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급회담 공통점과 쟁점 비교

남북은 14일 제17차 장관급회담에서 올해 남북관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차기 이산가족 상봉 시기에 대해서도 공감하는 모습을 보인 반면 향후 방향에 대해서는 적지 않은 차이점을 드러냈다.

전체회의 기조연설을 뜯어보면 올해 남북관계에 대한 양측의 평가는 비슷했다.

우리측은 북측처럼 올해에 국한하지 않고 6.15 공동선언 이후 지난 5년간을 평가했다는 점이 눈에 띄지만 올해에 대해서도 “냉전구조 해체와 남북관계 발전에 새로운 토대를 구축했다”고 분석했다.

북측 역시 올해를 “6.15 공동선언 이행에 새 전기가 마련됐다”며 “군사당국자회담과 군사분계선 선전물 철거, 군 당국간 서해직통전화 개설 등을 통해 무력충돌 위험을 막고 공고한 평화를 이루기 위한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양측 모두 군사적 긴장완화를 성과로 꼽은 점은 주목할 만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인식은 장관급회담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성사되지 못하고 있는 장성급 군사회담이나 제2차 국방장관회담의 개최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주기 때문이다.

북측은 또 경제협력협의사무소 개설, 북관대첩비 반환 등도 성과로 꼽았다.

13차 이산가족 상봉 시기에 대해서는 설을 계기로 금강산에서 하되, 혹한기를 피해 3월에 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화상상봉 추가 개최에 대해서도 이견이 없었다.

반면 향후 남북관계의 방향과 실천과제를 제시한 대목에서는 차이를 보였다.

우리측은 한반도평화체제 구축, 남북경제공동체 형성, 인도적 문제 해결을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한 3대 축으로 내놓으면서 중장기 목표를 제시한 반면 북측은 상대방 비난 중지와 상대방 지역을 방문하는 자기측 주민의 방문지 제한 해제, 모든 합동군사훈련 중단 등을 요구했다.

세부내용까지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우리측 제안이 포괄적이고 장기적이라면 북측은 종전 요구에 방문지 제한 해제 문제를 추가한 구조를 가진 것으로 해석된다.

남북이 주도적으로 협의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우리측이 강조한 것은 이미 6자회담의 9.19 공동성명을 통해 평화체제 협상을 갖기로 합의한 연장선에서 평화체제 논의를 남북간에 본격화하려는 시도로 받아들여진다.

종전 남북관계를 주도했던 경협에 그치지 않고 정치군사적 긴장완화 분야로 관계의 폭을 넓히면서 종국에는 평화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게 우리측 기본입장에서 나온 것이기도 하다.

경제공동체를 만들자는 제안은 2020년까지 남북 간에 물자와 사람, 자본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하자는 우리 정부의 비전을 깔고 있다.

그 실천방안은 금강산관광, 개성공단, 철도.도로 등 종전 3대 경협을 계속해 나가되 남북 간에 합의한 농업ㆍ수산ㆍ경공업ㆍ지하자원 협력 등으로 분야를 확대하고 그 다음에는 물류, 통신, 에너지 등 3대 네트워크 인프라사업까지 포괄한다.

이런 평화체제 구축과 경제공동체 형성은 그 실현과정에서 상승작용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참여정부의 평화번영정책의 골간을 이루고 있다.

이에 대한 북측의 반응은 아직까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우리측은 아울러 경의선 철도의 이용방안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종전에 철도 시험운행에 초점을 맞춰 합의까지 봤지만 진척을 보지 못한 상황에서 활용방안을 내놓으면서 필요성을 지적하는 접근법을 시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례로 개성공단 물자나 대북 지원물자 수송에 쓰자는 방안을 떠올릴 수 있다.

반면 북측의 제안을 보면 우선 합동군사훈련 중단 요구는 북측이 북침전쟁연습으로 간주하는 을지포커스렌즈(UFL) 등 한미합동군사연습을 지칭한 것으로 과거에도 몇 차례 등장했던 요구사항이다.

비방중단도 지난 15차 회담을 포함해 과거 장관급회담에서 주장한 적이 있다.

이는 북측이 2003년 8월부터 대남방송인 ‘구국의 소리방송’을 중단하고 남측의 대북방송 중단을 촉구한 연장선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2003년 7월 열린 제 11차 장관급회담에서 양측은 공동보도문에서 비 방방송 중지 문제를 검토한다는 방침을 명시했고 작년 2월 열린 제13차 장관급회담 에서도 이 문제를 ‘계속 협의’ 사안으로 다뤘다.

우리측은 과거에 사회문화협력분과회의가 출범하면 그 자리에서 구체적으로 협의해 나간다는 입장을 견지한 바 있다.

이번에 새롭게 등장한 것은 방문지 제한 해제 요구다. 우리측 주민이 북측에 갔을 때 방문장소 제한을 풀어달라는 게 요지다.

정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복잡한 문제”라고 한 뒤 “북측은 자신들은 당국과 민간이 합동으로 국립현충원을 방문했는데 남측은 그렇게 적극적인 조치를 하지 않는다는 데 불만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 8월 북측 8.15 대표단이 사상 처음으로 국립현충원을 방문한 데 따른 일종의 상호조치를 요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립현충원에 상응하는 북측의 장소로는 혁명열사릉이나 애국열사릉을 꼽을 수 있으며 김일성 주석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기념궁전도 들 수 있다.

우리측에서는 아직 정부 대표단이 북측 묘역을 참배한 적은 없지만 북측 8.15 대표단이 서울에 다녀간 직후에 평양을 찾은 민주노동당 방북단이 애국열사릉을 다녀온 적이 있다.

우리 정부는 명시적으로 제한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자칫 사안에 따라서는 국가보안법에 저촉될 우려가 있고 남남갈등을 촉발할 가능성도 있어 보여 당장 해법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북핵 문제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볼 수 있듯이 이번 회담의 주요 쟁점의 하나가 되고 있다. 우리측이 6자회담 이행과정의 난관을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며 9.19 공동성명의 틀을 살려나갈 것을 요구했지만 북측으로부터 별 반응이 없었기 때문이다.

회담 관계자도 북측의 반응에 대해 “진지하게 들었지만 즉답은 없었다”고 했다.

이는 과거 장관급회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북핵 문제를 외교라인 사이의 문제, 북미간 문제로 보고 있는 북측 입장에서는 당연한 반응일 수 있다.

이 때문에 이번에도 북핵 관련 문구를 공동보도문에 넣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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