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혁백 “북핵, 민족문제로 접근해선 안돼”

대북 포용정책을 주문하면서도 북한 인권문제 침묵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자세를 유지해온 임혁백 고려대 평화연구소장이 30일 “북핵문제 해결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만들려면 민족문제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임 소장은 이날 서울 성북구 고려대 국제관에서 열린 ‘2009 국제평화학술회의’에서 “북한과 미국의 게임인 북핵문제를 한국 주도로 풀려고 한다면 문제 해결의 변수만 늘어나 더 복잡해진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북한과 협상할 때 같은 민족이니까 특수한 대접을 받길 원해서도 안 되고 그런 대접을 해줘서도 안 된다. 철저히 이익 계산에 근거해 북한과의 협상에 임해야 한다”며 현실주의적 접근 방법을 주문했다.

‘핵=대미협상용’이라는 북한의 주장을 인정하면서 미국 중심의 북핵문제 해결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협상통로의 단일화’ 주장이다. 핵문제에서 우리의 주도권을 강조하는 정부 정책을 비판하면서도 핵을 개발해도 북한을 지원해야 한다는 무원칙한’북한 감싸기’도 간접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좌파세력들은 북한이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우리민족끼리’에 기초해 북핵문제 등에 있어서도 ‘민족공조’를 강조해왔다. 특히 국제사회의 ‘제재’가 한창일 때도 북한과의 경제협력의 당위성을 피력하면서 국제사회와 보조를 같이해온 현 정부를 압박했다.

임 교수는 이날 북핵문제 등 정치적 상황과 별개로 남북 경제협력은 지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남북대화가 국민에게 보여주기식 ‘쇼’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며 “한 정권에서 북한과 합의한 사항들은 새 정부에서도 준수될 수 있도록 신뢰를 쌓아 제도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철저한 정경분리를 통해 기존의 남북간 교류협력 사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고 정치·군사적 문제 발발과 관계없이 인도주의적 대북 지원을 지속하는 것도 장기적으로 봐서 북핵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앞서 임 교수는 북한법연구회장인 장명봉 국민대 명예교수 등 남북관계 전문가 133명과 함께 11일 집단성명을 내고 “최근 남북관계가 경제적인 분야에서까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며 현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을 촉구한 바 있다.

성명에서 임 교수 등은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의 이행 거부 ▲대북 식량지원 등 인도적 지원 외면 ▲유엔(UN)의 대북 인권공세와 정책당국자들의 감정적이고 자극적인 발언 등을 남북관계를 악화시킨 원인으로 지목했다.

임 교수는 “진보적 인권운동단체의 경우 북한인권에 관해 침묵하고, 민주단체의 경우 북한의 민주화에 대해 외면함으로써 그 운동의 정당성 획득에 실패해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해 온 뉴레프트 성향의 지식인 모임인 좋은정책포럼 공동대표를 역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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