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부인 리설주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북한 사회 전반에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이러한 여론이 김정은의 리더십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정은이 부인 리설주를 공개해 안정적인 지도자 이미지를 구축하려고 했으나 오히려 역효과가 나오고 있다는 것.
경험이 미천하고 젊은 김정은이 집권한 이후인 2012년 7월부터 북한 매체는 리설주 동지라는 호칭으로 최고지도자의 부인을 공식 언급하기 시작했다. 체제 권력 기반이 취약한 김정은이 ‘김일성 따라하기’로 주민들의 충성심을 유도하는 한편, 부인 리설주를 공개해 자신의 우상화에 힘을 보태려는 포석이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북한 당국의 판단에 따른 리설주 공개는 역효과를 불러온 것으로 평가된다. 은하수 관현악단 출신인 리설주가 자본주의 ‘날라리풍’이라고 할 수 있는 화려한 옷차림과 자유분방한 모습에 주민들이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부장적 분위기가 아직도 남아있는 북한 주민들의 정서상 리설주에 대한 노 간부들의 깍듯한 자세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과거 김정일의 부인이며 김정은의 어머니인 고영희 같은 경우에도, 한 때 우상화가 진행되기도 했지만 고영희 또한 무용수 출신에다가 째포(재일동포) 출신이기 때문에 대내외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북한의 우상화에서 ‘ABC’ 격인 출신성분이나 과거 경력이 최고지도자에 걸맞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와 관련 한 대북전문가는 “북한에서 최고지도자의 부인은 출신 성분이나 과거 경력 등에 있어서 주민들이 납득할 만한 스펙을 지니고 있어야 하지만 리설주는 그렇지 않다”면서 “북한이 조작할 수도 있지만 과거 은하수 관현악단 출신이라는 것이 알려졌기 때문에 이러한 포장도 하지 못해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 당국의 입장에서 젊은 지도자와 젊은 부인이라는 것이 신선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지만 주민들은 전혀 납득하기 어려운 조합”이라면서 “김정은 집권 초기 눈치만 보고 아첨을 하는 간부들이 이러한 부정적인 평가를 쉽게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고위 탈북자는 “김정은이 처음 나올 때 나이 먹은 간부들 속에서는 ‘(김정은이) 너무 어려 잘해 내겠나’라는 걱정도 많았다”면서 “반면에 젊은 간부들 속에서는 ‘유학에도 다녀왔고 젊어서 개방적이고 현대적일 것’이라는 좋은 생각을 가진 이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래서 아마도 이례적으로 부인과 함께 공식행사에 나오는 것도 신선하다고 생각하거나 리설주는 복이 많은 여자라고 부러워하는 사람들도 있었다”면서도 “하지만 리설주가 공개 석상에 자주 나오면서부터 리설주에 대해 좋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김일성과 항일투쟁을 함께 했던 김정일의 생모 김정숙을 제외하고는 김 씨 일가와 관련된 여인들에 대해 말한 것이 금기시 됐지만 김정은이 집권하고 나선 공개석상에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주민들이 이를 평가하게 된 것”이라면서 “리설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김정은에 대한 우상화에 차질을 빚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