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기업 “원부자재 손상 심해 갖고 와도 소용없어”

10일 개성공단 전기·전자업종 기업인들이 공단 내 설비 등을 살펴본 결과, 생각했던 것보다 상태가 괜찮았다고 평가했다. 개공공단 입주기업 59개사 96명은 이날 오전 공단 출경 제한 98일 만에 공단을 방문해 설비 등을 점검했다. 

다만 일부 제품에는 누수가 된 부분이 있었고, 공장 문을 닫은 상태에서 장마철이 오면서 습기가 차 기계들이 눅눅한 상태였고, 녹슨 부분도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밀기기의 센서 부분은 상태가 아주 불량해 사용이 불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방북한 기업인들의 명단은 개성공단 정상화를 논의하기 위한 후속회담 대표단과 함께 9일 북측에 전달됐다. 기업인들이 개성공단을 방북하자 해당 기업의 북측 직장장(종업원 대표)과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관계자들 대부분이 이들을 반갑게 맞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인들을 맞이한 북측 관계자들은 우리 기업들이 원·부자재를 반출해 나간다는 점에 매우 신경을 쓰고 있었다는 게 방북한 기업인들의 전언이다. 또한 북측 관계자들은 우리 측 기업인들에게 “북측 노동자 5만 3천여 명은 재가동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기업인들은 북측 관계자들에게 “안 갖고 나간다. 걱정하지 말라”고 말하면서도 “재발방지 약속이 없으면 공장 재가동을 할 수 없다는 것은 정부만의 생각이 아니고, 국민들 정서도 마찬가지다”고 전했다고 말했다.

직접 공단을 둘러본 기업인들은 “지난 5월 6일 철수할 때만해도 원·부자재와 완제품 반출이 절실한 문제였다”면서도 “3개월이 지난 지금 이제는 거의 쓸모가 없게 됐다”며 안타까워 했다. 원부자재도 녹슬고 손상이 심해 20%의 가치도 없는 상태고, 갖고 나와봐야 소용이 없다는 게 기업인들의 설명이다.

기업인들에 따르면 기업별 규모에 따라 손상된 부품 등을 교체하고 정비하려면 최소 1, 2주일에서 길게는 한 달 정도 소요된다. 

이날 방북한 한 업체 대표는 남북출입사무소(CIQ)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재와 설비가 잘 보존돼 있는지 육안으로 확인했고, 설비 등은 큰 문제가 없었다”면서도 “설비를 가동해 보는 등의 조치는 기술진이 없어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대표 역시 “설비 분실 등 상태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면서 “총국 담당자가 (북측) 노동자들이 즉시 일을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이어 “총국 담당자에게 사태의 원인은 북측이 남측에서 제공했다고 주장하지만, 직접행동은 북측에서 한 것이니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얘기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다른 업체 대표는 “정부를 믿고 있다가 우리 잘못이 아닌데 이 지경이 된 것에 화가 난다”면서 “진작에 이런 일을 막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놨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정부가 말하는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해서는 ‘5·24조치’를 해제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북측이 원인을 제공했지만, 투자를 막은 건 정부의 ‘5·24조치’였다는 것이다. 

방북한 입주기업 관계자들은 “국제적 기준과 외국 기업들의 투자도 얘기하는데 지난 3년동안 개성공단은 어떤 설비투자도 없었다”면서 “지금 짓다만 공장 건물들이 보이는데 외국 기업들이 어떻게 들어올 수 있겠는가”라고 불만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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