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급회담, 납북자문제 실마리 찾을까

제18차 남북장관급회담이 21일 나흘 간의 공식일정에 들어가면서 최대 쟁점이 될 납북자 문제에 대한 논의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리측은 북핵 및 군사적 긴장완화 등 평화체제 문제와 남북이 서로 이익을 볼 수 있는 상생(相生)의 경협 확대를 핵심 의제로 잡고 있지만 납북자.국군포로 문제도 주된 의제로 부각시킬 전망이다.

특히 정부가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해 과감한 대북 지원 의지를 밝히고 일본인 납북자 요코다 메구미의 남편이 한국인 납북자 김영남씨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계기가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부 당국자는 “국군포로, 납북자, 이산가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라며 “분단이 낳은 비극적 고통의 해소를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망은 밝지 않다. 북측이 그동안 납북자.국군포로 문제에 대해 거부감을 보이며 예민하게 반응한데다 이념적, 역사적 성격이 강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이는 지극히 인도적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동족상잔에 이은 적대적 대치 속에서 발생한 사안인 만큼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냉전을 넘어 이념적으로 화해하는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난제가 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이번 회담에서는 진전된 합의에 이르기 보다는 우리측이 납북자 문제의 해결을 위해 대북 경제지원 의사와 함께 그 내용을 설명하고 북측의 반응을 살피는 탐색전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 납북자 문제 어디까지 왔나 = 납북자.국군포로 문제가 이번에 처음 거론되는 것은 아니다.

작년만 봐도 15∼17차 장관급회담에서 매번 거론됐다.

15∼16차 때는 적십자회담을 열어 `전쟁 시기 소식을 알 수 없게 된 사람’의 생사확인 문제를 논의키로 합의했고 17차의 경우 “적십자회담을 열어 상호 관심을 갖는 인도주의 문제들을 협의, 해결한다”는 우회적이고 포괄적 문구가 들어갔다.

종전에는 주로 적십자회담에서 다뤄졌다.

우리측은 2000년 6월말 제1차 적십자회담 때 “불행했던 남북관계로 본인 의사와 상관 없이 북측 지역에 가서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이산가족의 귀환사업도 전개하자”며 에둘러 제의한 이후 적십자회담에서 매번 이 문제를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 2002년 5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방북한 박근혜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전쟁 당시 행방불명된 군인의 생사를 확인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을 계기로 전기가 마련되는 듯 했지만 큰 진전을 보지는 못했다.

그 후 2002년 9월 4차 적십자회담에서 `지난 전쟁시기 소식을 알 수 없게 된 자들에 대한 생사.주소확인 작업을 협의, 해결한다’는 내용이 처음으로 합의문에 들어갔다. 하지만 전후 납북자 문제에 대해서는 북측이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북측이 `납북자’라는 용어만 나와도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지난 2월 열린 7차 적십자회담에서 `이산가족 문제에 전쟁시기 및 그 이후 시기 소식을 알 수 없게 된 사람들에 대한 생사확인 문제를 포함시켜 협의.해결한다’고 합의한 점은 진전 사항으로 꼽을 수 있다.

우회적 표현이기는 하지만 처음으로 그 대상이 `전후 시기’까지 확대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군포로와 납북자를 별도의 틀에서 다루는 것에는 실패하면서 여전히 이산가족의 범주 안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 대북지원 연계방안 왜 나왔나 =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의 대북 지원 방침은 이종석 통일부 장관이 지난달 10일 “우리 나름의 창조적 발상을 해 보겠다. 하지만 국민에게 부담이 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밝히면서 나왔다.

이 장관은 지난 7일에는 “전략적 접근을 하겠지만 접근과정에서 비용이 들 수 있다”고 말한 데 이어 17일 국회에서는 “납북자 문제를 풀기 위해 과감한 경제적 지원 방식을 제안할 생각”이라며 강도를 높여갔다.

이런 움직임은 미리 애드벌룬을 띄워 국내 반응을 파악하는 동시에 북측을 향해서도 장관급회담을 앞두고 메시지를 던져 본격적인 논의를 준비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대북지원 연계 방안이 나오게 된 것은 직접적으로는 그동안 국군포로.납북자 문제의 해결을 위한 정부의 다각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측이 이렇다할 반응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해당자들이 고령으로, 문제 해결이 하루가 급한 사정도 감안됐다.

일각에서는 대북지원이 인도적인 사안을 풀기 위한 성격을 띠는 만큼 남북경협에 부정적인 국내외 일부 시각을 잠재울 수 있다는 고도의 판단도 작용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 북 저울질 결과 나올까 = 북측도 나름의 준비를 하고 회담에 임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번에는 구체적인 반응이 나오지 않을 공산이 커 보인다.

우선 우리측이 밝힐 대북지원의 내용을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안의 성격상 북측 내부의 의견 조율과 최고 지도자 차원의 `결단’이 필요한 만큼 지원내용이 자신들에게 절실한 것인지,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 등을 검토하는 과정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인 셈이다.

특히 우리측 제안 자체가 현재로서는 납북자 문제 해결과 대북 대가 제공이 맞물려 있는 양상이어서 북측은 수용하더라도 `몸값’이라는 인상을 피할 수 있는 명분을 중요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경제적 수혈이 다급한 상황이지만 납북자 문제 해결에 선뜻 동의한다면 결과적으로 과거에 발생한 납북자 문제를 시인하는 꼴이 되기 때문에 북측으로서는 딜레마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최근 한반도 정세도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6자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지고 미국과 중국의 대북 정책이 변화 조짐을 보이면서 `미묘한 흐름’ 속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북측이 `통 큰 결단’을 내리기에는 정세가 우호적이지 않은 것이다.

일각에서는 2002년 9월 김정일 위원장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 사이에 이뤄진 북일 평양선언이 가져온 전례를 떠올리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평양선언 3항은 “일본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관련된 현안에 대해 북한은 북일 관계가 비정상적인 관계였던 때 발생한 유감스러운 문제라고 밝히고 앞으로도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한다”고 돼 있다.

이 대목은 북한이 일본인 납북을 사실상 시인한 것으로, 이른바 `고백외교’로 불린다.

하지만 그 후 일본인 납북자 요코다 메구미의 유해 감정 결과를 놓고 양측이 충돌했고 납북자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대북 여론이 악화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결과적으로 일본의 전례를 고려할 때 우리측 납북자를 송환하는 과정에서도 남측의 대북 인식이 나빠질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인 셈이다.

이렇듯 악재가 산적해 있는 만큼 이번에는 북측의 판단을 바로 기대하기보다는 우리측 제안에 대한 북측의 반응을 타진하는 선에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우세한 편이다.

물론 뚜껑을 열어보지 않은 상황인 만큼 북측이 심각한 경제난을 감안, 긍정적인 답을 내놓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전반적인 상황에 비춰 공동보도문에 들어가더라도 `전후’ 시기를 처음 언급한 지난 2월 7차 적십자회담 합의문에서 조금 진척되는 수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정부 안팎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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