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해상탈북’ 어떻게 봐야 하나?

▲ 26일 오전 북 어선들의 월선 경로(사진: 연합)

지난 6월 17일 최 모씨 등 2명의 북한주민이 귀순한 데 이어 26일 오전 9시55분경 서해 백령도 동북방 2.9마일 해상에서 북한 주민 홍모(42)씨와 아내 문모(여, 39)씨, 홍모(아들, 9) 등 일가족 3명이 귀순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백령도 해상 레이더기지가 우리 쪽으로 향하는 소형 선박을 포착해 서해 NLL(북방한계선)을 넘자마자 예인했다”며 “이들은 26일 새벽 황해도 룡연군 구미포에서 출발했다”고 발표했다.

또 이날 오전 11시50분경 백령도 동방 3.3마일 해상에서 북한 어선 한 척이 항로를 잃고 NLL 북방한계선을 넘어 남한 수역을 1.8마일 침범했으나, 해군은 인도적 차원에서 항해용 나침반을 건네 준 뒤 북측으로 돌려보냈다.

2004년의 경우 북측 민간 선박이 서해 NLL(북방 한계선)을 넘은 사례는 모두 다섯 차례. 당국은 NLL을 넘어온 북한 어선이 바닷길을 잃어 잘못 넘어온 것으로 밝혀지자 전부 돌려보냈다.

그러나 올 들어 북한선박이 NLL을 넘어 탈출의사를 직접 밝힌 사례가 열흘 동안에 2건이 발생했다. 합동신문에서 홍씨 가족은 “살기가 힘들어 나왔다”고 말해 월선(越線)이 실수가 아니라 탈북의 직접적 원인이라는 것을 입증했다.

NLL 주변해역에서 항해 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북한 어선들이 꽃게잡이 중 월선한 것으로 분석하던 기존의 시각에서 최근 열흘 사이에 발생한 두 차례의 ‘해상 탈북’은 최근 북한의 식량난이 극도에 이른 데 대한 자발적 행동으로 분석되고 있다.

北당국, 전가족 ‘바다 부업’은 제한

26일 배를 타고 탈출한 3명은 황해도 용연군 구미리 어민들이다. 국내 탈북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용연군은 미역을 키우는 국영 바다가 양식장이 있고, 해삼이나 꽃게와 같은 바다자원이 풍부한 곳이다. 요즘 외화벌이 바람이 불어 개인들이 배를 임대하고, 잠수복을 사서 조업하고 있다고 한다.

맑은 날에는 구미 포구에서 서남쪽을 보면 백령도가 어렴풋이 보인다. 북한당국은 오래 전부터 주민들에게 백령도를 ‘간첩소굴’로 교육하면서 주민들에게 바다로 들어오는 머구리(잠수복)를 주의하고, 적지물(외부유입 치약 치솔 라디오 등)에 독약이 묻었으니 쓰지 못하게 단속해왔다.

2002년 일가족과 함께 어선으로 귀순한 순용범씨에 따르면 최근 북한주민들은 남한이 경제적으로 부유하다는 것을 알고 경계선을 뚫고 남하하기 위해 벼르는 사람들이 꽤 많다고 한다.

더욱이 탈북자들의 남한 입국과 관련, 해상을 통한 월남이 몇 번 성공하자 북한당국은 바다출입을 단속하는 법을 강화하고 경비를 강화하고 있다는 것. 부부 중 한명만 ‘바다 부업’ 활동을 허가하고 핵가족의 단체 출항은 금지하고 있다.

‘해상 탈북’ 중국루트 막혀서인가?

지금까지 ‘보트피플’에 성공한 사례가 흔치 않다. 2002년 8월 21명의 일가 친척을 데리고 나온 순용범씨의 경우 1987년 김만철씨 일가 10명이 동해안을 통해 일본으로 갔다가 귀순한 사건과 97년 안선국, 김원형씨 일가 14명이 서해안으로 귀순한 사건 이후 세 번째로 큰 ‘해상탈북’이었다.

이에 따라 세계여론은 90년대 중반 최대의 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한에서 해상을 통한 ‘보트피플’이 대대적으로 있을 것이라는 추측한 바 있다.

그러나 탈북자들은 대부분 중국을 통해 입국했다. ‘해상탈북’은 육로를 통한 탈북에 비해 위험하고, 모험적이어서 탈북 루트로 적합하지 않다고 본다. 일부 탈북자들은 해상과 배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중국선박을 억류하여 ‘보트피플’에 성공한 사례도 있다.

‘해상탈북’은 중국을 통한 탈북과 무관하다. 중국 루트가 막혔다고 해서 바다로 탈출한다는 것은 엄청난 비용 때문에 선택하기 쉽지 않다.

첫째, 탈출을 시도하는 주민들이 어민들에게 도와달라고 공개적으로 부탁하고 기획할 수 없다.

둘째, 배가 없고 기름이 없다. 오랫동안 기름이 없어 출항하지 못한 선박들은 부두에 묶여 낡고 삭아서 풍랑에 견딜 만한 배들이 없다.

셋째, 해안 경비가 삼엄하기 때문에 바다 한가운데서 체포되면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 위험이 따른다.

이 때문에 아직 대량 해상탈북이 쉽지 않은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해상탈북을 결심한 주민들은 소형선박이 레이다에 잘 포착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하여 안개가 심한 날을 골라 탈출에 성공하고 있다.

한영진 기자(평양출신 2002년 입국) hyj@dailynk.com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