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 ‘대사상가’ 김용옥이 ‘진짜 모자라는’ 이유

시간이 좀 지나긴 했지만 그래도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자칭 ‘대사상가’ 도올 김용옥씨에 관한 이야기다.

人生識字憂患始(인생식자우환시)
姓名粗記可以休(성명조기가이휴)

‘문자를 알게 되면 사람의 우환은 시작되느니, 제 이름자나 겨우 쓸 수 있다면 편히 쉴 수 있으리’ 라는 말로 풀이할 수 있다. 중국 시인 소동파의 ‘石蒼舒醉墨堂(석창서취묵당)’이라는 시다.

첫 행에 있는 ‘識字憂患(식자우환)’이라는 구절은 ‘알기는 하나 제대로 알지 못해 일을 망치거나 남에게 걱정 거리를 안겨주는 사람’을 비유하는 말로 쓰이고 있다.

지난 7일 KBS스페셜에 출연해 ‘평양이야기’라는 주제로 방송 강의를 한 도울 김용옥 씨를 보며 퍼뜩 ‘식자우환’이란 말이 떠올랐다.

도올은 얼마 전, 정상회담 기간에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했다. 그는 방송 강의를 통해 방문 기간에 보고 느꼈던 것, 북한과 통일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가늘고 높은 특유의 억양으로 줄줄이 쏟아 놓았다. 생물학, 철학, 한의학, 신학 등 다채로운 학문적 편력을 자랑하듯 잡다한 지식을 뒤섞어 자신의 견해를 토해냈다. 자연히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 잡았다. 그러나 ‘달변’ 속에 담긴 주장과 그 사상적 뿌리를 곰곰이 따져보면, ‘식자우환’이란 탄식이 절로 나온다.

“김정일 위원장은 대단한 사상가이다. 판단력도 있는 사람이다. 중국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으니, 김 위원장이 오래 살아야 한다. 노 대통령이 김정일의 건강을 걱정한 것은 잘한 일이다. 나도 김위원장의 건강을 축원한다.” 김용옥 씨가 강의 초반에 한 말이다.

우선 김정일이 과연 대(大)사상가인가? 김정일이 쓴 논문은 1964년에 나온 ‘사회주의 건설에서 군(郡)의 위치와 역할’이라는 대학졸업 논문뿐이다. 김정일 명의로 된 나머지 모든 논문들은 모두 황장엽을 비롯한 철학자들과 당 선전선동부, 문서관리실에서 썼다. 대학졸업 논문도 사실은 지도교수가 대신 써준 것이다.

김정일은 말로는 민족과 인민, 평등을 내세운다. 그러나 행동으로는 인민을 억압하고 세상에서 가장 불평등한 나라를 만들었으며, 민족의 발전을 가로 막았다. 김정일은 대사상가가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위해 민족주의, 사회주의, 인본주의, 민주주의 등 온갖 사상을 동원해 사람들을 속이고 착취하는 ‘사상적 사기꾼’, 다시 말해 ‘대사기꾼’일 뿐이다.

대사상가라면 주민들을 잘 먹여살리고 나라 운영을 잘해야 하는데, 그 ‘대사상가’가 어떻게 해서 자기 나라를 빌어먹는 나라로 만들었나? 도올의 말이 도대체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김정일은 ‘사상적 사기’와 ‘물리적 폭력’으로 북한 주민을 죽음과 고통으로 몰아넣고 한반도 평화를 가로막고 있는 장본인이다. 이는 세상이 다 아는 일이다. 다양한 학문을 두루 섭렵한 자칭 ‘대사상가’라는 김용옥 씨가 이 명백하고도 단순한 사실을 보지 못하고 있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김용옥과 김정일 사이에는 공통성이 있다. 김용옥은 ‘대사상가’로 자처하지만 실은 ‘각종 사상에 대한 번다한 지식이 많은 철학 노동자’일 뿐이고, 김정일은 ‘사상의 대사기꾼’이다. 둘 다 대사상가는 아닌 셈이다.

두 사람은 차이성도 있다. 김용옥씨는 ‘대사상가’로 자처하면서 자기 자신을 잘 속이지만, 다른 사람을 잘 속이는 능력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김정일은 자기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들까지 다 잘 속인다. 그러니까 김정일이 김용옥씨 보다는 한 수 위이고, 따라서 김용옥씨의 눈에는 김정일이 ‘대단한 사상가’로 보이는 것이다.

