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통권 이양으로 사령부 나눠지면 위험”

(조선일보 2006-09-26)
리처드 아미티지 전 미 국무부 부장관에 대한 인터뷰는 행사를 주최한 ‘세계와 동북아 평화포럼’ 장성민(張誠珉) 대표가 맡았다. 장 대표는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출신으로 16대 의원을 지냈다. 다음은 아미티지 부장관 인터뷰와 각 주제별 세미나 발언 요약이다.

―노무현 정부의 전시 작전통제권 이양 요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작통권과 ‘자주’는 관계가 있다고 보나.

“모든 나라가 자주국방을 원하지만 어떤 나라도 100% 자주적이지 못하다. 한국이 자주국방을 외치면 미국의 누군가는 ‘한국이 따로 가려는 것이냐’고 오해할 수 있다. ‘자주국방을 실현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답하겠다. 그러나 그 비용을 생각하면 답이 꼭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작통권 단독행사 이후 한국의 안보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한미 양국은 군사적으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한쪽에서 반대하면 다른 쪽이 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양측 모두에게 작통권이 있는 것이다. 미국이 한국에게서 빼앗는 것이 아니다. 작통권을 단독행사해서 한미 두 사령부가 존재하는 것이 방위력을 높인다면 그렇게 하라. 그러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군(軍)에서는 통일성이 중요하다. 사령부는 하나가 있는 것이 효과적이다. 매우 중요한 것이기에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한다. 나 역시 애치슨 라인 사건(6·25의 한 원인이 됐음)이 다시 일어날까 걱정하는 사람이다. 반복돼서는 안 되는 역사다.”

―작통권 문제를 미 의회는 어떻게 보고 있나.

“미 의회는 전시 작통권이 어떻게 되든 간에 억지력의 약화가 아닌 강화로 이어지기를 원한다.”

―미국은 왜 작통권을 이양하려 하나.

“미국은 동맹인 한국을 기쁘게 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양 연도(2009년)에 대한 럼즈펠드 국방장관의 결정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한반도를 자유롭게 들락거리는 것)은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인가.

“미국이 정확하지 않은 용어를 사용하는 실수를 범했다. 전략적 유연성에 대해 ‘주한미군을 없애려는 것이냐’ ‘한국을 중국과의 대결에 끌어들이는 것이냐’는 등의 오해가 생겼다. 절대 그런 것이 아니다.”

―한국에서 왜 반미감정이 높아지고 있다고 보는가.

“한국민들이 사대주의에서 벗어나고자 몸부림치는 시기에 강대국에 대한 적대감이 생기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현재 미국은 북한의 모든 금융 줄을 차단해 나가고 있다. 이것이 효과를 볼 것으로 생각하나.

“북한은 고립을 자초했다. 북한은 그런 것을 잊어버리는지 모르나 나는 잊지 못한다. 북한은 호의적인 한국의 두 대통령과 클린턴 행정부의 제안을 거부했다. 미국 정책 입안자들이 가장 신경을 쓰는 시나리오는 (한국의 지원으로) 북한이 붕괴되지 않으면서 북한이 무기개발을 계속하는 것이다. 북한은 핵 프로그램을 중단함으로써 즉각적으로 제재를 모면할 수 있다.”

―북한이 핵실험도 할 수 있다고 전망하나. 그 경우 부시 대통령의 선택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북한은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고조시키기 위하여 핵실험을 이용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타당하다. 군사적 옵션이란 늘 존재하지만, 한·중·일의 이해가 너무 크게 걸려 있는 만큼 군사적 옵션은 최후의 선택이 될 것이다.”

―북한을 북핵 6자 회담에 끌어들이기 위해서 금융 제재를 철회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나.

“미국의 대 북한 금융제재는 (북핵 때문이 아니라) 북한의 위폐, 위조담배, 마약 등 불법 활동과 관련된 것이다.”

―한국은 북한에 대한 금융제재에 동참해야 하는가. 아니면 북한에 더 많은 인센티브를 주어야 하는가?

“근본적으로 한국인이 결정하여야 할 문제다. 그러나 그동안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 정책이나, 노무현 대통령의 평화공존 정책에 따라 북한에 많은 것을 주었지만 받은 것은 많이 없다고 본다. 일부 한국인들은 북한으로부터 받은 것은 하나도 없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김정일이 북한 국민에 대해서 그다지 배려하지 않는데, 한국민들이 북한 국민에 대해서 훨씬 더 많이 배려한다는 것은 합리적 사고가 아닌 것 같다.”

―북한이 핵실험을 언급하고 있는 시점에 일본과는 독도 분쟁, 중국과는 역사 분쟁 중이다. 주한미군은 감축되고 있다. 한반도의 영구 안전보장은 어떻게 마련될 수 있나.

“우리가 중국의 부상으로 고심하는 가운데, 불화를 조장하는 국가주의의 바람이 동북아에서 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영토 분쟁까지 겹쳐지면 상당히 위험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다가오는 미·중 시대의 한반도는 어떤 외교 안보적 생존전략을 만들어 나가야 하는가.

“전 세계 군사대국들, 경제강국들, 최대 인구의 국가들과 에너지의 최대 소비자들이 있는 곳이 아시아다. 세계의 전략적 무게 중심이 아시아로 옮겨가고 있다. 단순히 미·중 시대가 열리는 것이 아니라, 미·중·인도, 한·일·아세안 시대가 개막될 것이다. 어쨌든 국가적 가치와 민주주의의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온건파로 분류되는 부시팀 실세

리처드 아미티지 전 미 국무부 부장관은 부시 정권의 초기 핵심 실세 6명을 뜻하는 ‘불칸(Vulcan)’ 집단의 한 명. 2000년 10월 대선을 앞두고 낸 ‘아미티지 보고서’를 통해 미·일 동맹을 미·영 관계처럼 강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해 관철시켰다.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의 오랜 친구로, 미 국방부와 국무부에서 모두 일했다. 베트남전에서 특수전에 참여했으며 미군 철수 때 마지막까지 현장을 지켰다. 이라크전·대북정책에서 체니 부통령, 럼즈펠드 국방장관의 반대편에 서, ‘비둘기파’로 분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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