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믿고 싶은대로만 믿는, 저 망상들 보라!

#1
지난 11월 21일 유엔총회에 제안된 북한인권결의안에 한국정부는 기권을 하였고, 청와대의 발표에 의하면 노무현대통령이 기권을 지시하였다고 한다. 또 정부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기권이유가 “정상회담 등 남북의 특수한 상황과 북핵 불능화 과정이 원만히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는 것이다.

북한인권에 관심있는 모든 국민과 단체, 언론들이 분노했다. 특히 작년에 한국정부가 찬성표를 던진 후 북한인권이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기권함으로써 작년의 찬성이 반기문 전 외무부장관의 사무총장 선거 및 취임과 관련한 기회주의적 행태였다는 비난을 설득력 있게 만들었다. 그래서 외국에 주재하는 한국 외교관들이 얼굴을 들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노정권이 내세운 이유는 타당할까? 천만의 말씀이다. 노정권은 유엔인권위원회와 총회에서 도합 6번 제안된 북한인권 결의안에 4번 기권하고 1번 반대하였으며 1번 찬성하였다. 즉 지난 10월 노무현-김정일 회담이 성사되기 전에, 그리고 북핵문제가 조금도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을 때에도 기권하거나 반대했다. 그때도 정부는 “남북의 특수한 상황”을 이유라고 내걸었다. 간단히 말해 남북관계가 교착상태에 빠지면 그것을 잘 풀기 위해서, 잘되고 있으면 그것을 교착상태로 가지 않도록 북한인권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남북관계가 좋거나 좋지 않거나 둘 중의 하나라면 한국정부는 북한인권에 대해서는 항상 입조심을 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즉 북한인권은 친북좌파정권에게는 타부에 속하며, 타부란 일종의 성역이라는 점에서 북한과 남한의 관계란 상대방의 잘잘못을 따질 수 있는 관계가 아니라 주종관계인 것이다.

따라서 노무현정권이 제시한 북한인권 결의안 기권의 배경은 ‘거짓말’이며, 진실은 한국좌파가 김정일 정권을 상전으로 모시며 국제적 수모를 감내하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수모를 기꺼이 감내하고 그것을 정당화하는 행위는 일종의 정치적 변태성욕에 속하며 매조키즘과 정확히 일치한다.

#2
김대중 전대통령이 황석영, 백낙청씨 등이 주최한 모임에서 “(보수세력이 집권하면) 전쟁의 길을 갈 수도 있다”는 일종의 협박을 하였다. 물론 대북 유화정책을 신봉하는 사람들이 보수세력을 전쟁광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순진한 사람들은 이런 ‘거짓말’에 대항하여 북한이 남한을 침략할 수 없음을 이야기하려고 하나, 실은 대남적화노선을 북한정권이 포기하지 않는 한 한반도에는 항상, 특히 북한이 핵을 보유한 상황 하에서는 더욱 더 무력충돌이나 전쟁의 위험이 상존한다. 그것은 남한에 어떤 정권이 들어와도 실은 무관한 것이다. 서해교전이 김대중정권 하에서, 그것도 월드컵이 한창 열리고 있던 때에 일어났다는 점을 상기하면 된다.

한국의 대부분의 국민은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보수파이건 진보파이건 전쟁이 일어나면 지난 50년간 피땀 흘려 일구어 놓은 모든 것이 파괴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대중씨의 이야기를 이해하려고 노력하자면 다음과 같다: 대북강경정책을 사용할 경우 북한이 서해교전과 같은 무력충돌을 유발시킬 수도 있고, 이때 보수정권이 친북좌파처럼 고개를 숙이지 않고 강경대응 한다면 전쟁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가상 스토리는 실은 김대중정권 하의 서해교전의 배경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그때 김대중정권이 교전수칙을 연성으로 바꾸고 대북정책도 오로지 유화 일변도로 흘러 북한의 무력행위를 초청한 것과 다름없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김대중씨는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뒤집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도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친북좌파들에게 북한정권은 상전이며 상전에게 대드는 것은 무례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친북좌파들의 이런 새빨간 거짓말들이 어떻게 통할 수 있(었)을까?

