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강도 자성·만포 봉쇄 2주만 해제…군관세대서도 아사자 발생

당초 3월 7일 봉쇄 해제 예고했으나 시점 앞당겨…해제 직후 주민들에 옥수수 배급하기도

자강도 만포시 국경지역의 한 공장. 큼지막하게 붙은 붉은 글씨의 선전 문구가 눈에 띈다. /사진=강동완 동아대교수 제공

탈북 및 밀수 사건을 계기로 자강도 자성군과 만포시에 내려졌던 봉쇄령이 17일 해제된 것으로 전해졌다.

자강도 소식통은 19일 데일리NK에 “자성과 만포에 내려졌던 봉쇄가 17일 0시를 기해 해제됐다”고 전했다. 앞서 북한 당국은 지난 3일 탈북·밀수 사건이 발생한 두 지역에 봉쇄령을 내리면서 3월 7일 해제할 것이라고 알린 바 있지만, 예고와 달리 2주 만에 봉쇄를 해제했다. (▶관련기사 보기: 자강도 자성, 만포도 3일부터 봉쇄…탈북·밀수 사건 때문?)

당초 계획보다 빨리 봉쇄령이 풀린 배경에 대해 소식통은 “봉쇄 기간 자성과 만포에서 각각 100여 명의 주민이 굶어 죽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굶어 쓰러진 주민 중 일부는 병원으로 옮겨지기도 했으나, 수액이 없어 대신 식염수나 소금물을 입에 머금고 있는 등 긴박한 상황이 펼쳐지기도 했다는 것.

특히 30여 군관 세대에서도 아사자가 발생하면서 문제가 더욱 심각하게 다뤄졌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봉쇄령이 내려진 뒤 군관들은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부대 내에서 생활하고 있었는데 집에 연락이 닿지 않자 이상함을 느끼고 인민반장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며 “이후 동 담당 주재원들이 개별 살림집에 방문하면서 쓰러져있던 주민들이 발견돼 급히 병원으로 실려 갔지만 끝내 목숨을 잃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올해 1, 2월 군관 가족에게는 군관 몫(630g)의 배급만 내려졌고, 그마저도 10일분에 불과해 군관 세대의 식량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었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주민들의 집 밖 출입과 시장 운영을 강하게 통제하는 봉쇄령이 내려지면서 각 세대의 생활상 어려움이 더욱 커졌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이미 워낙 먹을 게 없었기 때문에 이런 비극이 벌어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며 “이에 따라 군관들이 정치위원들에게 문제를 제기하고 종당에는 도당 책임비서까지 나서서 중앙당에 제의서를 올려 봉쇄가 해제된 것”이라고 했다.

실제 군관들과 군관 가족들 사이에서는 “우리는 밀수도 하지 않고 국가에 충성만 해왔는데 왜 우리가 죽임을 당해야 하느냐”는 불만이 터져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 외 현지 주민들도 생활난에 대한 걱정과 우려를 내비치면서 봉쇄령을 내린 당국의 대처에 비난의 목소리를 높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주민들의 아우성에 더해 군관 세대에까지 아사자가 발생하면서 내부적으로 동요하는 움직임이 일자 결국 당국은 예정보다 이른 시점에 봉쇄령을 해제하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자성과 만포에는 봉쇄 해제와 동시에 주민 식량 배급이 이뤄졌다고 한다. 이 역시 봉쇄로 인해 어수선해진 민심을 달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소식통은 “봉쇄가 해제된 17일 하루 동안 종일 배급 작업이 이뤄졌다”며 “배급된 양은 그렇게 많지 않은데 성인 400g, 아동 150g씩 봉쇄됐던 일수만큼 계산해서 강냉이(옥수수)가 내려졌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봉쇄령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만포시 밀수 사건과 관련해 장본인인 돈주(錢主)와 그에게 협조해 밀수를 방조한 국경경비대 군인 등 7명은 지난 15일을 전후로 정치범수용소에 보내졌으며, 그 가족들까지 모두 어디론가 끌려갔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