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이 양강도 삼지연군에 대한 현지시찰을 과정에서 약속한 내용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6.18 돌격대’의 일부 대원들이 소속 대대본부 간부들을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양강도 내부소식통은 29일 데일리NK와 통화에서 “지난 4월 13일 ‘6.18돌격대 함경북도 연사군 대대’에서 술취한 돌격대원들이 대대부 식당에 들이닥쳐 중대장들과 사관장, 대대 식모까지 폭행했다”고 전했다.
‘6.18 돌격대’는 일명 ‘당 사상선전일꾼돌격대’라는 명칭으로 노동당 선전선동부가 지난 2000년에 조직한 연인원 3만 5천명 규모의 건설집단으로, 그동안 삼지연 혁명전적지 건설과 삼수발전소 건설, 북청-혜산사이 도로건설 등을 담당해왔다.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3월 4일 양강도 삼지연군을 방문했던 김정일은 “6.18 돌격대원들이 많은 일을 했다”고 치하하며 “그들의 공로를 높이 평가해주고 푸짐한 선물도 마련해 주라”는 특별지시를 내렸다.
이에 따라 돌격대 지휘부는 3월 10일부터 돌격대원들의 입소기간과 작업성과에 따라 ‘모범대원’ 명단을 작성하는 한편, 구체적인 포상규정과 선물 목록을 발표했다.
돌격대 지휘부는 3년 이상 참가한 한 대원들은 노동당에 입당시킨다는 파격적인 조치를 제시하며, 대원들의 근무연한에 따라 선물을 지급하겠다고 공표했다. 돌격대가 처음 결성됐을 당시부터 참가한 대원들에게는 냉장고와 컬러TV를, 5년 이상 참가한 사람들에게는 냉장고, 3년 이상인 참가한 사람들에게는 컬러TV, 전체 돌격대원들에게 자전거 1대를 선물한다는 것이다.
입당 후보자 확정 및 선물 지급과 관련된 날짜까지 공지된 것은 아니었지만, 대원들 사이에서는 북한 최대의 명절로 꼽히는 김일성의 생일(4월 15일)에 입당추천식과 선물 수여식이 진행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대원들은 물론 남편과 자식들을 돌격대에 보낸 가족들까지도 이날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4월 13일까지 선물은 도착하지 않았고, 돌격대 지휘부는 4월 15일을 맞아 각 중대(3~40명)마다 1명씩만 ‘입당추천’ 한다며 당초 ‘3년 근무자 전원 입당’이란 약속을 뒤집었다.
소식을 전해들은 대원들은 “3년 이상 일한 사람들은 모두 입당시켜준다더니 이제 와서 1명만 입당추천을 한다는 게 무슨 말이냐?”며 반발했고, 그나마 입당추천이 확정된 사람들조차 모두 중대 간부들이 임의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급격하게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이날 저녁, 3년 넘게 근무하고도 ‘입당추천’에서 제외된 일부 돌격대원들이 수십 명의 대원들을 대동하고 대대본부 식당을 찾아가 각 중대장들과 대대 간부들에게 거칠게 항의했다. 식당에서 술을 마시던 간부들은 평소처럼 대원들에게 욕설을 내뱉으며 내쫓으려 했다.
그러나, 식당 밖에 있던 대원들 중 몇 명이 식당 창문에 돌멩이들을 던지며 “중대장 나와라”며 고함을 치기 시작하면서 삽시간에 분위기는 격양됐다. 대원들은 중대장들과 사관장들을 구타하기 시작됐으며, 식당에서 일하는 2명의 식모와 통계원들도 봉변을 당했다. 마침 여단에서 개최한 연회에 참석차 대대를 떠났던 대대장과 대대정치지원은 화를 면할 수 있었다고 전해졌다.
돌격대 지휘부는 사건이 발생한 직후 혜산시 보안서의 협조를 받아 주동자 색출에 나섰지만, 사건 당시 폭행당했던 간부들도 만취상태였다는 점과 입당대상자 선정과정에서 간부들의 부정행위가 실제로 존재했다는 이유로 내부차원에서 무마키로 결정했다.
한편, 돌격대 지휘관들은 김정일의 선물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것과 관련 “6월 18일 돌격대 창립일에 맞춰 (김정일의) 선물수여식을 준비하고 있었다”고 해명하며 대원들 반발 무마에 나섰다.
소식통은 “입당 문제에 대한 방침은 중앙당에서부터 내려오기 때문에 돌격대 정치국 간부가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면서 “입당추천을 못 받은 사람이나, 추천장을 못써주는 간부들이나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장군님께서는 기분에 따라 말 한마디 던지고 돌아가시면 그만이지만, 이를 보장해야하는 간부들은 속이 탄다”며 “이제는 장군님의 방침을 관철하는 일도 쉽지 않는 세상이 돼버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