대답은 간단하다. 이런 거짓말을 듣고 싶어하는 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북한인권에 대하여 제기되는 국제사회의 여론을 고통스럽게 느끼고, 햇볕정책의 결과가 핵실험 및 북핵보유로 나타나는 것에 대하여 초조한 것이다. 이때 북한인권에 대하여 왜 우리가 입을 다물어야 하는가, 햇볕정책이 왜 한반도 평화에 중요한 것인가라는 주장을 ‘거짓말’로써라도 뒷받침하면 얼싸 좋다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지난 10년 한국의 친북좌파의 지도부는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한반도의 위기상황 하에서 역시 그들이 키워놓은 대북매조키스트, 대북 유화주의자들, 나아가 국민들의 불안을 호도하기 위하여 내놓고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마약을 팔아 마약중독자를 만들어 놓고 마약을 달라는, 즉 “나에게 거짓말을 해 봐”라고 말하는 정치적 클라이언트에게 계속 거짓말을 제공함으로써 자신들의 권력기반으로 삼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믿음이 사실을 가리는 현상을 우리는 “망상”이라고 부르며, 이 현상은 개인적으로도, 집단적으로도 일어날 수 있다. 망상환자들은 사실을 직시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의 이유 자체가 된 망상이라는 렌즈를 통해 세계를 보기 때문에 정상인의 눈에는 친북좌파들의 행태가 도저히 이해될 수 없는 것이다(인간이 위대한 점은 타인의 고통을 같이 아파하는 것이지만, 이념은 동시에 인간으로 하여금 아무리 극악한 범죄행위에도 눈을 감게 만들 수 있다).

크게 보아 한국의 친북좌파는 대북정책에 관한 한 자정능력, 자기비판능력을 완전히 상실했다. 그리고 이러한 점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히틀러 치하의 독일 제3제국 국민 대다수가 히틀러의 거짓을 믿거나, 믿고 싶어함으로써 결국 엄청난 파국으로 향하였다는 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3
그러나 이 거짓말 파동, 조금 더 정확히 말해 “나는 내가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라는 식의 행태가 좌파의 대북정책이 아니라 대선을 불과 3주 앞두고 보수정당 한나라당 내에서 일어나고 있다. 다름 아니라 ‘BBK와 이명박후보의 관련여부’에 대한 논쟁이다.

이른바 김경준 사건의 본질은 주가조작과 횡령이며 이명박후보가 BBK와 관련이 있느냐 여부는 실은 매우 부차적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측은 경선시절부터 이후보와 BBK와의 연관을 ‘절대적으로 부정함’으로써, 관심의 초점을 김경준의 주가조작과 횡령이 아니라 이후보와 BBK의 연관여부로 ‘자청하여’ 집중시켰다.

문제는 절대적으로 부정하였던 BBK와 이후보와의 연관성에 대한 여러 정황이 속속 발견되어도 현재 한나라당은 ‘아무 말이나 해서 무조건 부정하고 보자는 식’ 이상의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구체적인 내용은 인터넷에서 널리 확인할 수 있음으로 생략한다).

이후보 스스로는 검찰이 진실을 밝혀줄 것이라고 말하지만 한나라당의 당직자들은 이후보에게 불리한 결과가 나오면 검찰의 발표를 공작정치로 규정할 만반의 자세를 갖추고 있는 듯 하다. 물론 검찰의 발표는 흐리멍텅 해서도, 또 해석과 추측에 바탕을 두어서도 안 된다. 오로지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고 확인된 사실에 의거해서만 결론을 내려야 할 것이다.

그러나 만약 검찰이 BBK와 이명박후보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객관적 증거와 함께 발표하면 한나라당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김경준사건 전체에서 극히 지엽적인 사실이 대통령후보의 정직성 문제로 비화되어 이후보, 한나라당, 이후보를 지지하고 있는 언론들과 시민단체들의 목을 죄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더 걱정되는 점은, BBK와 이명박후보와의 관련성 여부에 대하여 이후보의 지지자들과 반대자들의 판단이 너무 다르다는 점이다. 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지지자들의 15%, 반대자들 중 60%가 이후보가 거짓말을 한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지지자들이 이후보의 주장을 믿는 근거는 한나라당의 저 무(無)대책으로 보아 사실보다는 믿음에 가까운 형편이다. 그 결과, 한나라당은 사실 여부에 대한 논쟁을 ‘무조건’ 덮어버릴 수 있는 높은 지지도의 유지에 모든 것을 걸 공산이 크다. 여기서 사실을 놓고 전개되는 논쟁의 중요성과 이러한 논쟁을 토대로 한 자정능력, 자기비판능력이 약화될 소지가 있음은 너무나 분명하다.

이제 ‘잃어버린 10년’을 되찾아 올 수는 없지만, 앞으로 다가오는 미래를 잃어버려서는 안 된다. 지난 10년을 김대중-노무현 정권이 상실한 근본 이유가 바로 권력 혹은 권력체제의 자기비판과 자정능력의 부재에 있었음을 이후보와 한나라당이 인식한다면,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대선기간에 한나라당은 기존의 ‘주관적 대세론’을 객관적 사실에 기반한 ‘정당한 대세론’으로 반드시 전환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정당성에 이명박후보 자신의 진솔성이 이제라도 포함되어야 함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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