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암석에 우상화 글귀 새기는 분탕질 중단해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8일 김정일의 70회 생일(2월16일)을 앞두고 평안남도 증산군 석다산에 있는 바위에 ‘절세의 애국자 김정일장군 주체 101(2012)년 2월 16일’이라는 글귀를 새겼다고 전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북한이 사망한 김정일의 생일(2.16)을 기념해 평남 증산군 석다산에 있는 천연바위에 ‘절세의 애국자 김정일 장군’이라는 초대형 글귀를 새겼다. 조선중앙통신은 이 글귀 전체 길이가 120m에 달한다고 밝혔다. 특히 김정일 이름 석자는 높이 10m, 넓이 5.5m, 깊이 1.4m로 다른 글자보다 확연히 크게 새겼다. 북한 당국의 허튼짓으로 아름다운 자연 환경이 또 한번 흉물로 변하는 순간이다. 


북한에서는 자연암석에 우상화 글귀를 새기는 작업을 글발사업이라고 부른다. 글발사업은 1970년대 중반 김정일이 후계자로 지명돼 김일성 우상화 사업을 벌이면서 시작됐다. 금강산이나 묘향산 같은 명산 가운데서도 경치가 뛰어난 곳을 찾아 ‘천하의 명산. 김정일’을 새겨 넣는 방식이다. 김정일은 천하의 부질 없는 이러한 짓을 경치가 뛰어난 곳만 골라 일삼았다.  


북한은 김일성이 사망하자 그의 유훈을 기린다며 영생탑 건립 사업과 함께 자연암석에 김일성 우상화 글귀를 새기는 사업을 대대적으로 전개했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김정일은 죽은 김일성의 후광을 등에 업기 위해 ‘우리가 얼마나 위대한 분을 수령으로 모시고 살아왔는가를 후대에까지 대대손손 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수령을 흠모하는 마음을 천연바위 곳곳에 새겨 넣으라고 지시했다.  


글발사업은 ‘만수대창작사’가 총지휘했다. 전국적으로 젊고, 기능이 높은 석공들을 선발해 작업을 진행했다. 그리고 명승지의 넓고 미끈한 곳을 골라 김일성과 김정일의 필적을 흉내내 수천 년 동안 잠자던 바위를 깨고 글자들을 새겨 넣었다. 몸에 밧줄만 매고 아찔한 절벽에 매달려 착암기로 천해의 바위를 한 점씩 떼어내 나가던 석공들이 추락해 사망한 사례도 있다.   


그렇게 해서 전국의 명산이 김일성, 김정일 이름으로 분탕질 되기 시작했다. 백두산에 ‘혁명의 성산 백두산. 김정일’이라는 글귀를 새겨 넣을 때는 눈이 많이 와 글귀가 메워지는 상황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바위 전체를 깎아 양각으로 새겨 넣었다.


그 하이라이트는 김정일 귀틀집 뒷편 봉우리 위에 새긴 정일봉이라는 글귀다. ‘정일봉’은 원래 장수봉이라 불렸으나 1988년 김정일의 출생을 기념하기 위해 그의 이름을 따서 명칭을 바꿨다.


북한 매체들은 정일봉의 높이가 그의 생일과 같은 216m라고 말하고, 김정일 생일이 되면 ‘백두산지구의 봉우리들에 옹위된 듯 정일봉 글발 주위에만 꽃이 핀다’고 선전한다. 그리고 6개(두 개당 한 글자)의 화강암석에 붉은색으로 ‘정’ ‘일’ ‘봉’이라는 글자를 새겨 산봉우리 암석에 갖다 붙였다. 


김정일의 이런 자연 파괴행위는 북한 땅에 아무리 적게 잡어도 백여 곳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른 우상화물은 북한 사회가 민주화 된 후에 철거하면 된다지만 자연암석에 1m 이상 파고 들어간 글귀는 쉽게 없애기 어렵다. 글자를 파내거나 암석을 메워 넣는다고 해도 그 흔적이 남기 때문에 원상 복귀가 불가능하다.  


이러한 자연에 대한 낙서 행위를 더 이상 용납해선 안 된다. 글발사업은 우리의 명산과 자연환경을 영구 훼손하는 일이다. 이대로 나간다면 북한에 있는 산과 암벽이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이름으로 도배돼 남아날 곳이 없을 것이다. 삼천리 금수강산이 김정일 일가의 낙서장으로 변하는 것도 시간문제다.  


김정일은 그의 가족 통치가 영원하리라는 착각을 했겠지만 그의 아들 김정남의 고백처럼 모든 것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다. 북한 당국이 자랑하는 글발들은 머지 않아 역사적 퇴물 취급을 받으며 흉물로 전락할 것이다. 북한 당국은 더 이상 자연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 한편으론 국내 환경단체들이 이러한 환경훼손 행위에 대해 우려 표명 한 번 하지 않은 것도 신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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