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급회담 개막…’쌀’ 때문에 쌀쌀해지나?

제21차 남북장관급회담이 29일부터 6월 1일까지 회담장이자 숙소인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나흘 간의 일정으로 개회됐다.

권호웅 내각 책임참사를 단장으로 하는 북측 회담진 26명은 이날 오후 3시50분께 고려항공 전세기편으로 서해 직항로를 통해 인천공항으로 입국했다.

이번 회담은 지난 2월 말 제20차 회담 이후 3개월 만이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이 취임 이후 줄곧 강조해온 ‘정치적 문제에 흔들리지 않는 남북관계의 정례화와 제도화’ 문제가 정착될 수 있을지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특히 이번 회담은 북한의 ‘2.13합의’ 미이행으로 대북 쌀 지원이 유보된 상황에서 열리게 됐다. 일각에서는 최악의 경우 제19차 회담과 같이 회담이 중도에 파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우리측 회담 대표단은 ‘쌀 지원 유보에 따른 회담 난항’이란 우려에 적잖게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이 장관도 촉각을 곤두 세우는 표정이 역력하다.

이 장관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들어가기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처음부터 2.13 합의와 연계한 것은 아니었다”며 “여러가지 이유로 인해 지연되고 있는 것”이라며 북한을 자극할 만한 표현을 삼갔다.

그는 이번 장관급회담에서 쌀차관 지연과 관련해 북한의 항의가 있을 것으로 보느냐는 지적에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안준다, 못준다는 것이 아니라 단지 지연되고 있는 문제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장관의 이같은 바람에도 불구하고 통일부 안팎에서는 북측이 어떤식으로든지 우리 정부가 쌀 지원을 유보한 것에 대해 불만을 표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북측의 입장을 대변해 온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도 28일 남한 당국이 북한의 2.13합의 이행 진전과 대북 쌀지원 문제를 연계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북측은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쌀 지원 유보에 대한 북측의 불만에 대해 우리 정부가 ‘단순 지연’이란 논리로 설득이 가능하다면 회담장 분위기는 반전될 수도 있다.

우리측은 이번 회담에서 ▲군사적 신뢰구축 등 한반도 평화정착 방안 ▲납북자·국군포로 문제를 비롯한 인도적 사업 ▲열차 부분개통과 개성공단 통행.통관문제 등 경협활성화 방안 등을 주요 의제로 제안할 계획이다.

우리 정부가 핵심 의제로 삼고 있는 ‘한반도 평화정착’과 관련해서는 북한의 2.13합의 이행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함과 동시에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군사적 긴장완화 및 신뢰구축 방안을 적극 논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부적으로 상주대표부 설치, 국방장관회담 개최, 남북 간 군사력 운용통제 및 상호검증 등 군비통제, 남북 국방장관 사이의 군사직통전화 설치, 대규모 부대이동과 군사연습의 상호 통보 및 참관 등이 제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군사문제와 관련해선 북측이 그동안 해당사안이 아니라며 장관급회담에서의 논의를 꺼려했기 때문에 구체적 합의가 이뤄지기는 힘들 것이란 분석이다. 따라서 구체적 합의는 아니지만 향후 논의의 장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주요한 의제로 삼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북측 대표단은 권 책임참사를 비롯해 주동찬 민족경제협력위원회 부위원장, 박진식 내각 참사, 맹경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부국장, 전종수 조평통 서기국 부장 등 지난 회담과 동일하게 구성됐다.

남측은 이재정 통일부 장관을 수석대표로 진동수 재경부 제2차관과 박양우 문화부 차관, 고경빈 통일부 정책홍보본부장, 유형호 통일부 국장 등으로 대표단이 꾸려졌다.

남북 대표단은 이날 저녁 이재정 장관 주재의 환영만찬에 참석하며 회담 이틀째인 30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서로의 기본 입장을 확인한 뒤 수석대표 및 회담대표 접촉 등을 통해 본격적인 의견 조율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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