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행 끝낸 통일장관 첫 행보가 6·15행사 참여?

김하중 통일부 장관이 오는 12일 서울에서 열리는 ‘6·15 공동선언 8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다. 지난 4일 옥수수 5만t 지원 협의 제의에 연이은 대북 화해의 제스처로 읽혀진다.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은 9일 “김 장관이 6·15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석할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고 말했다. ‘핵문제 타결 없이는 개성공단을 확대하기 어렵다’는 개성공단 입주인 간담회 발언 논란으로 야기된 긴 잠행을 깨고 공개적인 행보에 나선 셈이다.

겉으로는 행사 주최 측인 ‘김대중평화센터’의 초청에 따른 행보지만 속내는 남북관계의 수장인 김 장관이 직접 옥수수 지원을 제의했음에도 불구하고 북측이 ‘무응답’으로 일관하는 것에 대한 일종의 화해 제스처로 볼 수 있다.

북측이 계속해서 ‘6·15공동선언과 10·4선언 이행’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관계 주무부처의 수장인 통일부 장관이 성의 있는 모습을 보여 꽉 막혀 있는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해 보겠다는 계산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남북관계 주무부처의 수장이 대북 식량지원을 사실상 제의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있어 답답한 상황”이라면서 “긴 잠행을 끝낸 김 장관이 앞으로 공격적인 행보를 통해 남북관계의 변화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김 장관은 4일 공식 브리핑을 통해 “북측에 옥수수 5만t 지원을 위한 협의를 제의했다”면서 “우리는 이번 발표를 통해 북한에 다시 한 번 남북이 합의한 옥수수 지원에 대한 의사를 표명하면서 북한이 긍정적으로 호응해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동안 정부는 대북 식량지원과 관련, ‘선(先)요청 후(後)지원’ 원칙을 밝히면서 북한의 대남비방 정도, 북한의 정확한 식량사정, 국내여론 등 3가지가 중요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북한의 대남비방이 줄어들지 않으면서 남북관계의 경색국면이 장기화되고 있고, 한편으론 북한의 식량난에 따른 대북지원단체들의 ‘조건 없는 지원’ 압박이 거세지자 정부가 스스로 정한 원칙을 깨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김하중 장관의 이 같은 행보가 북측의 긍정적 태도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오히려 북측의 비방 공세에 따른 대남 ‘길들이기’ 전략에 말려드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북측은 그동안 남한이 저자세로 나올 경우 더욱 고자세를 취하는 대남전략을 취해왔다.

실제 이명박 출범 이후 북한 당국은 이명박 대통령을 ‘역도’로 김 장관에 대해서는 ‘반통일 역도’, 주무부처인 통일부를 ‘분열부’로 지칭, 최근까지 비난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오히려 ‘광우병 사태’를 매개로 반정부투쟁을 선동하고 있다.

통일부는 이미 지난달 펴낸 ‘통일교육 지침서’에서 6·15남북공동선언에 대해 “남북정상회담 추진과정이 투명하지 못했다는 점과 함께, 6·15공동선언문 속의 ‘우리민족끼리’의 협력과 ‘낮은 단계의 연방제’부분은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였다”며 부작용을 지적했다.

또한, 10·4남북정상선언에 대해서도 “북핵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북한의 변화가 미미한 가운데 합의∙추진된 남북간 교류와 협력, 대북지원 등은 국민적인 합의와 지지를 이끌어내는데 크게 미흡하였다”고 평가한 바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남북관계의 주무부처의 장이 북한의 눈치를 살피며 장기간 잠행해오다 기껏 공개 행사에 참석하는 것이 ‘6·15기념행사’라면 이를 납득할만한 국민이 얼마나 되겠는가? 스스로의 원칙을 허물고 북한의 비위나 맞추려 한다면 앞으로 남북관계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수 없음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지난 정부에서처럼 남북관계를 주도하지 못하고 오히려 가져다주면서 고개를 숙여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행태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보다 긴 호흡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있을 수 있지만 일희일비(一喜一悲)할 필요 없다.

바로 지금 통일부 장관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향후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성패가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국민들은 북한의 최근 태도에 대한 통일부 장관의 좀 더 당당하고 의연한 모습을 바라고 있다.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