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급회담 공동보도문 낼 수 있나

남북 대표단이 사실상 제19차 장관급회담 마지막 날인 13일을 맞으면서 공동보도문을 낼 수 있을 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회담 관계자들에 따르면 남북은 12일 오전 전체회의를 가진 뒤 오후에 수석대표 및 실무대표 접촉을 잇따라 가졌지만 아직까지는 입장 차를 거의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공동보도문의 초안도 아직 서로 교환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져 회담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통상 공동보도문 초안은 이르면 전체회의 뒤 교환되기도 하는데 이번에는 회담을 바라보는 양측의 입장이 워낙 달라 아직까지는 초안 교환의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이날도 북측 제안으로 오전 10시30분부터 수석대표 접촉을 갖고 의견을 조율했다. 정부 당국자는 “현재 상황으로는 입장이 좁혀질 지 좁혀지지 않을 지 쉽게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오후부터 공동보도문 작성 시도할 듯 = 남북 대표단은 이날 오전 수석대표 접촉이 끝난 뒤 오후부터는 공동보도문 작성을 시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남측 대표단은 공동보도문에 미사일 추가 발사 중단 및 6자회담 재개와 관련된 긍정적인 문구를 집어넣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물론 ’6자회담을 재개한다’는 명확한 합의에 이르면 좋겠지만 지금의 분위기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또 재개 시점을 못박지는 않더라도 ’핵 문제 해결을 위한 가장 좋은 해법은 6자회담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는 등의 다소 모호한 표현으로 절충하는 방안도 상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남측은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설득하기 위해 수석대표 및 실무대표 접촉에서 미사일 발사에 따른 국제 정세의 불안, 특히 일본이 선제공격까지 언급하며 초강경 대응하고 있는 점을 집중 부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사일 발사에 대해 남북의 시각 차가 크지만 그 결과로 나타난 일본의 대응과 관련해서는 서로 공감하는 부분이 있어 6자회담 복귀의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북측이 남한을 사정권으로 하는 스커드 미사일을 동시에 발사한 것은 북쪽이 그토록 강조하는 ’우리민족끼리’ 정신을 무색하게 하는 행위로 납득할 수 없다는 점을 강하게 지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대표단은 전날까지는 우리 측 주장에 “7월 6일 외무성 대변인이 밝힌 대로 이해해달라”고 회피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12일 접촉이 끝난 뒤 평양에 우리 측 주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져 이날 접촉에서 변화된 태도를 보일 지 주목된다.

북한 대표단은 각종 접촉에서 기조발언에서 밝혔던 쌀 50만t 차관 및 경공업 원자재 제공 등을 다시 요구했지만 우리 대표단은 6자회담 복귀 문제가 실마리를 찾지 않는 한 어림도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6자회담 재개를 쌀 차관 및 경공업 원자재 제공 논의와 연동해 풀어나간다는 입장을 공동보도문에 넣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낙관적 관측도 흘러나오고 있다.

◇ 아직까진 비관론이 우세 = 하지만 아직까지는 이 같은 낙관론보다는 공동보도문을 내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는 비관론이 회담장 안팎을 둘러싸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현재 평양을 방문해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과 만난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의 설득 노력이 별 효과를 못보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더욱 짙어지고 있다.

북한 대표단이 6자회담 재개에 대해 판단할 수 있는 외교라인이 아닌 대남라인이어서 평양 분위기에 따라 6자회담 재개에 대한 태도가 달라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부산에서의 설득 노력이 평양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한다. 북한이 현 상황에서 가장 절실하게 원하는 것이 우리가 제공을 유보한 쌀 차관이라는 논리에서다.

그럼에도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지 일주일 남짓밖에 안됐는데 벌써 ’항복’을 뜻하는 6자회담 복귀를 선언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여전히 우세하다.

따라서 남측 대표단은 공동보도문을 내지 못할 가능성을 회담 시작 전부터 배제하지 않았고 지금도 이런 입장에는 변화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 7월 첫 장관급회담을 가진 이래 지금까지 장관급회담에서 공동보도문을 내지 못한 적은 2001년 11월 금강산에서 열린 제6차 장관급회담이 유일하다.

당시 회담은 9.11 테러 여파로 남북관계가 경색국면에 접어든 상황에서 열렸고 남북은 차기 회담 날짜도 잡지 못했었다. 이후 남북관계는 더욱 얼어붙었고 결국 7차 회담이 열리기까지는 9개월의 시간이 필요했다.

남측 대표단은 따라서 최악의 경우라도 대화의 모멘텀은 이어가기 위해 차기 회담 날짜를 담은 간단한 공동보도문이라도 작성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도 쌀 차관 및 경공업 원자재가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이슈인 점을 감안하면 대화의 틀은 유지하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측이 제기한 추석을 계기로 한 이산가족 상봉 등 다른 이슈들도 남측은 6자회담 재개에 대한 실마리가 풀리지 않는 한 공동보도문에 포함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6자회담 재개 문제가 풀리지 않는 한 다른 문제는 논의할 수 없다는 원칙에 따른 것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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