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강참사 100여일..제2참사 우려 ‘여전’

북한의 예고 없는 황강댐 방류로 임진강 야영객 6명이 목숨을 잃는 참사가 빚어진 지 100여일이 지났다.


‘맑은 하늘에 날벼락’이었던 사고는 경보시스템만 제대로 작동했더라면 막을 수 있었기에 국민적 충격과 유족들의 슬픔은 더욱 컸다.


임진강 홍수관리를 맡은 수자원공사와 연천군, 경기도, 정부는 제2의 참사를 막기 위해 경보시스템을 대폭 강화했다.


북한과 실무회담을 통해 댐 방류 시 사전 통보하겠다는 약속도 받아냈다.


◇유관기관 핫라인.공조체계 구축 = 임진강 참사는 관계기관 간 연락체계가 구축되지 않은 것도 한 원인으로 지적됐다.


북한 댐 방류로 인한 임진강 수위를 가장 먼저 확인할 수 있는 군부대는 지난 9월6일 필승교 수위가 경보발령 수위인 3m를 넘어선 것을 확인하고도 경보발령 기관인 수자원공사나 연천군에 연락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공조체계의 허술함을 그대로 노출했다.


수자원공사와 연천군, 육군 28사단, 한강홍수통제소는 사고 이후 핫라인을 구축했다.


육군 28사단 수위 자료와 필승교 CCTV 영상이 제공되고 알람이 설치돼 일정 수위를 넘어서면 빨리 전파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진 것이다.


경보가 발령된 사실을 경기도나 한강홍수통제소, 군부대 등 관계기관이 신속히 대처할 수 있도록 긴급 문자서비스(SMS) 전송 대상자도 기존 178명에서 325명으로 크게 늘렸다.


◇경보시스템 ‘다중화’ = 참사의 근본 원인은 북한의 무단 댐 방류였지만 경보시스템이 제때 작동하지 않은 게 직접 원인이 됐다.


당시 경보시스템은 고장이나 오작동에 대비한 아무런 안전장치가 없는 것으로 드러나 충분히 대처할 수 없었다.


개선된 홍수경보시스템은 고장이나 오작동에 대비해 이중 삼중의 장치가 설치됐다.


필승교에서 수위변화는 레이더식 장비와 영상 모니터링 등 3가지 방식으로 측정된다.


필승교에는 관측한 수위 자료를 전송하는 원격데이터 처리장치(RTU)를 삼중화해 수자원공사는 물론 한강홍수통제소에서도 직접 데이터를 받아 볼 수 있게 했다.


서버가 있는 통제국에서는 개별 장비가 작동하지 않을 때 자동으로 인식해 알려주는 시스템이 마련됐다.


기존 당직 근무자의 재택근무를 없애 사무실 근무로 전환했고 사무실에는 경광등이 설치돼 수위 상승을 곧바로 알 수 있도록 했다.


사이버 테러를 방지책도 세워 서버에 방화벽을 설치, 해킹에 대비할 수 있다.


이 밖에 임진교와 북삼교 삼곶리 등 4곳에 설치된 경보방송 장치도 이중화됐다.


◇근본대책 ‘미흡’..남북 시스템 조기 구축 절실 = 경보시스템 보완만으로는 북한의 댐 방류에 대비한 근본 대책이 될 수는 없다.


남북은 사고 이후인 지난 10월 임진강 수해방지 실무회담을 했다.


북한은 회담에서 유감을 표명하면서 앞으로 댐을 방류하면 방류량과 방류 이유 등을 사전에 통보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한 차례 실무회담 이후 후속 협의는 지금껏 열리지 않고 있다.


재해와 관련한 임진강 수계 연구와 자료 축적, 공동 경보시스템 구축, 더 나아가 수자원 공동관리 방안까지 남북이 힘을 합쳐야만 가능한 근본 대책은 요원한 실정이다.


여기에 국토해양부가 2차 예방 대책으로 추진하는 임진강 상류 남쪽의 수량 조절용 군남댐 건설도 아직 유효성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국토부는 내년 6월 임진강 상류에 건설될 군남댐이 건설되면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사고 직후 총 저수용량 7천억t에 불과한 군남댐이 3억∼4억t 규모의 황강댐에서 일시에 많은 수량을 방류할 경우 그 충격을 완화할지에 대한 논란이 일자 증축 필요성에 대한 용역을 검토 중이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용역결과가 예전과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증축이 필요하다는 결과가 나와도 예산과 시간 등 여러 문제를 수반하게 된다”고 말해 부정적인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대진대 토목공학과 장석환 교수는 “댐을 증축하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문제는 아니다”며 “더 큰 문제는 댐 증축으로 북한의 일부 지역이 수몰지에 포함될 경우 남북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으며 군 안보상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그는 이어 “댐 증축보다 임진강 수계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남북간 시스템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며 “제3국을 포함, 남북간 민간차원의 기구를 만들어 신뢰를 구축한 뒤 임진강 수자원을 경제적으로 이용하도록 한다면 굳이 댐 증축이 필요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유족 보상문제로 ‘울분’ = 사망자 유족들은 아직도 피해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


12시간에 걸친 마라톤협상이 타결될 때만 해도 사망자 1인당 평균 5억원 가량의 보상금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으나 유족들에게 건네진 돈은 장례일 7일 이내에 지급하기로 한 1억원이 전부다.


수자원공사와 연천군, 유족들은 교통사고 사망자 보험금에 준하는 금액과 이 금액의 60%를 특별위로금으로 지급한다는 내용에 합의했으나 수공 측이 뒤늦게 사망자의 과실을 주장하고 나서면서 보상금 지급은 100여일 지난 현재까지 미해결이다.


유족 측은 지난달 말 서울중앙지법에 보상금액에 대한 조정 신청을 냈다.


유족 대표였던 이용주(48)씨는 “대승적 차원에서 희생자들에 대한 배려를 바랐는데 보상금마저 깍으려는 상황이 야속하다”며 “가장을 잃은 유족들이 생계를 꾸려나가기도 벅찬 상황으로 직업 알선 등 정부 차원의 지원 노력은 전혀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보상 협의 당시 정확한 금액이 결정된 것은 없었다”며 “현재 법원조정 결과에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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