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강도 자성, 만포도 3일부터 봉쇄…탈북·밀수 사건 때문?

北, 봉쇄령 내리면서 3월 7일 해제 예고…주민들 "봉쇄 말고 다른 방안은 없나"

투먼 양강도 지린성 국경 마을 북한 풍서 밀수 금지
중국 지린성 투먼시에서 바라본 북한 함경북도 접경 지역의 모습. /사진=데일리NK

북한이 지난달 말 벌어진 밀수 사건을 계기로 북-중 접경지역인 양강도 혜산과 삼지연 일대를 봉쇄한 가운데, 최근 자강도 자성과 만포에도 봉쇄령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자강도 소식통은 8일 데일리NK에 “지난 3일 자성군과 만포시에 봉쇄령이 하달됐다”면서 “이번 봉쇄는 지금으로부터 약 한 달 후인 3월 7일에 해제된다고 예고된 상태”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달 초 자성과 만포에서 각각 탈북 및 밀수 사건이 터지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강화를 명목으로 한 북한 당국의 봉쇄령이 내려졌다.

실제 지난 2일 자성군에서는 무장한 국경경비대 군인이 애인과 함께 몰래 강을 건너다 발각돼 총격을 받는 사건이 벌어졌다.

두 사람은 집안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히자 함께 도망쳐 한국에 가서 살기로 약속하고 행동으로 옮겼는데, 강을 건너던 중 국경경비대에 발각되면서 경비대가 쏜 총탄에 맞아 현장에서 즉사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국경경비대원들은 당시 한 탄창(30발)을 소모하면서까지 끝내 이들을 죽였다”면서 “두 사람의 시신은 2~3일 정도 강 한복판에 방치돼 있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그보다 앞선 지난 1일 만포시에서는 한 돈주(錢主)가 국경경비대와 짜고 중국에서 쌀과 맛내기(조미료) 등 다량의 식품을 들여오는 사건이 발생해 문제가 불거졌다.

밀수는 별 탈 없이 마무리됐지만 이후 시장에 당국이 들여오지 않은 중국산 식품을 취급하는 상인이 있다고 알려지면서 도(道) 보위부가 추적에 들어갔고, 결국 이 돈주가 검역을 거치지 않고 몰래 물건을 들여온 사실이 들통나고 말았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이에 따라 밀수 당사자인 돈주는 물론이고 이를 방조한 국경경비대 등 관련자 7명이 모두 체포돼 도 보위부 구류장에 갇힌 채 조사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이들을 두고서는 중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정치범수용소에 보내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렇듯 자강도에서 연이어 발생한 탈북 및 밀수 사건을 보고 받은 북한 당국은 코로나19 방역의 전초선인 국경에서 불법적인 행위들이 발생해 무질서가 조성되고 있다고 보고 3일 전격적으로 자성과 만포에 봉쇄령을 내렸다는 전언이다.

이로써 현재 주민들은 집 밖 출입이 금지돼 출근도 못 하고 있으며, 시장 또한 폐쇄된 상태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북한 당국이 전례 없이 강력한 봉쇄를 지시하자 현지의 주민들은 이번 조치의 발단이 된 탈북 시도자들과 밀수자들에 대해 “죽어도 마땅하다”면서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으로 주민들은 “다른 나라들도 다 봉쇄하고만 있나” “봉쇄 말고 다른 방안은 없는가”라며 당국의 과잉 대처에 불만을 드러내는가 하면 “일주일만 봉쇄해도 쌀이 하나도 없는 집이 10%는 될 것이다” “이렇게 문을 닫아걸면 군대가 식량을 다 채간다”라는 등 생활난에 대한 걱정과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고 한다.

이 같은 주민 여론을 의식한 듯 북한 당국은 최근 봉쇄된 지역의 각 주민 세대에 강냉이(옥수수) 300g씩을 지급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이 역시 한 달이라는 봉쇄 기간을 버티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양이라 주민들의 아우성은 갈수록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보기: 초유의 ‘30일 감금 조치’…北 당국, 혜산·삼지연 재차 봉쇄령 하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