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기자, 자식 키워봤습니까? 탈북 고아는 우리 자식들의 문제입니다. 자식 키우는 사람들은 탈북 고아 문제를 모른 척하면 안돼요”
김석우 전 통일원 차관이 재중 탈북고아 문제 해결을 위해 팔을 걷고 나섰다. 9월 20일부터 서울과 임진각에서 진행되는 ‘2008 북한인권국민캠페인’에 공동대회장을 맡은 것.
김 대회장은 “탈북 고아 문제는 같은 민족으로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힘주어 말했다.
북한 인권 NGO들은 탈북한 부모를 따라 중국 땅에 건너왔으나, 보호자 없는 ‘떠돌이 고아’로 살아가고 있는 북한 어린이가 최소 2천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 대회장은 “정부는 교섭하는 역할에 불과하다”며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의 역할도 강조했다.
그는 이번 행사에 대해 “그동안 어려운 환경에서 북한인권문제를 확산시켜 온 시민단체들이 재중 탈북자들을 위한 더욱 구체적인 해법을 만들어 간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2008 북한인권국민캠페인 김석우 공동대회장과의 인터뷰 전문]
-2005년 서울북한인권국제대회 이후 3년 만에 행사다. 어떤 변화가 있나?
“2005년 서울북한인권국제대회는 한국사회 진영의 특수한 조건(?)이라는 어려운 환경에서 북한인권 문제를 확산시키는데 공헌했다. 이번 ‘2008년 북한인권국민캠페인’은 북한인권 실현을 위해 보다 구체적인 해법을 만들어 간다는 의미가 있다.
‘2008 캠페인’은 탈북자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남의 나라에서 고통과 긴장 속에 살다가, 강제송환 되어 인권유린을 당하고 있는 탈북자들의 암울한 현실은 소설책을 써도 몇 십 권은 썼을 사연이다”
-탈북고아들의 실태는 어떤 수준인가?
“재중 탈북자 중 가장 극한 상황에 처해 있는 대상이 바로 탈북 고아다. 낮선 중국 땅에서 살아가는 탈북고아들에게는 그 어떤 생존수단도 주어지지 않는다. 신분 불안과 굶주림에 시달리며 그 어떤 교육도 받지 못하고 있다.
아동 권리에 관한 협약은 아이가 어느 나라에 있는지, 고아인지 아닌지, 합법체류인지 불법체류인지를 상관치 않고 ‘무조건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모든 문명국가에서는 부모가 불법체류자라 할지라도 아이의 건강, 교육문제로 체류를 허가해주거나 연장되기도 한다. 중국이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아동 인권에 대한 현실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2008 캠페인’은 최소 2000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탈북고아와 수만 명에 이르는 ‘무(無)국적 아동’들의 인권문제에 대한 대안을 모색할 것이다. 무국적 아동이란 탈북여성과 중국인 사이에서 출생한 호적없는 2세들을 말한다”
-탈북자 문제 전반에 대해서는 어떻게 다루는가.
“이번 캠페인은 탈북고아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탈북자들이 겪는 강제송환과 인신매매 등을 결코 소홀히 하지 않는다. 탈북자의 여러 문제에 대해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이란 이름으로 그들이 누려야 할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전세계 양심들이 나서야 한다.
중국은 아동인권조협, 고문방지조약, 난민조약 등에 중국도 가입한 국가다. 중국 정부가 이를 존중할 수 있도록 우리가 북돋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시민단체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정부는 교섭하는 역할일 뿐이다”
-시민단체의 힘으로 가능한 일인가?
“나는 시민사회의 힘을 일본과의 협상에서 경험했다. 91년 재일교포 3세들에 대한 일본사회의 차별 문제가 발생한 적이 있었다. 재일교포 1, 2세대들은 65년 한일협정 당시, 영주권을 5년마다 갱신한다든지, 범죄행위 중 7년 이상은 한국으로 추방한다는 등이 협의됐지만, 교포 3세들의 문제는 91년에 해결해야 했다. 교포 취학아동들은 심지어 학교 입학통지서 조차 못 받아보고 스스로 알아서 입학절차를 밟아야 했다. 더 큰 문제는 일본사람들과는 달리 재일동포에게 요구되는 지문날인 문제였다. 재일동포를 마치 범죄인처럼 보려는 발상이었다.