한심한 ‘대사상가’…독재자 건강 축원, 역사의 심판받을 것

김용옥 씨는 또 중국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기 때문에 김정일 위원장이 오래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번 잘못 나가면 계속 잘못 나가게 되는 것인가.

중국의 당면 과제는 정치적 통일과 안정을 유지하면서 지속적으로 경제를 발전시키는 것이다. 지금은 정치적 안정이 매우 중요하다. 만약 중국이 북한을 점령한다면, 이같은 중국의 과제 실현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점령 과정에서 발생할 북한과 한국의 저항, 미국과 일본의 제재를 중국이 어떻게 감당할 수 있다는 말인가? 중국이 무엇 때문에 북한을 호시탐탐 노린단 말인가? 땅이 좁은가, 사람이 적은가?

중국은 다만, 북한이 대안 없이 붕괴하거나, 남한으로 급격하게 흡수되어 미국식 민주주의 체제가 들어서는 것을 경계할 뿐이다. 중국은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노력은 계속할 것이나, 북한을 점령할 의사도 능력도 없다.

국제정치와 중국에 대한 어설픈 지식을 들먹이며, 인간의 자유를 완전히 박탈하고 민족의 반쪽을 철저히 유린하고 있는 독재자의 건강을 축원하여 북한주민의 고통을 연장하는데 힘을 보태고 있는 ‘도올’의 모습은 우리 시대 식자우환의 모델이라 할 만하다.

김용옥 씨는 아리랑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아리랑은 쇼가 아니다. 북한 주민의 삶이다. 그들은 훈련을 통해 집단적 일체감을 얻고, 그들만의 가치관을 형성한다. 훈련과 공연 관람을 하면서 전국의 인민들은 ‘우리는 주체적으로 자발적으로 창조적으로 능동적으로 이 세계를 개혁해 나간다. 굶어 죽어도 좋다. 우리는 도덕적으로 명예롭게 살자. 잘 사는 게 뭐가 중요하냐’고 느낀다. 어마어마한 가치체계이며, 삶의 양식이다. 그들의 가치를 알려면, 아리랑도 봐야 한다.”

김용옥 씨는 김정일 독재가 강요하는 지배이데올로기와 북한 주민이 실제로 갖고 있는 생존 지침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 ‘주체적이고 자발적이고 창조적이고 능동적으로 살자’는 것은 북한 당국이 내세우는 기만적인 선전용 ‘통치구호’일 뿐이다. 북한에서 주체적이고 자발적이고 창조적이고 능동적으로 살자는 가치관에 따라 살 자유와 권리를 가진 사람은 김정일 한 명뿐이다. 2천3백만 인민의 대다수는 일체의 권리와 부를 김정일 1인에게 박탈당한 채, 개인 김정일을 위하여 노예적으로 강제적으로 기계적으로 피동적으로 살고 있다. 그것이 독재와 폭력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유일한 방법임을 오랜 생활을 통해 체득했기 때문이다.

폭력과 사상적 기만이 지배하는 공포사회에 사는 사람들은 이중적 의식을 갖고 있다. 겉으로는 체제에 순응하고 동조하면서 내면적으로는 체제에 대한 불만과 분노, 저항 의식을 갖게 된다. 물론, 폭력과 사상적 기만이 사라지는 순간, 공포체제에 대한 그들의 순응과 동조도 끝난다. 그와 같은 현상은 역사 속에서 존재했던 모든 공포사회에서 예외 없이 나타났다. 그런 사회에 살아본 사람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김용옥 씨는 동서 고금을 넘나드는 학문 세계를 통해 역사관을 얻었다고 자부하면서, 북한 인민들이 아리랑을 통해 일체감을 얻고, 주체적, 자발적, 창조적, 능동적 가치관을 함양하고 있다는 어처구니 없는 ‘통찰(?)’을 보여준다. 김정일의 노예로 살고 있는 북한 주민의 삶을 주체적이고 창조적인 삶이라고 강변하여 세상사람들의 가치관을 어지럽히고 있으니, 이 또한 식자우환이 아닌가.

