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급회담 성과와 과제

남북 양측이 평양에서 열린 제16차 장관급회담에서 난산 끝에 공동보도문 도출에는 성공했지만 남겨진 과제 역시 적지 않다.

이번 회담에서 남측이 북측에 대해 평화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하면서 남북 양측이 한반도의 공고한 평화보장을 위해 적극 노력키로 합의한 대목은 일단 진일보된 합의로 평가된다.

그동안 장관급회담은 경제협력과 사회문화교류 논의에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왔던 점에 비춰 앞으로의 논의를 정치.군사 영역으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이와 함께 11월초 이산가족 추가 상봉과 화상상봉의 두 차례 추가 실시, 적십자회담을 통한 국군포로 문제의 해결, 17차 장관급회담의 12월 제주 개최 등 남북회담 및 교류 일정에 합의한 것도 나름대로 성과로 볼 수 있다.

또 경제협력 장애 제거를 위한 조치에 합의함으로써 앞으로 남북 양측의 경제협력 관련 제도개선도 속도가 빨라질 전망이며 북측이 요구한 체면주의 탈피에도 합의가 이뤄져 앞으로 남북관계의 현재 상황을 바꾸기 위한 다각도의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6개항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이번 장관급회담은 회담 외적인 성과가 더욱 풍성하다.

현대와 북측이 금강산 관광 등을 놓고 가파른 대립으로 치닫던 상황에서 정부는 북측의 금강산 관광 지속 의지 표명 및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과의 면담 약속을 이끌어 냈기 때문이다.

또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은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의 북미관계 정상화 의지와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관계정상화 회담 조기개최 희망을 북측에 전달했다.

그동안 정부가 자임해온 주도적.중재자적 역할이 돋보인 부분으로 남북간 대화채널의 유용성을 입증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안팎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이번 회담은 아쉬운 점도 적지 않다.

우선 정동영 장관이 베이징에서 열리는 6자회담과 관련해 북측의 결단을 지속적으로 촉구했음에도 불구하고 북측은 여전히 경수로 건설 요구 주장을 접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평양에서 6자회담을 측면에서 지원하겠다고 했던 정동영 장관의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모양새가 됐다.

특히 북한이 체제안전에 대해 느끼고 있는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힐 차관보의 북미관계 정상화 의지가 전달됐음에도 북측이 핵폐기를 결단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아쉬움을 남긴다.

여기에다 북측이 이번 회담에서 국가보안법 철폐와 합동군사연습 중지를 요구한 점은 당국간 회담 채널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남기고 있다.

북측의 이 같은 주장으로 남북간 공동보도문 조율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채 공전을 거듭하다 16일 오전에야 극적인 실마리를 찾은 것 역시도 구태의 반복이라는 지적이다.

그동안 여러 차례 합의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는 군사 당국간 회담 개최문제에 대해 ’건의’ 수준으로 합의를 마친 것도 앞으로 풀어가야 할 숙제로 남았다.

정부 당국자는 “모든 문제를 한번의 회담으로 합의할 수는 없는 일 아니냐”며 “남북 양측의 입장을 고르게 반영한 이번의 성과를 바탕으로 남북간에 추가적인 논의를 통해 진전된 남북관계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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