 좀 부족한 합의다.

7개월 이상 대화가 중단된 상태에서 구체적인 합의를 하는데는 남북이 모두 부담을 가진 듯하다.

남측은 쌀.비료 넣는 것이 부담이고, 북측은 열차 시험운행 시기 등을 못박는데 부담을 가진 가운데 일반적인 내용으로 합의했다.

다만, 당국간 대화 정례화를 위한 차기 일정이나 이산가족 화상.대면상봉 일정 잡은 것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열차 시험운행 구체적 시기나 장성급 회담 등 긴장완화를 위한 구체적 내용들이 빠졌다.

작년 7월5일 미사일 발사 이전까지만 돌아가는 수준에 머물렀다. 더 나갔어야 하는데…

식량.비료 지원문제는 표면화 하지 않고 경협위에서 어떻게 할 것인 지를 결정하기로 했다.

북은 시기를 양보하며 양을 확보했고, 남은 양을 양보하면서 시기를 얻은 이면합의가 있었을 것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남북관계연구실장

이번 장관급회담의 목표는 작년에 합의하고 이행에 옮기지 못한 것들을 논의하는 것인데, 작년에 무산된 열차운행과 관련한 군사적 보장조치에 대한 부분이 빠진 점이 아쉽다.

한국정부가 여론을 의식해 북한에 쌀과 비료 지원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경추위 회의를 6자회담 이행 초기조치 시한(4월14일) 이후로 미룬 점은 초기조치 이행여부를 보고 쌀.비료 지원규모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관철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내 정치를 의식해 강하게 나간 만큼 남북협력 전면화가 늦어진다는 측면을 고려하면 적은 분량이라도 비료지원을 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

열차운행 합의의 경우 장성급 회담을 통한 군사적 보장조치가 돼야 함에도 빠져 합의문 자체로만 봤을 때는 실현 가능성을 확신하기 어렵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남북관계 진전에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는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지만 대체로 너무 모범답안 같은 느낌이 든다.

공동보도문 문항만 보면 기대치에 비해 결과가 도드라지지 않는다.

특히 우리가 기대했던 군사당국자 회담에 대한 합의가 좀 더 구체화 됐어야 했다.

‘군사적 보장조치가 취해지는데 따라 올해 상반기 안으로 열차시험운행을 실시하기로’라는 표현은 시기를 못박지 못하고 너무 벌려만 놨다.

2.13합의에 따른 핵시설 폐쇄 시한에 남북관계 복원을 위한 장관급 회담을 종속시켰다.

쌀.비료 지원을 핵시설 폐쇄조치 경과를 보고 보내는 것으로 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시급한 남북관계의 조기 복원을 핵시설 폐쇄시한에 연결시켜 장관급회담 성과를 약화시킨 측면이 있다.

남북관계와 북핵문제 해결은 선순환 구조를 갖춰가야 하는데 북핵문제와 관련된 프로세스를 우선해 남북관계가 2.13조치를 추동할 수 있는 힘을 약화시킨 측면이 있다.

합의문에는 두리뭉수리하게 표현됐지만 비공식적으로는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있었을 것으로 본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