잘못되고 잡다한 지식으로 공중파 낭비

김용옥 씨는 북한 체제의 본질과 성격에 대한 견해도 덧붙였다. “북한 주민이 갖고 있는 가치관이나 한국의 기독교적 가치관이나 사실은 마찬가지다. 기독교인들이 성경과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듯이 북한 주민들은 당과 수령의 지도대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할 뿐이다. 북한 체제가 개인의 자유와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기독교가 기독교에 대한 비판이나 다양한 성경해석을 편협한 태도로 대하는 것과 같다.”

김용옥 씨는 자신을 자유를 위해 투쟁해온 사상가라고 말했다. 성경에 대한 자신만의 독특한 해석을 내놓고 기독교를 비판하는 것도 그러한 투쟁의 일환이라고 했다. 그는 북한 체제가 개인의 자유를 박탈하고 다양성을 금하는 것과 기독교가 기독교를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편협함은 같은 것이라고 평했다.

대기 중의 산소 농도는 약 20%다. 인간의 생리구조는 그 정도의 산소농도에서 호흡하기 좋게 진화해왔다. 산소는 인간의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물질이지만, 사람이 만약 산소 100%의 대기를 흡입한다면 사망하고 만다. ‘정도’와 ‘수준’은 이처럼 사물의 본질과 성격을 결정할 만큼 중요하다. 김용옥 씨는 ‘수준’과 ‘정도’의 이치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자신의 종교에 비판적인 사람들에게 편협한 태도를 보이는 기독교와 자신을 비판하는 인민들을 가두고 죽이는 김정일 정권이 어떻게 같단 말인가? 편협한 종교인과 인민을 죽이는 잔인한 독재자는 완전히 다른 존재이며, 양자에 대한 우리의 태도와 행동도 완전히 달라야 한다. 김용옥 씨의 논리대로라면 친구를 ‘바보’라고 놀리며 괴롭히는 초등학생과 ‘살인’과 ‘강간’으로 사람의 생명과 영혼을 파괴하는 사람도 같은 존재로 보자는 것이다.

철학자이자 자칭 사상가라고 주장하는 김 씨는 ‘수준’과 ‘정도’의 이치도 모르고, 독재자와 편협한 종교의 차이를 분별하지 못하고 있다. 사물현상의 본질과 성격을 꿰뚫어 보는 눈이 너무도 어둡다. 그러면서도 자신은 자유와 인간의 존엄, 그리고 그것을 위해 투쟁하는 사람이라고 자랑한다. 자유에 대한 확고부동한 기준과 신념도 없이 자유를 액세서리처럼 목에 걸고, 자유투사인양 거들먹거리며 사람들의 눈과 귀를 어지럽히고 있으니, 이 또한 식자우환이 아닌가.

끝으로 김용옥 씨의 통일론을 보자. “통일은 아주 간단하다. 통일 헌법이 뭐가 필요한가. 북한의 체제를 인정하고 남과 북이 자유왕래하면 끝난다. 서로의 체제를 인정하고 편안하게 왔다 갔다 하자.”

김용옥 씨의 정치적 견해와 역사인식이 얼마나 순진한지 그대로 드러난다. 자유왕래만 하면 끝난다는 말은 맞다. 자유왕래가 통일의 전제조건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김정일 독재체제를 인정하는 한, 다시 말해 수령독재체제가 유지되는 한, 자유왕래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현재 수령독재체제는 외부와의 단절과 주민에 대한 가혹한 폭력으로 겨우 유지되고 있다. 만약 자유왕래로 체제를 떠받치고 있는 한쪽 축이 사라진다면, 북한 체제는 곧 쓰러지고 만다. 수령독재체제와 자유로운 왕래는 양립이 불가능하다. 김용옥 씨가 이것을 모르고 이야기 하는 것인지, 아니면 알고도 특별수행자격으로 평양에 다녀온 예의 차원에서 한 말인지는 알 수 없다.

김용옥 씨는 치열한 실천활동 없이, 책에서 배운 잡다한 지식들을 이리 붙이고 저리 붙여 만들어낸 그럴싸하고 멋들어진 ‘말 몇마디’를 북한 인민과 한반도 미래의 청사진이자, 한국 청년의 삶의 지침이라도 되는 양, 우쭐거리며 내놓았다. 그는 적당히 코믹한 말과 몸짓으로 자신의 잡다한 지식을 ‘대사상가의 경세술’로 포장하는 재주를 지녔다. 그 ‘재주’와 ‘교만’으로 시대적 요구와 민족의 진로를 어지럽히고 있으니, 이것이 ‘식자우환’의 백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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