당초 나는 이 문제가 쉽게 해결될 수 없을 것이라 판단하고 있었는데, 재일동포 시민단체와 한국 정부, 일본의 시민단체들이 함께 힘을 모으니 결국 재일동포 지문날인제도를 철폐하게 됐다.
또한 2003년 UN인권위원회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이 최초로 채택된 것도 당시 북한인권시민연합 등의 NGO들이 주도하고, 바츨라프 하벨 전 체코 대통령과 같은 국제인사들이 힘을 보탠 결과가 아니었나?”
-통일원 차관 시절 정부의 탈북자 대책은 어땠나?
“96년부터 98년 초반까지 김영삼 정부 통일원 차관으로 일했는데, 매년 10여명에 그쳤던 탈북자 입국자가 갑자기 40~50명으로 늘기 시작했다. 당시 우리가 판단할 때 입국자 숫자가 급격히 늘어갈 것이라고 예상됐고, 과거의 방식대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하나원’ 건립을 추진했다.
또, 통일문제에 있어 북한인권 문제도 중요하게 봤다. 당시에도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있다는 일부 반대가 있었지만 통일원 안에 인권문제를 다룰 수 있는 인도지원국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당시 권오기 부총리와 함께 이를 추진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평가한다면?
“기본적으로는 실패한 정책이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는 북한에 대한 지원은 정권과 통제기관만을 지원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실제 북한주민의 삶의 어려움은 2차적인 문제, 부차적인 문제가 되고 말았다. 남북의 경제 격차는 36대1로 더 벌어졌고, 북한의 공장의 가동률은 20% 미만이다. 북한 주민들의 식량문제는 더 어려운 상황이 됐다.
또 남북관계에서는 우리가 북한에 대해서 인도적 지원을 함에도 불구하고 마치 ‘우리가 애걸하면서 북한이 지원을 받아주길 바라는’ 형국이 됐다. 햇볕정책은 우리 국민들로부터 충분한 동의가 없었다. 지난 대선에서 야권의 압도적인 당선은 이를 반영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남북관계 경색을 두고, 李정부가 비판을 받기도 한다.
“나는 이명박 정부가 남북관계를 잘 이끌고 있다고 평가한다. 지금은 북한에 대한 무조건적 지원보다 탄력 있는 상호주의가 필요 할 때다. 최소한 주도권을 빼앗겨서는 안 된다. 그러자면 우리가 기다리면 된다. 아쉬운 것은 북한이므로 결국 우리 페이스로 자연스럽게 오게 돼 있다.
새 정부가 바뀌고 단기간 내에 남북관계가 좋아 질 것이라는 기대는 해서도 안 되고 그렇게 할 수도 없다. 과거의 경우를 놓고 보면 지금의 긴장관계는 당연한 것이다. 현재 북한의 도발적 발언, 금강산 사태도 그런 차원으로 분석할 수 있다.
또, 미국과 북한이 관계개선 되는 것을 보고 ‘통미봉남’을 제기하는 것은 근거 없는 가설로, 국민들을 협박하는 것에 불과하다. 또, 북한을 도와주지 않으면 전쟁이 날 수도 있다는 주장도 결과적으로는 국민을 협박하는 것이다”
-북한 문제에 있어 중국의 태도 변화를 기대할 수 있나?
“중국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현재 중국이 북한 정권 유지에 필요한 식량, 에너지, 안보까지도 제공하고 있다. 중국은 북한 지도자에 대해 100%로 만족하지 않는다 해도 지금 정권이 유지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북한의 급작스런 붕괴에 대해 중국이 불안감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가설이지만, 김정일 정권이 붕괴했을 경우, 미국이 한반도 어느 지역까지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고민할 수 밖에 없는 중국은 아직 편한 입장이 아니다.
때문에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전략관계로 상호신뢰가 발전되어야 한다. 또, 이번 올림픽 끝나고 한중정상회담에서 한중관계를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격상시킨 것도 큰 성과다. 특히 ‘인권문제에 대해 대화·협력한다’는 부분이 단연 돋보인다. 중국이 인권이라는 것을 포함시켰다는 것은 중국의 엄청난 변화이고 대단한 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탈북자 문제를 잘 처리해 달라’고 후진타오 주석에게 특별히 요청했다는 것은 매우 긍정적이다. 중국 측의 즉답이나 약속은 없었지만 한중 정상 간에 이런 대화가 오고 갔다는 자체가 큰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