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급회담 의미와 전망

남북이 7개월만에 열린 장관급회담에서 6개항의 공동보도문에 합의한 것은 일단 지난해 7월 미사일 발사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단절됐던 남북대화를 복원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차기 장관급회담은 물론 하위 남북회담 일정에 줄줄이 합의함에 따라 우리측이 중점을 뒀던 남북대화의 정례화나 남북관계의 정상화에도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납북자 및 국군포로 문제를 논의할 제8차 적십자회담도 4월에 열기로 합의했다는 점과 열차시험운행도 비록 날짜를 박지 못하고 군사보장조치가 전제조건으로 걸려 있지만 상반기 시행에 의견을 모은 것도 주목할 만하다.

이산가족 상봉은 공동보도문에는 없지만 적십자 채널을 통해 예년 수준의 비료를 지원한다는 우리측 입장과 맞물려 타결됐다.

그럼에도 공동보도문 만으로 보면 전반적으로 북측보다 우리측 입장이 많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기조발언에서 나온 양측의 입장 가운데 우리가 제시했던 틀에 가깝게 공동보도문이 짜여졌기 때문이다.

북측이 기조발언에서 요구한 `민족단합 실현에 장애가 되는 법적,제도적 장치들을 철폐하기 위한 실천적 조치’ 부분은 공동보도문에서 `민족적 화해와 단합을 실현하기 위한 실천적 조치’ 수준으로 마무리된 것도 눈에 띈다.

이는 종전 장관급회담 합의문보다 우리 쪽 입장에 기울었다는 평이다.

더욱이 핵심 쟁점이었던 제13차 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협위) 개최 시기를 4월 18∼21일로 잡아 우리측 안을 관철한 것은 우리가 짜놓은 판 위에서 거의 모든 사안들이 타결됐음을 반증하는 대목으로 꼽힌다.

실제 북측은 회담과정에서 쌀 차관을 논의할 경협위가 이 달에 열려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우리측은 북핵 상황을 감안, `2.13합의’의 초기이행 조치 이행시한인 4월 15일 이후에 한다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쌀 차관을 지렛대로 북측의 2.13합의 이행을 강제할 수 있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절묘한 점은 제8차 적십자회담도 경협위 이전인 4월 10∼12일로 잡혔다는 점이다. 이 회담의 의제가 납북자.국군포로 문제의 해결인 만큼 쌀 차관을 염두에 둔다면 북측이 적십자회담의 성과를 무시할 수 없게 된 셈이다.

아울러 열차시험운행도 마찬가지다. 날짜를 잡지도 못했고 종전처럼 `군사적 보장조치가 취해지는데 따라’라는 전제조건이 붙어 있지만 이를 위한 경협위 위원 접촉이 오는 14∼15일로 잡힌 것이다.

그렇다면 과거 공동보도문과 달리 치열한 줄다리기 끝의 주고받기를 한 흔적을 찾을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대부분 주요 일정이 경협위 전에 잡히게 된 배경에 자연스럽게 눈길이 쏠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울러 북한이 2.13합의에 대한 이행 의지를 그대로 보여줬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관계자들의 방북을 초청하는 등 2.13합의의 `행동’에 나서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이는 향후 경협위를 통해 쌀 차관을 포함한 눈에 잡히는 성과가 예견되는 상황에서 `통 큰’ 접근을 했다는 시각인 셈이다.

실제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예년 수준으로 쌀, 비료를 원칙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설명, 북측의 요구에 대한 `구두 답변’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이와 함께 북한의 절박한 사정이 반영된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이는 지난 해 곡물 생산량이 소폭 줄어들고 남측의 쌀 차관 50만t이 전면 보류되면서 식량난이 가중된 상황이 반영됐다는 관측이다.

그렇다면 합의사항이 제대로 이행될 지가 관심사다.

바로 행동으로 옮겨야 할 것으로는 이산가족 화상 및 대면 상봉과 면회소 공사 재개, 열차시험운행 등이 꼽힌다.

아울러 후속 회담이 예정대로 진행되는 지도 주목거리다.

이산가족 상봉의 경우 대북 비료지원과 사실상 맞물려 있다. 따라서 이번 회담 직후에 북측이 적십자 채널을 통해 지원을 요구하면 곧바로 이행될 것인 만큼 예정대로 행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비료의 양은 북측 요구를 봐야 알 수 있지만 지난해 봄철 비료 수준인 15만t 정도를 북송하는 데 어느 정도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여기에는 600억원에 달하는 비용이 든다.

면회소공사의 경우 애초 올해 상반기를 전후해 마무리될 예정이었지만 7개월 넘게 공사가 중단되면서 연말까지 공정률을 70%까지 높인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문제는 상반기에 잡힌 열차시험운행이다. 양측은 이번에 사전협의로 경협위 위원접촉을 오는 14∼15일 갖기로 했지만 `군사적 보장조치가 취해지는데 따라’라는 조건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실제 종전에 열차시험운행을 합의할 때도 늘 들어가던 조건이었다.

더욱이 지난해 5월 행사 하루 전에 시험운행이 무산된 것도 군사적 보장조치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 2주 앞으로 다가온 위원접촉은 북측이 향후 남북관계에 임하는 태도를 엿보는 잣대가 될 전망이다.

군사적보장조치를 위해서는 군사 당국자회담과도 맞물려 가야한다.

하지만 이번 공동보도문에는 애초 기대와는 달리 군사당국자회담 개최에 대한 명시적인 문구가 빠졌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을 속단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더욱이 우리측의 연내 개통안이 합의문에서 누락되면서 시험운행을 하더라도 개통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일회성 행사에 그칠 가능성도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다만 우리측이 작년 6월 경협위에서 북측이 관심을 갖고 있는 경공업.지하자원 협력 합의의 이행 조건으로 열차시험운행을 걸어 놓은 상황이어서 북측의 행동을 유도하는 촉매 역할을 기대하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열차시험운행이 이뤄진다면 신발, 의류, 비누 등 생산에 필요한 8천만달러 규모의 경공업 원자재를 북측에 제공하고 우리 측이 북측 지하자원을 개발하고 상환받을 수 있는 경공업.지하자원협력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만일 열차시험운행을 계기로 군사회담이 열린다면 한반도 평화를 위한 군사적 긴장완화 및 신뢰구축을 위한 길을 닦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북측의 대응이 주목된다.

이와 함께 주목할 만한 합의사항은 제8차 적십자회담이다.

의제로 국군포로 및 납북자 문제 등 관심사항이 특정돼 있는 만큼 지난해 4월 장관급회담에서 우리측이 이 문제 해결을 조건으로 내건 대북 경제지원안을 북측이 수용할지 관심을 끌기 때문이다.

또 이번 합의에는 빠졌지만 이산가족 상봉행사의 정례화 문제가 거론될지도 관심사다.

이번 합의의 구조상 제13차 경협위는 최대 관심사로 떠오를 수 밖에 없다. 우리측은 이미 경협위에서 예년 수준의 식량 차관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보이는 만큼 2005년처럼 50만t을 제공할 경우 2천억원 안팎의 비용이 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협위 이전에 2.13합의의 초기조치 이행은 물론 적십자회담, 열차시험운행을 위한 접촉 등이 예정돼 있는 점은 이들 접촉이나 회담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지만 거꾸로 부작용도 낳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 부작용은 이들 회담 및 접촉의 결과에 따라 경협위가 흔들리는 상황도 초래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특히 공동보도문의 행간에 2.13합의의 이행이 식량차관 제공의 암묵적인 조건처럼 걸려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은 6자회담이 삐끗할 경우 남북관계 역시 곧바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자아내는 부분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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