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경 성명으로 본 현정은 방북 성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17일 7박8일 간의 방북일정을 마치고 입경하면서 다섯 차례의 체류 연장을 통해 얻어낸 ‘성과 보따리’를 풀어놨다.

현 회장이 이번 방북에서 올린 가장 가시적인 성과는 현대아산의 명운이 걸린 금강산 관광사업의 재개 문제다.

1998년 11월 시작됐던 금강산 관광사업은 여러 차례의 엇박자에도 불구하고 관광지역과 교통수단을 넓혀가며 꾸준히 진행되다 지난해 7월 발생한 박왕자 씨 피격사건으로 중단된 상태다.

하지만 현 회장은 입경 성명에서 지난 16일 오찬을 겸한 김 위원장과의 묘향산 회동에서 이 문제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렸으며 피격사건에 대해서는 “앞으로 절대 그런 일 없을 것”이라는 언급도 있었다고 밝혔다.

공동보도문과 입경 성명이 밝힌 대로라면 금강산 최고봉인 비로봉 관광을 포함한 금강산 관광은 ‘모든 편의와 안전을 철저히 보장’한 상태에서 ‘이른 시일’내에 재개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 위원장의 ‘지시’를 정부가 사건의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대책으로 받아들일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현대그룹과 북한의 조선 아시아.태평양 평화위원회는 남한 측 인사들의 군사분계선 육로 통행과 북측 지역 체류를 제한하는 소위 ‘12.1 조치’를 ‘10.4 선언’ 정신에 따라 원상회복한다는데도 합의했다.

이는 다른 조치들과 달리, 북한이 일방적으로 취한 것인 만큼, ‘원상회복’도 북한의 의지에 달린 문제다.

북한이 곧바로 이 문제를 해결한다면 고사위기에 몰렸던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한숨 돌리면서 공단 활성화 사업이 재개되는 것은 물론, 중단됐던 개성관광도 다시 가능해지게 된다.

2007년 11월 합의만 이뤄지고 아직 첫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중단됐던 백두산 관광도 현대그룹과 북측의 합의내용에 포함됐다.

이 지역의 도로포장이나 삼지연 공항 활주로공사 같은 인프라가 언제 모두 갖춰질지는 불확실하지만 현대와 북측은 “준비사업이 추진되는 데 따라 관광을 시작하기로 했다”고 합의했다.

공동보도문과 입경 성명에 들어간 또 하나의 ‘성과’는 올해 추석에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을 진행하기로 한 점이다.

금강산 관광지에는 이미 이산가족 면회소가 지난해 7월 완공돼 첫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이산가족 상봉사업의 북측 주체인 북한 적십자위원회가 아직 공식 라인인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구체적 제안을 해온 적이 없는데다 추석까지 면회소를 가동하자면 당국 간 협의를 거쳐 남측 요원의 파견도 필요한 상황이어서 실현 여부는 미지수라고 봐야 한다.

현 회장의 방북자격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통일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현대그룹과 북측의 합의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합의사항이 실현되려면 남북 당국 간 대화를 통한 구체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현 회장도 이날 성명에서 구체적 일정 없이 “남북 당국의 협의와 승인을 거쳐 이른 시일 내에 이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만 밝혀 앞으로 이들 사업의 실행 가능성은 남북 당국 간 협의를 통해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