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급회담 사실상 결렬…“아직 쌀 못줘”

제21차 남북 장관급회담이 1일 오후 ‘공동보도문’을 채택하고 공식 종결됐다.

이번 장관급회담은 정식 의제로 볼 수 없는 ‘쌀 차관 문제’에 막혀 여타 의제에 대한 변변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해 사실상 결렬됐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과 권호웅 북한 내각참사는 이날 오후 3시 20분에 종결회의를 시작해 약 17분 만에 ‘공동보도문’을 채택하고 공식 일정을 마쳤다.

이 장관은 종결회의가 끝난 직후 브리핑에서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여러 과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회담은 공동보도문이 채택됐고 공식일정을 모두 소화했기 때문에 결렬된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장관급회담 결렬이라는 여론을 의식한 듯 “(장관급회담은) 경제협력과 군사적 긴장완화, 보건 의료지원 등 여러 분야를 관장하기 때문에 남북관계 틀은 6자회담보다 많은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번 공동보도문에는 구제적 의제에 대한 합의사항이 하나도 담기지 않았고 단지 “한반도의 평화와 남북 사이의 화해와 협력을 증진시키기 위한 문제들을 더 연구해 나가기로 했다”고만 밝혀 형식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그는 “이번 회담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남북 간 합의돼서 차관계약서까지 교환돼 사실상 쌀 지원이 됐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며 “이 문제에 대해 솔직하게 설명을 했고 이 과정에서 남북 간에 문제 해결을 위해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고 했다.

이어 “다만 2.13 합의 초기조치 이행은 한반도 평화정착과 한반도의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데 가장 중요한 과제”라며 “이 문제가 풀리는 게 우리 국민이 가장 크게 염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쌀 차관은 국민적 지지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측은 회담 기간 남북이 합의한 사항을 이행해야 신뢰를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이른바 ‘민족중시’와 ‘민족우선’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이와 관련, 고경빈 남측 회담 대변인은 “북핵 문제와 관련해 아무런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쌀 지원은)국민적 공감대를 얻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이번 회담 결과가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남북은 6.15 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의 성과를 평가하고 보다 높은 차원의 발전 필요성에 공감대를 이뤘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실상 회담이 결렬됨에 따라 당장 보름 앞으로 다가온 ‘6.15공동선언 7주년 기념 민족통일대축전'(14~17일)이 예정대로 개최될 수 있을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애초 이번 회담에서 당국대표단의 참가범위 등 행사계획에 대해 협의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었지만 얘기조차 제대로 꺼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진 북측이 6.15행사에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어 예정대로 당국공동행사가 열릴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이와 함께, 27일부터 폴리에스테르 단섬유 500t을 시작으로 북송을 시작키로 한 경공업 원자재(8000만 달러) 지원이 계획대로 진행될지도 관심사다.

하지만 경공업 원자재의 경우 회담 결렬과 상관없이 지원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회담전 통일부 관계자는 “경공업 원자재 지원은 2.13 합의가 아닌 지하자원 개발과 연계돼 있다”며 북핵 문제와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올해 광복절과 추석을 전후로 예정된 이상가족 상봉행사가 예정대로 열릴지도 주요 관심사다. 남북 당국은 올해 추석(9.25)을 전후로 남북 100가족씩 제 16차 이산가족 대면상봉을, 광복절(8.15)과 추석을 전후로 각각 남북 40명씩 화상상봉을 추진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일각에선 이산가족 상봉행사의 경우 아직까지 시간적인 여유가 남아 있기 때문에 지금 당장 우려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이다.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가 아직까진 해결기미가 보이진 않지만 어떤 식으로든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겠느냐는 다소 희망 섞인 관측 때문이다.

때문에 이번 장관급회담 결렬에도 불구하고 지난 제19차 장관급회담 처럼 이후 남북관계가 급속하게 경색되지는 않을 것이란 게 회담장 안팎의 분석이다. 실제 공동보도문이 채택된 것도 내용은 부실하지만 남북 서로가 최악의 상황은 피하려 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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