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지식인 계층이 탈북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국제수학올림피아드 대회에 참가한 북한 수학 영재가 홍콩 주재 한국총영사관에 들어가 망명을 신청했다는 보도가 나오는가 하면, 북한군의 장성급 인사와 외교관이 탈북해 중국에서 제3국행을 기다리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중국 닝보와 산시성의 북한 식당에서 근무하던 북한 종업원들이 줄줄이 탈북한 데 이어, 북한 내에서 먹고살만한 계층의 탈북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요즘 나오는 보도를 보면 북한 내부는 뒤숭숭한 분위기이다. 북중 국경지대에서 무장한 북한 군인들이 탈북해 중국에서 사고를 일으키는가 하면, 중국내 북한 식당 종업원 집단 탈출에 책임이 있는 인사들이 평양에서 공개처형됐다는 얘기도 나왔다. 중국과 몰타 등 해외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이 간간이 탈북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는 보도들까지 감안해보면, 북한에 뭔가 심상치 않은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온다. 북한의 체제 위기가 심화되고 있는 것 아니냐, 쉽게 말해 이러다 북한이 붕괴되는 것 아니냐는 ‘희망’ 섞인 관측이다.
과도한 해석은 하지 말자
일단, 최근 여기저기서 쏟아져나오고 있는 보도들은 다소 보수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북한 내부 소식이나 탈북 소식은 실체를 파악하기 힘든 만큼 보도 내용이 바로 검증되지 않는다고 해서 사실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장성급 인사와 외교관 탈북, 평양 공개처형설 등에 대해 정보당국은 ‘확인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설사, 이들 내용이 모두 사실이라 해도 이런 현상들을 북한 체제 이상 징후로 몰아가려는 데는 대단히 신중할 필요가 있다. 김일성 때는 몰라도 김정일-김정은 시대를 거치면서 김 씨 일가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충성심이 약화됐다는 것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엘리트 계층이라 볼 수 있는 사람들의 탈북이 최근 들어 다소 늘어난 추세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 일부가 북한을 버리고 떠났다고 해서 북한 체제가 당장 어떻게 되는 것은 아니다.
엘리트 계층의 이반에 따른 북한 체제의 변화를 상정하려면, 이들이 세력으로 뭉쳐 김정은 체제에 저항할 기미가 보이거나 적어도 대안세력의 기초를 형성할 수 있느냐을 봐야 하는데, 지금의 북한 체제에서 이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아직까지는 북한 체제를 옭아매고 있는 체제 보위세력의 역할이 어떤 반발도 허용하지 않을 만큼 막강해보인다.
북한 상황에 대한 객관적 이해 노력 필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북한 체제에 이상징후가 생길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말은 아니다. 최고지도자에 대해 충성심은 커녕 비아냥거림이 늘어나고 있고, 김정은이 이를 노회하게 다독이기는 커녕 공포정치로 찍어누르는 상황에서 언제 어떤 돌발변수가 생길 지는 아무도 모른다. 혹시라도 생길 수 있는 만일의 북한 변화에 대해 우리가 철저히 준비하고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정부의 강력한 대북제재 이후 간헐적으로 집중되는 ‘북한 체제 이상 징후’에 대한 보도들이 객관적인 수준을 넘어 과도한 북한 붕괴에 대한 기대로 연결되는 것은 조심할 필요가 있다. 현실은 그렇지 못한데 이를 과도하게 해석하는 것은 정책 집행의 오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언제 일어날 지 모르는 일을 마냥 기다리는 것은 감나무에서 감이 떨어지길 기다리는 것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