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급회담 의미와 관전 포인트

제20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 남북이 어떤 얘기를 주고 받고 무엇이 난제로 부상할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번 회담은 6.15남북공동선언 다음 달인 2000년 7월 첫 회담이 열린 이후 6년 반 만에 회담 차수로 `성년’을 맞는 상징적인 자리다.

더욱이 2006년 7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에 열린 제19차 회담을 끝으로 남북관계가 경색된 지 7개월 여만에 열린 장관급회담인 만큼 그동안 소원했던 관계의 복원을 시도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나아가 6자회담 당사국 가운데 2.13합의 이후 첫 당국 간 고위급 공식 회담이라는 의미도 있어 보인다. 이 때문에 북한의 2.13합의 이행의지를 간접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가능성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특히 남북대화와 6자회담으로 짜여진 양대 대화 트랙이 동시에 돌아가면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이번 회담에 대해 “남북관계 정상화에 중점을 둘 것”이라며 “올해 분야별 남북대화 및 협력사업 일정을 구체화하고 합의나 약속했지만 이행되지 않은 것들을 진전시키는 방안을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비교적 신중한 태도가 엿보이는 발언이다. 한 번에 급진전을 모색하기 보다는 일단 시동을 걸고 서서히 가속페달을 밟겠다는 취지로 들린다.

이에 비춰 우리 측이 중점적으로 다룰 의제는 크게 2.13합의 이행 문제, 남북경협 현안, 인도적 사안, 하위 회담 일정 확정 등이 될 전망이다.

2.13합의 이행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과거 회담에 비춰 당연해 보인다. 북핵 문제는 2002년 10월 북핵 사태가 불거진 직후인 같은 달 19∼22일 열린 8차회담 때부터 우리 측이 장관급회담에서 꺼낸 핵심 의제였기 때문이다.

이는 북핵 해결과 남북관계 진전을 병행하는 전략에 따른 것이다.

이에 대해 외교 쪽이 아닌 대남라인으로 구성된 북측 대표단은 자기 소관이 아니라며 거부감이나 무덤덤한 반응을 보여 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막혔던 북핵 국면이 풀리는 국면인 만큼 2.13합의를 재확인하고 존중한다는 입장을 피력하는 선에서 쉽게 매듭지어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남북경협이나 인도적 사안의 경우 종전 합의의 이행을 점검하고 이행되지 않은 부분을 어떻게 실천에 옮길지에 포인트가 맞춰질 전망이다.

경협 쪽에서는 일단 작년 5월 북측 군부의 반대로 무산된 열차시험운행이 최대 관심사다. 특히 이는 남북 간 경공업.지하자원 협력의 이행을 위한 사전 조건으로 합의돼 있어 여러 현안이 맞물려 있는 형국이다.

남북열차가 움직이면 우리측이 의류.신발.비누 등 3대 원자재 8천만달러 어치를 제공하고 북측이 아연괴, 마그네사이트 클링커, 지하자원개발권, 생산물처분권 등으로 상환하는 경공업.지하자원협력이 이뤄지는 것이다.

그밖의 경협 현안으로는 ▲2000년부터 논의됐지만 큰 진전을 보지 못한 임진강 수해방지 사업 ▲2005년 합의했거나 공감대를 보인 수산업.농업.임업 협력 ▲작년에 합의한 한강하구 골재채취 사업과 경제.지원분야의 제3국 공동진출 방안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서해상 공동어로를 골자로 한 수산협력과 임진강 수방사업, 한강하구 골재채취는 물론 열차시험운행도 북한 군부의 결단에 따른 군사적 보장이 필요한 사안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이들 문제의 진전을 보기 위해서라도 우리측은 이번 회담에서 제5차 장성급군사회담이나 제2차 국방장관회담의 날짜를 잡으려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는 북측 군부의 판단에 달려 있어 쟁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 같은 경협 현안 가운데 대부분은 제13차 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협위)의 날짜를 잡아 추후 논의하는 쪽으로 미룰 가능성이 있지만 농업협력의 경우 경협위처럼 차관급회담에서 논의되는 만큼 이번에 택일이 이뤄질 수도 있어 보인다.

이밖에 경제시찰단 교환 방문 문제도 미이행 합의사항으로 남아 있다.

인도적 현안으로는 우리측에서 납북자.국군포로의 해법과 이산가족 상봉 재개,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 건설 재개 문제 등을 거론하겠지만 이는 북측에 대한 우리측의 인도적 지원과도 맞물려 있는 모습이다.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이후 우리 측이 쌀.비료 지원 유보한데 대해 북측이 반발하면서 이산가족 상봉을 중단하고 면회소 공사 인력을 쫓아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북측은 당연히 농번기를 앞둔 비료 지원과 보릿고개를 앞둔 쌀 차관을 요청할 공산이 크다.

우리 측은 이에 대해 비료는 몰라도 쌀 차관은 과거 관례를 들어 경협위를 통해 구체적인 합의를 이뤄야 한다며 뒤로 미루려 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도 핵실험을 떠올리는 대북 여론을 감안할 때 한 번에 모든 지원에 합의할 경우 정치적 역풍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는데다 북한이 2.13합의 이행 정도를 대북 지원의 고려요소로 보는 기류도 역력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우리측은 북측이 작년처럼 45만t의 비료를 요청하더라도 총량에 한 번에 합의하지 않고 이번에는 10만∼20만t 수준에서 타결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는 북측의 이행상황에 연동해 잘게 쪼개 접근하는 전술에 해당한다.

북측이 통큰 접근을 요구할 경우 남북 간에 마찰이 벌어질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특히 북측이 2005년 12월부터 제기해 온 이른바 정치적.군사적.경제적 `3대 장벽 철폐’ 문제를 재론할 경우 최대 장애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중 참관지 제한을 철폐해 달라는 요구가 그동안 핵심 쟁점이 돼 왔지만 군사적 장벽에 해당하는 이른바 `외세와의 모든 합동군사연습’ 문제도 한미 연합전시증원(RSOI) 연습을 앞둔 시점이라 민감한 사안으로 꼽힌다.

하위 회담 가운데 이번에 날짜가 잡힐 만한 것은 경협위와 적십자회담 ,군사당국자회담 정도가 꼽힌다.

이 가운데 경협위의 경우 경협 관련 각종 회담과 접촉을 총괄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는 만큼 이르면 3월 중에 잡힐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부 안팎의 관측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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