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정타결 `비핵화 2단계 로드맵’ 뭘 담았나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 차원에서 30일 타결된 합의문은 2.13 합의에 명시된 비핵화 2단계 조치인 신고.불능화를 연내에 마치기 위해 북한과 나머지 참가국들이 각각 이행할 행동 계획을 담고 있다.

각 참가국들이 이틀의 휴회기간 문안에 대한 본국의 승인을 얻어야 합의문은 공식 채택된다. 그러나 회담 당국자들은 이변이 없는 한 2.13 합의문에 이은 9.19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제2단계 시공도면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합의문 무엇을 담았나 = 이번 합의문의 최대 성과는 비핵화 2단계인 핵프로그램의 신고와 영변 5MW원자로.재처리시설.핵연료봉제조공장 등 주요 핵시설의 불능화를 연내에 이행한다는 북한의 약속을 문안에 담은 것이다.

또 미국이 중심이 될 불능화의 주체 문제, 불능화 비용 부담 방안 등에 대한 초보적인 내용도 이번 합의문에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신고의 경우 보유한 플루토늄을 포함한 모든 핵프로그램을 신고 대상으로 한다는 내용과 함께, 농축우라늄 프로그램(UEP) 의혹은 신고 과정에서 해명한다는 취지의 문구가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신고 내역의 정확성에 대한 검증 관련 내용도 문안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번 합의문이 불능화의 기술적인 방법, 세세한 신고 대상 등을 명문화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실무그룹 차원에서 이미 합의되고 문서화한 것이 존재하며, 이번 합의문에는 그런 실무회의 합의 내용을 모두 승인한다는 식의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문구가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이번 합의문은 미국이 북한의 `불능화.신고 연내 이행’에 맞춰 이행키로 북측과 합의한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와 대 적성국교역법의 종료 계획도 추상적으로 담았다.

북한의 신고.불능화 이행은 연내라는 시한을 못박은 반면 미국이 이행할 이 두가지 조치는 시한을 담지 않은 채 `북한의 신고.불능화 이행에 맞춰 이행한다’는 식으로 표현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등의 시기 또한 북.미가 9월1~2일 제네바에서 열린 관계정상화 실무회의에서 합의한 바 있기 때문에 문안에 담지 않았을 뿐 이미 북.미 간에는 연내에 끝낸다는데 합의가 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한.미.중.러 등 4개국이 불능화와 신고 이행에 맞춰 북에 제공키로 한 중유 95만t 상당의 지원과 관련, 4개국이 번갈아가며 매달 5만t씩 중유 45만t을 북에 제공하고 나머지 중유 50만t 상당은 발전소 개보수 설비로 지원하되 쌍방 준비가 되는대로 제공한다는 내용도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합의문 도출 의미 = 2.13 합의가 북한 핵시설 폐쇄.봉인 등 9.19 공동성명 이행의 제1단계 시공도면이라면 최종 승인 절차를 거쳐 채택될 이번 합의문은 신고.불능화라는 제2단계 조치의 도면으로 볼 수 있다.

이행 과정에서 난항은 있을 수 있지만 연내에 신고가 제대로 이행될 경우 연내 신고할 대상에서는 빠진 것으로 알려진 북한 핵무기(또는 핵폭발장치)를 제외한 북한의 모든 핵 역량은 낱낱이 공개된다.

또 이번에 6자가 합의한 불능화 수준이 원상 복구에 약 12개월 걸리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불능화 이행 후 1년 동안은 북한의 핵능력 증산은 물리적으로 봉쇄된다.

극단적으로 말해 6자회담 틀이 깨지더라도 북한이 최소 1년간은 핵무기의 재료를 추가로 생산할 수 없게 된다는 얘기다.

아울러 이번 합의문이 예정대로 연내 이행된다면 내년 한해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또는 핵폭발장치)와 무기급 플루토늄의 처리, 대북 경수로 제공, 북.미 관계정상화, 한반도평화체제 등을 테이블 위에 올려 놓고 북한 비핵화를 위한 마지막 담판을 벌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때문에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들은 이번 합의문이 완벽하게 이행될 경우 북한 비핵화의 5부 능선 정도에는 올라서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이번에 합의가 나오면 미국 조야 등에서 일고 있는 북한 비핵화 의지에 대한 부정적 시선도 상당부분 약화될 것이며 그 만큼 6자회담의 동력은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합의문 이행에 난관 없나 = 합의문이 도출되더라도 그 이행까지 적지 않은 난관이 있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무엇보다 `행동 대 행동’ 원칙에 입각, 북한이 할 불능화.신고와 미국이 이행할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와 대 적성국교역법 적용 종료 시기를 비슷한 시간대에 맞출 수 있느냐가 변수로 거론된다.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의 경우 엄밀히 말해 북한의 불능화.신고 이행과 수학공식처럼 연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데 복병이 숨어있다고 외교가는 보고 있다.

현 미국 행정부는 북한의 신고.불능화 이행에 맞춰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북한을 삭제한다는 정치적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행을 위해서는 의회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또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는 미국 입장에서 북한의 `테러지원국’ 족쇄를 풀어주려면 자국민과 국제사회에 그 명분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도 변수로 거론된다.

뿐만 아니라 자국민 납치 문제 해결 전에는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지정을 해제해서는 안된다는 일본의 입장도 의외의 변수가 될 가능성이 없지 않아 보인다.

◇합의문 최종 도출까지 어떤 절차 거치나 = 이번 합의문은 일단 6자회담 수석대표 차원에서는 `도장’을 찍은 상태다. 남은 것은 본국 정부의 최종 승인을 받는 절차다.

만약 각국 정부가 문안을 최종 승인할 경우 의장국인 중국은 10월2일 합의문을 공식 채택하고 대외적으로 공개하게 된다.

미국.일본이 본국 훈령을 요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합의 문안에 반대할 나라가 나올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한 6자회담 소식통은 “채택될 가능성이 99% 이상이라고 본다”며 합의문 채택을 낙관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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