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툰 부대 지금 철수할 이유가 없다

임종석(任鍾晳) 의원을 비롯한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의 일부 국회의원들이 이라크에 파평 중인 자이툰 부대의 철군결의안 제출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당시 격렬한 논란을 거치며 어렵게 결정했던 한국군 파병의 의미와 목적을 잊어버린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자이툰 부대를 파병한 첫 번째 목적은 한미동맹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것이었다. 동맹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데 필요한 중요한 동력 가운데 하나가 동맹국간의 신뢰다. 신뢰는 ‘한미동맹에는 문제가 없다’는 반복적인 말만으로 얻어지지 않는다. 행동으로 서로를 도울 때 얻어지고 단단해진다.

자이툰 부대 파병은 대북정책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던 한미 간의 균열 속도를 다소나마 늦춰주었다. 현명했지만 어려운 선택이었으니 선택의 결실을 맺는 데 소홀해서는 안 된다. 이라크 정책을 놓고 내외적으로 어렵고 복잡한 상황에 놓여 있는 미국에게 빨리 철군하고 싶어 안달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파병이라는 어려운 선택이 결실을 맺기도 전에 줄기와 꽃을 꺾는 행위다.

정부는 국제정치의 득실계산 능력을 갖추지 못한 반미주의 정치인들의 자이툰 부대 철군론에 휘둘리지 말고, 미국이 이라크 철수를 결정될 때까지는 진지하게 협력하는 자세를 보여주어야 한다.

덧붙여 자이툰 부대는 평화유지와 재건활동 경험을 쌓는 실익도 챙겨야 한다. 즉 향후 북한 정세와 관련해서 더욱 그러하다. 1990년대 중반 이후, 북한의 경제시스템은 사실상 붕괴되었다. 더욱이 미사일 발사나 핵무기 개발로 북한은 국제적으로도 고립되고 있다. 김정일 정권이 북한을 유지하고 발전시킬 비전과 능력이 없다는 점이 이미 확인된 것이다. 북한 사회의 미래가 불투명해진 것이다.

중장기적으로 이런 상황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대비가 필요하다. 북한의 붕괴라는 한반도 위기 상황이 도래했을 때, 신속하게 치안과 안정을 회복하고, 재건하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자이툰 부대의 활동은 그러한 능력을 갖추는 데 필요한 경험을 제공해줄 수 있을 것이다.

이라크 파병은 국제사회의 평화와 한반도의 미래를 위해 한미동맹을 굳건히 하고 우리 군의 역량을 강화하는 기회다. 철지난 반미주의에 사로잡힌 일부 정치인들의 경거망동 때문에 민족과 국가를 위한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