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통권 논란속 ‘군사기밀’ 노출 수준 심각

“연합사의 전쟁계획 일부 내용이 아무런 제약 없이 공개되는 나라는 아마도 한국 뿐일 것입니다. 전시 작통권 문제도 엄연히 군사기밀에 해당하는데..”

군 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13일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논란에 편승해 군 기밀이 아무런 제동 없이 공개되고 있는 작금의 현실이 우려스럽다”면서 이 같이 꼬집었다.

지난달 2일부터 촉발된 전시 작통권 환수논란 속에서 한미 연합사령부의 ‘작전계획 5027’의 일부 핵심내용 유출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군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과거 연합사나 합참의 작전.전력부서 등에 근무한 경험이 있는 예비역 장성과 안보 전문가들의 입에서 5027의 핵심 내용이 거침없이 공개되고 있고 일부 군 관계자들도 방어논리를 정당화하려고 맞장구를 치고 있는 형국이다.

연합사 작계 5027은 현재 군사 2급 기밀로 분류되어 있기 때문에 그 내용을 공개하면 군사기밀보호법에 저촉돼 처벌을 받게 된다.

이 법 제12조(누설)는 ‘우연히 군사기밀을 알게 된 자가 이를 누설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작계 5027’의 존재 여부에 대해 군은 90년대 말까지도 ‘NCND'(확인도 부인도 않는다) 입장을 유지하다가 불과 몇 년전부터 이를 인정하고 있다.

지금은 이 계획이 ‘북한군이 남침하면 한미 연합군은 북한군의 진격을 억지하고 있다가 미 증원군이 도착하면 반격을 개시해 북한군을 휴전선 이북으로 패퇴시킨다’는 내용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그러나 이 문서를 접해봤을 위치에 있었던 예비역 장성들을 비롯한 전문가들이 현재 언급하는 발언 수위는 한계를 넘어서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모 방송사의 심야토론에 참석한 한 예비역 장성은 “전쟁이 발발하면 한반도 상공에는 미 7공군의 전투기가 가장 먼저 뜬다”며 “출격하는 전투기 마다 너는 원산으로 가라, 너는 평양으로 가라는 등 개별적인 임무가 사전에 부여된다”고 말했다.

또 국책연구기관의 한 전문가는 공개논문에서 “한국은 ‘점령한 북한 땅이 한국군을 통해 통치하는 대한민국의 수복지역이 되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미국은 수복지역이라는 용어를 거부하고 ‘연합사가 관리하는 통제지역이 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북한지역을 ‘수복지역’ 또는 ‘통제지역’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군 관계자들은 손에 꼽을 정도다.

또 다른 전문가는 공개자료를 통해 “한미 양국은 작년 1월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한 작전계획 5029 협의를 중단한 바 있는데 이 작계에도 북한지역 관리.통제에 관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담겨있다”고 주장했다.

연합사 작전계획의 골격이 북한의 남침에 대한 방어적 개념이라고 한 당국의 설명과는 분명 차이가 있는 대목이다.

특히 이 같은 주장은 북한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것으로, 미사일 발사 이후 가뜩이나 냉각된 남북관계에 찬물을 끼얹은 격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치권 인사들의 발언 수위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한 의원은 최근 “정부의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에는 향후 북한 정권이 붕괴했을 경우나 만약 전쟁이 일어났을 때 북한을 수복하는 군의 주체가 어디인가의 문제도 있다”면서 “작전권의 주 책임자로서 북한을 관리하는 주체가 미군이 되는 것과 (작전권을 환수해) 한국군이 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통일 이후 여러 문제도 그렇고, 중국과의 관계에서도 그런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의 발언은 중국과의 관계 등을 고려할 때 한국군이 북한지역을 수복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마치 이번 기회에 ‘자신의 몸 값을 올려보자’는 한탕주의 ‘기밀 폭로’보다는 전시 작통권을 올바르게 환수하는 방안을 놓고 머리를 맞대야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참여연대는 13일 성명에서 “소위 ‘안보전문가들’의 시위는 미국의 협상력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소품으로 자기 스스로를 위치짓고자 하는 행동이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전시 작전통제권을 올바르게 환수하고 이를 통해 한반도와 세계평화에 기여하기 위한 주권국가다운 논의를 시작하는 일이 지금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